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때문에 다시 불붙다…코인=증권 or 코인≠증권 [스페셜리포트]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4. 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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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국내외 디지털자산(코인)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석 자다. 코인 투자 혹한기, 이른바 크립토 윈터 주범으로 평가받는 ‘테라·루나 사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창업한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와 루나 코인이 사기 의혹을 받으며 2022년 5월 대폭락했고,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던 여러 코인 생태계가 붕괴했다. 투자자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시가총액 5위권에 위치하던 루나는 수십만분의 일 토막이 났고 다른 코인도 덩달아 폭락했다.

2024년 현재, 권 씨는 또다시 국내 코인 업계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그의 한국 송환이 가시화되면서 ‘코인 증권성’ 논란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코인을 증권으로 판단할 경우 국내 자본시장법 위반이 적용돼 더 엄중한 형량을 받게 된다. 권도형 엄벌을 위해 코인을 증권으로 봐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반대로 국내 코인 거래소를 비롯한 사업자는 초조하다. 권도형 송환을 기점으로 증권성 논의가 점화되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증권 라이선스가 없는 사업자인 탓에, 증권성이 인정되면 향후 코인 거래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일명, 권도형이 쏘아 올린 코인 증권성 판단 논란이다.

일러스트 : 정윤정 기자
권도형, 기를 쓰고 韓 오려는 이유

코인, 증권으로 보지 않는 국내 법원

전 세계 투자자 피해 규모만 50조원이다. 2022년 5월 글로벌 코인 시장을 혼돈에 빠뜨린 ‘테라·루나’ 얘기다.

최고점 기준 14만원을 호가하던 루나 가격은 1원 밑으로 떨어졌다.

권 씨는 테라·루나의 비정상적인 작동 방식과 폭락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투자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해당 코인을 계속 발행한 혐의를 받는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구금돼왔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 씨를 어디로 인도할지를 두고 1년여를 고민했다. 당초 현지 고등법원은 미국행을 결정했지만, 항소 법원 재심리 결정에 올해 3월 한국 송환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이 같은 결정에 불복,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며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권 씨는 미국이 아닌 한국 송환을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다.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미국 송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자 “대검찰청의 미국 송환 이의 제기는 허용될 수 없고 불법이며 근거가 없다”며 “모든 것을 법무부 장관 권한 아래에 둔다면 법원은 왜 필요한 것이냐”고 성토했다. 앞서 지난 2월, 미국행이 결정된 뒤에도 “몬테네그로 법원의 미국 송환 결정은 불법이기 때문에 끝까지 법적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어떻게든 권 씨의 미국 송환만은 막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몬테네그로 경찰관들이 포드고리차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호송하고 있다. (EPA)
코인≠증권 땐 자본시장법 미적용

‘100년형’ 미국 대비 솜방망이 처벌

권 씨는 왜 미국이 아닌 한국행을 선호할까. 이유는 단순하다. ‘형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형량 저울질 중심에는 코인을 증권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 여부, 즉 ‘코인 증권성 판단’이라는 이슈가 자리한다. 미국 법원은 테라와 루나를 ‘증권’으로 판단한다. 미국 검찰은 그를 증권 사기를 비롯한 총 8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권 씨를 증권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뉴욕 연방법원은 SEC 주장을 받아들여 권 씨의 증권법 위반 책임을 인정했다. 즉 테라와 루나를 증권으로 봤다는 얘기다.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미국 로펌 BESPC는 권 씨가 투자자 돈을 가로챘다며 연방증권법, 거래소법, 캘리포니아주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그를 캘리포니아 북부법원에 고소했다.

하지만 국내 법원은 미국과 달리 코인 ‘증권성’을 인정 안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코인 증권성 판단에 대한 관련 법이나 판례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검찰이 적용한 권 씨 혐의를 살펴보면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부정거래, 공모규제 위반, 무인가영업),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배임·횡령),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등이다. 특히 자본시장법은 피해가 50억원 이상으로 클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루나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해야 한다.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권 씨는 사기 혐의로만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현재로선 자본시장법 적용이 쉽지 않다고 보는 이들이 대다수다. 사기 혐의 등은 처벌될 수 있지만 대상이 되는 피해자 규모가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코인 최초 발행 당시 인수자에 한정해 사기 피해자로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상 측면에서도 코인 증권성이 인정되는 편이 투자 피해자 입장에서는 훨씬 낫다. 법원이 단순 사기죄로만 사건을 다룰 경우 피해자들은 권 씨에게 직접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증권 관련 범죄로 인정된다면 집단소송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한 사람이라도 승소를 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 전원에게 승소 효력이 미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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