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국가 에너지 전환, 도시가스가 선도해야

세종=주상돈 2024. 4. 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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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

세계는 지금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 놓여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사태 등 다중 위기로 각국이 자원 재할당과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3 에너지 전환 지수(ETI)'에서 우리나라가 31위에 그쳤는데, 평가 지표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 전환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능사는 아니며 국가의 경제·사회적 능력과 인프라, 시스템 및 에너지 전환 준비성, 지속 가능성 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도시가스 분야는 이미 에너지 전환을 경험했다. 석탄 산업 절정기였던 1980년대 국내 업계는 '가스보국'의 기치 아래 황무지와 같은 가스 산업을 개척했고, 청정 연료로 국민에게 쾌적한 삶을 제공한다는 업(業)의 영역을 재정립해 주력 사업 자체를 탈바꿈시키며 세계에서 유례없는 성장을 이뤘다. 이제 천연가스는 단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유연성과 장기적으로는 공급 안정성을 갖춘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석유·에너지기업 셸(Shell)의 '2024 액화천연가스(LNG) 아웃룩'에 따르면 세계 LNG 거래량이 지난해 4억t에서 2040년 최대 6억8000만t까지 50%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도시가스 산업이 여러 면에서 국가 에너지 전환을 선도할 수 있다.

첫째는 도시가스 산업의 시스템적 성과와 에너지 전환을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국내 도시가스 수요는 2000만가구를 넘었고, 5만㎞의 전국 공급망 체계 완성으로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85%에 달한다.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TSM) 구축으로 국내 유틸리티 사업 중 재해율이 가장 낮고, 수소 혼입 공급을 준비 중인 도시가스 설비는 수소 경제를 앞당길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 공급 시스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천연가스의 확장성이다. 천연가스는 발전 등에 한정된 재생에너지나 수송용에 집중된 석유와 달리 발전·가정·상업·수송·원료용 등 거의 모든 용도로 공급이 가능해 현존 에너지원 중 가장 범용적이다. 냉난방 겸용으로 전력피크 완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연료전지처럼 분산에너지원의 강점도 가졌다.

셋째,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 등 기술 혁신에 대한 기대다. CCUS가 상용화된다면 셰일 혁명과 함께 에너지 전환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CCUS 기여도를 총 감축량의 18%로 제시했고, 같은 맥락에서 메타네이션(메탄 합성) 기술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끝으로 재생에너지와 전전화(全電化)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국내 전력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0.4468CO2t/MWh으로 천연가스(0.2137)의 두 배다. 현재 8%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이면 2035년에 배출계수가 천연가스와 비슷해지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는 전전화는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한계점을 감안하고 기술 혁신에 진전이 있다면 2050년에도 천연가스 경쟁력은 이어질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 1월 '에너지 주권법' 초안을 발표해 에너지 전환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는 내놓지 않았고, 미국은 '천연가스 우선법'을 25개 주가 채택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가 곧 에너지 전환이라는 편협한 등식에 함몰되지 않고 현실적으로 천연가스의 중요성을 재인식한다면 에너지 안보, 경제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필수 요소를 모두 갖춘 국내 도시가스 산업은 향후 국가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선봉장이 될 것이다.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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