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진정한 의료 개혁은 보건복지부에서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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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치공학적으로 밀어붙였던 '의대 2000명 증원' 카드가 여당 총선 참패의 자충수가 돼버렸다.
'과학적 연구'에 근거했다는 개혁안을 '기계적 법 집행'으로 밀어붙이겠다던 정부가 의대생·전공의·의대 교수들의 거센 반발에 길을 잃어버렸다.
의대 교수 1000명 증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0년 후의 의사 증원은커녕 당장 의사 부족과 의대 교육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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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치공학적으로 밀어붙였던 ‘의대 2000명 증원’ 카드가 여당 총선 참패의 자충수가 돼버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극복에 가장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의료계를 ‘악마적 범죄집단’으로 매도해 버린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과학적 연구’에 근거했다는 개혁안을 ‘기계적 법 집행’으로 밀어붙이겠다던 정부가 의대생·전공의·의대 교수들의 거센 반발에 길을 잃어버렸다.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정부가 낭비해버린 비용이 504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87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정부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1만2000명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떠나버린 수련병원도 무너지고 있다. 수련병원 50곳의 수입이 4238억원이나 줄었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병원도 있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병원도 생겼다.
박민수 차관의 탈법적·패륜적 위협·협박에도 병원을 떠나버린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의대 졸업생의 95.7%인 2937명이 상반기 인턴 수련을 포기해 버렸다. 수련병원에 새로 등록한 인턴이 고작 131명뿐이다. 수련병원이 재정적·구조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의과대학의 사정도 막막하다. ‘집단’ 유급을 막아보겠다는 교육부의 꼼수에도 대규모 유급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의대 교수 1000명 증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0년 후의 의사 증원은커녕 당장 의사 부족과 의대 교육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극심한 의대 쏠림에 의한 이공계 대학의 붕괴도 걱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합리적인 의견을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허세를 부릴 때가 아니다. 대학이 내년도 입시요강을 확정해 버리면 상황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당장 벌어질 의대 교육의 부실만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다. 현재의 수련병원으로는 6년 후에 쏟아져 나오는 의대 졸업생을 수용할 수 없다. 자칫하면 수련병원 의사 인력의 90%가 인턴·레지던트·펠로로 채워지게 된다. 수련병원이 3차 진료기관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는 진짜 ‘의료대란’이 벌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보건복지부에 책임을 묻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의사·간호사·약사·한의사는 물론, 병원·의약업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2000년의 의약분업, 2005년의 의학전문대학원, 2011년의 약대 ‘2+4년제’, 2014년의 원격의료, 2020년의 공공의대 등이 모두 ‘과학적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최악의 실패작이었다.
의학전문대학원과 약대의 학제 개편은 작년부터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원격진료와 공공의대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2000년의 의대 정원 350명 축소는 수련병원 부족에 의한 속도 조절이었다. 2020년 논란의 핵심은 400명 증원이 아니라 10년 의무복무 규정의 위헌성과 ‘운동권 자녀 특례입학 전형’의 불법성이었다. 의사와 간호사·약사·한의사의 갈등을 부추긴 것도 역시 보건복지부의 부실한 의료행정이었다.
의사 증원은 변호사 증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65%나 확대하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진정한 의료 개혁은 의사를 악마로 매도해서 의료행정을 망쳐버린 보건복지부를 근본부터 뜯어고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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