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하면 나도 한다…‘무료 배달’ 삼국지 [스페셜리포트]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4. 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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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달 시장을 둘러싼 배달 플랫폼 3사 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과거 라이더 쟁탈전과 한집 배달 경쟁에 이어 올해 ‘배달비 무료’ 전쟁이 치열하다. 쿠팡이츠를 시작으로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까지, 최근 한 달 새 주요 배달 앱 모두 무료 배달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그간 소비자가 부담해야 했던 건당 3000원 가까운 배달비를 플랫폼이 대신 지출하는 그야말로 ‘출혈 경쟁’이다.

소비자는 당장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무료 배달이 지속될 일은 없다. 벌써부터 무료 배달을 둘러싼 부작용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장기적으로 음식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데다 배달 플랫폼 독과점을 더욱 공고히 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러스트 : 정윤정 기자
배달비 무료, 뒤처지면 끝장?

불과 10일 새 배달 3사 모두 도입

배달 한 건당 책정되는 배달비는 5000~6000원가량이다. 기존에는 배달비를 소비자와 점주가 대략 절반씩 나눠 부담했다. 이번에 배달 플랫폼 3사가 전격 뛰어든 ‘배달비 무료 프로모션’은 그간 소비자가 부담하던 배달비를 플랫폼이 대신 내는 구조다.

쿠팡이츠가 포문을 열었다. 지난 3월 26일 쿠팡은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에 한해 배달 서비스를 무제한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라이더가 여러 건 주문을 한 번에 처리하는 ‘묶음 배달’은 무료, 한 개 주문만 수행하는 ‘한집 배달’은 배달비를 내야 한다.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민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쿠팡이츠 무료 배달 도입 이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지난 4월 1일, 배민은 멤버십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알뜰 배달(묶음 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나섰다. 한집 배달 배달비도 기존보다 낮췄다.

요기요도 뛰어들었다. 지난 4월 5일 전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쿠팡이츠와 배민보다 더 파격적이다. 묶음 배달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배달비가 비싼 한집 배달 시에도 배달비 무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쿠팡이츠·배민과 달리 전국에서 무료 배달이 된다. 동시에 자체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X’ 가입자에게는 4000원 쿠폰을 지급하는 등 월 구독비 2900원을 초과하는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배달 플랫폼 3사가 ‘배달비 0원’ 경쟁에 뛰어들었다. (각 사 제공)
소비자·자영업자 반응은

업주 “매출 늘어도 남는 것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전혀 없다. 3000원 남짓한 배달비 부담이 사라지면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고물가 시대에 배달비라도 아끼자’는 심정으로 무료 배달 수요가 쏠리는 중이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언제든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우려는 당장 현실이 됐다. 쿠팡은 최근 쿠팡이츠 무료 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와우 멤버십 가격을 전격 인상했다. 지난 4월 13일 멤버십에 신규 가입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월 요금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60% 가까이 올렸다. 기존 회원은 오는 8월부터 인상된 요금이 적용된다. 무료 배달 프로모션 도입 후 12일 만의 전격 요금 인상이다.

배달비를 없애는 대신 할인 혜택이 줄어드는 양상도 포착된다. 무료 배달 도입 이후 한동안 배민 이용자는 ‘배달비 무료’와 ‘10% 할인’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별다른 설명 없이 10% 할인 선택지가 사라졌다. 평소 주문 금액이 컸던 이용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쿠팡이츠가 특정 지역을 무료 배달 지역에서 제외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배달비 무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남·서초는 애초에 배달 수요가 많고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이다. 배달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해당 지역을 제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배달 주문이 원체 많다 보니 쿠팡이츠가 내야 할 배달비 부담이 타 지역 대비 더 크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일면서 쿠팡이츠는 4월 안으로 강남·서초 지역에도 무료 배달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호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는 소비자와 달리, 음식 매장 업주 사이에선 무료 배달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따지고 보면 업주 입장에서 이번 프로모션으로 더 내야 할 비용은 없다. 소비자가 내야 했던 배달비를 플랫폼이 부담하는 것일 뿐, 업주에게 배달비를 전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수수료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 업주 사이 공통된 의견이다. 무료 배달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더 큰 ‘정률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올해 초 나란히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였다. 배민은 배민1플러스, 쿠팡이츠는 스마트요금제다. 이번 무료 배달 프로모션은 해당 요금제를 가입한 매장에만 적용된다. 배민 수수료는 매출 기준 6.8%(부가세 별도), 쿠팡이츠는 9.8%를 주문 중개 수수료로 떼어간다. 배달 매출이 늘어날수록 내야 할 수수료도 커지는 구조다. 무료 배달 도입으로 배달 주문이 늘어나고 있지만 남는 마진은 오히려 줄었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정률제만 문제가 아니다. 이번 요금제 개편으로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도 정해놨다. 과거에는 약 6000원 배달비 중 업주가 고객 부담 배달비를 설정하고 나머지를 본인이 내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배민은 업주 부담 배달비를 3200원, 쿠팡이츠는 2900원으로 고정시켰다. 조경진 헤비스테이크 공동 대표는 “무료 배달 도입 후 매출이 늘었지만 그만큼 내야 할 비용도 커졌다”며 “업주 입장에서 수익 개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배달 매출이 훨씬 더 증가해야 하지만 그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김태완스시 부대표는 “특히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신규 업주에게 무료 배달은 100% 악재다. 과거에는 초반 마케팅 용도로 ‘배달비 무료’를 내걸고 고객을 끌어모으는 프로모션이 가능했다. 지금은 모든 매장이 배달비 무료다 보니 후발 주자 입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왜 모두 무료 배달 뛰어들었나

