"제재 맥 빠졌다" 대놓고 조롱 北...한미일, 대체 '감시탑'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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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비루한 구걸"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한·일 방문에 대해 "맥이 빠질대로 빠진 불법무법의 대조선 제재 압박 소동에 활기를 불어넣어 보려는 패자의 비루한 구걸 행각"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미·일 등 유사입장국이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대체 메커니즘을 구상 중인 상황을 겨냥해 "저들끼리 북도 치고 꽹과리도 치면서 돌아가는 추태가 국제사회로부터 어떤 냉대와 조소를 받게 되겠는지 자못 궁금하다"고 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오는 30일 종료된다. 그러나 전문가 패널이 사라져도 제재위는 유지되며 제재 체제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 전문가 패널은 제재 위반 혐의를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일부 권한을 위임받아 활동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제재 자체를 싸잡아 "맥이 빠질대로 빠졌다"며 무근거한 자축을 하는 셈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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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유조선 출몰 빈발
대북 제재를 '찢어진 북'에 빗댄 북한의 제재 회피는 여전히 과감히 진행 중이다.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대북 제재 대상이거나 제재 위반에 연루됐던 북한 유조선이 최근 공해 상에서 더욱 자주 포착되고 있다. 일례로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 유조선 유선호와 안산 1호가 이날 남해 공해 상에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안보리가 금지한 선박 간 불법 환적을 위해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단 지적이다.
VOA는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자료를 근거로 "최근 10일간 위치 신호가 포착된 북한 유조선은 모두 8척으로 과거 일주일에 한두척꼴로 발견됐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던 3000t급의 무국적 화물선 '더 이(DE YI)' 호를 제재 위반 혐의로 억류했다.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현재 한·미 공조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그간 국내에 입항한 제재 위반 의심 선박을 억류한 사례는 있지만, 영해에서 나포까지 한 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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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팎 고려…시간 걸려"
무너진 제재 이행의 감시탑을 다시 세우기 위한 우방국 간 협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우방국과 함께 구상 중"이라고 처음 밝혔고, 이후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방한 중이던 16일 "유엔 총회든 유엔 밖의 체제든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며, 러·중의 참여 없이도 가능하다"고 관련 계획을 구체화했다.
다만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유관국과 협의에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팎의 여러 형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 셈이다. 유엔 총회 산하에 새 메커니즘을 둘 경우 유엔의 권위를 확보하고 예산 지원도 가능하지만 임기 연장을 위해선 총회 결의가 매번 필요하다. 반면 유엔 밖에 메커니즘을 둘 경우 결의 채택의 부담 없이 보다 선명한 메시지를 낼 수 있지만 유엔의 보고보다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북 제재를 대놓고 무시하는 북한의 태도는 최근 사회주의 우방과 연대 강화로 얻은 자신감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 4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전문가 패널 임기 종료와 관련해 "북한이 러시아에 감사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의 최대 우방국인 벨라루스와도 평양에서 외교차관회담을 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과 방북 중인 예브게니 셰스타코프 벨라루스 외교차관이 "고위급 접촉·왕래를 강화하고 경제·문화 협력을 적극 추동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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