치열한 점유율 싸움…“생존 경쟁”

배달 플랫폼이 저마다 배달비 무료라는 강수를 들고 온 데는 치열한 점유율 싸움이 자리한다. 물론 배달 플랫폼 사이 마케팅 경쟁은 과거에도 있었다. 라이더를 차지하기 위해 배달비를 높여 부르는가 하면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집 배달을 도입해 고객 마음 잡기에 나선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경이 조금 다르다. 과거 점유율 싸움 때는 국내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시장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음식 서비스(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6조4000억원.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발표된 2017년 이후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이 역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달 앱 입장에서는 나눠 먹을 파이가 줄어든 셈이다. 점유율이 조금만 오르내려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앞선 경쟁이 ‘성장’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배달비 출혈 경쟁은 ‘생존’을 담보로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유의 ‘낮은 고객 충성도’ 역시 배달비 무료라는 강수를 둔 배경으로 꼽힌다. 저마다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뾰족이 없다 보니 결국 ‘돈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배달 플랫폼이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마다 점유율이 오락가락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스테이크 전문 브랜드 ‘헤비스테이크’가 직영 8개 매장 배달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는 흥미롭다. 연초 70% 수준을 유지하던 배민 매출 비중이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을 시작한 3월 다섯째 주 60%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쿠팡이츠 비중은 26% 수준에서 32%까지 늘었다. 하지만 배민이 무료 배달 반격을 개시한 4월 첫째 주 배민 매출 비중이 66%로 증가, 쿠팡이츠는 29%로 줄어들었다.

저마다 무료 배달을 도입한 속내가 조금씩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쿠팡이츠는 단순 점유율 확대뿐 아니라 쿠팡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료 배달’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쿠팡이츠 무료 배달 대상은 쿠팡 유료 구독 멤버십 ‘와우’ 회원이다. 기왕 유료 멤버십에 돈을 내고 있는 만큼, 배민이나 요기요보다는 쿠팡이츠를 쓰자는 심리를 겨냥했다는 해석이다. 한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와우 회원 입장에선 이번 가격 인상으로 쿠팡이츠 대신 다른 배달 앱을 쓰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오히려 하게 된다. 무료 배달과 와우 가격 인상을 동시에 진행한 건 쿠팡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은 현재 매출 구조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쿠팡이츠를 비롯해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쿠팡과 달리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80%가 ‘국내 배달 시장’에서 발생했다. 올해 들어 ‘배민 수도권 시장점유율 60% 선이 불안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아한형제들이 초조해졌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 매출 구조로는 출혈 경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배민이 그간 해외 시장 등 수익원 다각화에 집중한 배경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 공략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지난해 베트남 현지법인 우아브라더스베트남은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다. 현지 서비스인 그랩 등에 밀려 수년 동안 적자만 낸 탓이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만 55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배민은 지난해 일본 법인도 청산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신사업도 실패했다. 라이브커머스 ‘배민 쇼핑 라이브’는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1년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배민 측은 이용자 확보 어려움과 관련 시장 경쟁 심화 등을 서비스 중단 이유로 밝혔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배달 시장 핵심인 수도권에서 강세다. 배민 입장에서는 수도권 점유율을 더 내줄 수 없으니, 수도권 한정으로 배달비 무료 정책을 펼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혈 경쟁에 가장 부담을 느끼는 곳은 단연 요기요다. 요기요는 멤버십 요기패스 가격을 인하하고 무료 배달을 위한 최소 주문금도 없앴다. 여기에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4000원 쿠폰도 지급 중이다. 일각에선 “무리한 마케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만 6000억원을 넘어선 탓이다.

요기요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불가피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추가적인 점유율 하락은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 내렸을 정도로 현 상황이 안 좋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요기요 올해 3월 월간 순이용자(MAU) 수는 약 571만명이다. 전년 동기(736만명) 대비 150만명 넘게 이탈했다. 올해 3월에는 처음으로 쿠팡이츠에 MAU를 역전당했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MAU는 한 달에 1번 이상 앱을 켠 사람을 모두 집계한 지표다. 배달업계 실질적인 순위를 매기기 적합하지 않다”며 “서울 수도권 현장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시장점유율을 배민 6, 쿠팡이츠 3, 요기요 1 정도로 보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당장 프로모션 실탄 부담을 주주 자금 지원으로 해결하는 모양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요기요는 지난 2월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해 주요 주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퍼미라 두 곳에서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또 다른 주주 GS리테일은 투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출혈 경쟁 계속될까

요기요 언제까지 버틸지 관건

배달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출혈 경쟁 지속을 예상한다. 어느 한 곳이 ‘배달비 0원’을 멈추지 않는 한 이어질 ‘뉴노멀’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쿠팡이츠 무료 배달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이 멤버십 가격 인상 요인으로 쿠팡이츠 무료 배달 혜택을 제시한 탓이다.

그렇다고 배민이나 요기요가 먼저 정책 철회를 외치기도 어렵다. 점유율 감소 등 역풍 우려 때문이다.

단 배민은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DH는 영업 부진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DH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운영하던 배달 플랫폼 푸드판다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는 배민이 사실상 DH의 유일한 희망이다. 실제 배민은 지난해 3월 모회사에 4000억원대 중간 배당을 지급하는 등 DH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모회사 입장에선 배민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자금 상황만 보면 지난해 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배민과 멤버십 요금을 인상한 쿠팡이츠 모두 버틸 여력이 있다. 다만 배민은 모회사(딜리버리히어로)의 유일한 캐시카우라 무료 배달을 장기간 끌고 가기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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