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서도 제출 안 했는데 제주 하원 기회발전특구 확정?

김순애 2024. 4. 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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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보도들... 제주도지사 핵심공약 실현을 위한 무리수?

[김순애 기자]

▲ 3월 28일 쏟아진 언론보도 .
ⓒ 구글화면 갈무리
 
언론이 쏟아낸 하원 우주산업 클러스트의 산단 지정 소식은 사실일까?

3월 28일 수많은 언론들은 일제히 '산업단지 물량 한도를 초과해 산업단지 지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 하원 우주산업 클러스터(하원 테크노캠퍼스)가 기회발전 특구 제도를 통해 산업단지로 지정됐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흡사한 문구들로 도배된 기사들은 같은 날 나온 두 가지 보도자료에 의거해 작성되었다.

하나는 기획재정부가 이날 4시에 발표한 보도자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3월 28일 오후 3시에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기업지역 투자 신속가동 지원방안으로 지난 1월부터 가동한 '투자 익스프레스'를 통해 발굴한 총 18건, 최대 약 47.2조원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하여 규제완화, 절차간소화, 인프라 조성 등 맞춤형 애로해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으로, 제주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예로 제시하며 '지자체 산업단지 면적 한도를 초과하여 산업단지 조성 허용'이라는 문구가 뒤따랐다.   

제주도가 이보다 1시간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는 '정부는 28일 오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기업·지역 투자 신속가동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제주에 규제 특례를 적용해 하원 테크노캠퍼스의 신규 산단 지정을 허용했다' '이번 규제 해소로 하원 테크노캠퍼스가 민간우주산업의 전진기지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등의 문구를 담고 있다. 보도시점을 보면 제주도는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회의 결과를 정리해서 배포했다. 제주도는 이어질 회의 결과를 어떻게 예측한 것일까?
  
▲ 제주특별자치도가 배포한 보도자료 .
ⓒ 제주특별자치도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에게 '정부가 28일 오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기업 지역 투자 신속 가동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제주에 규제 특례를 적용해서 하원 테크노 캠퍼스 신규 산단 지정을 허용했다'고 제주도가 발표한 내용이 맞는지 물었다. 담당 공무원은 '앞으로 할 계획인 거지 다 했다는 얘기는 사실 관계랑 다르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제주도가 기회발전 특구제도에 신청을 하면 산업부와 지방시대위에서 기회발전 특구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결정하게 된다. 기회발전특구에 지정되면 특례 절차 중에서 산단 입지 기본 계획에 나와 있는 산단 면적 총량 한도를 넘어서 산업단지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시도지사가 갖게 된다. 기회발전특구에 지정된다고 하더라고 산업단지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 등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제주하원 우주클러스터(하원 테크노캠퍼스) 사업은 아직 기회발전특구신청서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고 설사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전략환경영향평가부터 환경영향평가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주도는 잘못된 정보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언론들은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이를 그대로 받아 적은 셈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핵심 공약, 우주산업 육성

항공우주산업 선도지역 육성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핵심 공약이었다. 오영훈 도지사는 2023년 1월 16일 옛탐라대학교 부지를 신산업 기업 육성 유치 및 핵심기술 연구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부지는 제주도가 2016년 416억 원에 매입한 땅이다.

제주도정은 계획 발표 후 7월에 한화시스템과 민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위성공장 신축을 비롯하여 '한화우주센터'를 옛탐라대학교 부지에 설립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제주도는 곧바로 7월 19일 탐라대학교 부지의 학교 용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하고 해당 부지를 산업단지로 변모시키기 위해 11월 5억2500여만 원의 '(가칭)하원 테크노캠퍼스 기본계획 및 지구단위계획(공간구조계획) 용역'과 1억2800여만 원의 '(가칭)하원 테크노캠퍼스 기본계획 및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계약했다.

옛탐라대학교 부지를 우주산업단지로 조성하려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제주도의 행정력이 총동원되었다. 제주도는 용역 발주와 동시에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한화시스템의 위성공장 신축 행위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해주는 한편 지난 1월 미래모빌리티과를 우주모빌리티과로 재편하는 조직 정비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재)제주테크노파크, (사)제주산학융합원과 협력하여 '우주산업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기본교육'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제주도, 옛 탐라대학교 부지활용 방안 공론화 청구 반려

제주도정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3월 18일 녹색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우주군사화와 로켓발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옛 탐라대학교 부지 활용 방안을 위한 숙의형 정책 청구서'를 900여 명의 청구인 서명지와 함께 제주도에 제출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같은 달 25일 이 청구서를 반려했다.

제주도는 청구건이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 제9조 제1항 제5호에 해당되어(사업계획이 확정되어 추진 중) 숙의형 정책개발 사업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구인들은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4월 18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 이의신청서 제출 .
ⓒ 김순애
 
청구인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첫째 이유는 하원 테크노캠퍼스 사업이 확정되었다거나 해당 사업을 수행한다는 내용의 고시 등 행정행위가 없다는 점이다. 청구인들은 '특정 사업이 확정되었다면 행정청은 그 사업의 확정이나 추진 계획을 외부에 공표하여 제주도민(국민)들에게 알려야 행정행위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며 도민(국민)들은 고시 등 행정행위를 보고 비로소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문제가 있다면 해당 행정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다툴 수 있게 되지만 하원테크노캠퍼스 사업 계획의 확정 혹은 추진과 관련하여 제주도가 공식적으로 공표한 행정행위는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이유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청구인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수립할 때에 환경보전계획과의 부합 여부 확인 및 대안의 설정·분석 등을 통하여 환경적 측면에서 해당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여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환경영향평가법 2조 1호)으로 계획 확정 후 하는 게 아니라 계획수립 단계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그 평가 결과가 나와야 이를 토대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여 확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 번째 이유는 하원 테크노캠퍼스 조성 계획 부지 면적(34만㎡)이 제주도의 연평균 산업단지 수요면적(1만㎡)의 10배를 초과해 신규 산업단지 지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산업단지 지정을 위해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기회발전특구지정을 통해 산업단지 면적 한도 초과 규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기획재정부에 문의한 결과 아직 제주도의 신청서는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 제4차 산업입지 수급계획(2016~2025년) 2019년 1월 7일 정부브리핑 .
ⓒ 국토교통부
 
제주도는 청구인들의 이의신청서 접수 후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를 소집하여 해당 건이 숙의형 정책개발 사업 대상에 해당하는지 결정하게 된다.

'하원 테크노캠퍼스의 신규 산단 지정을 허용했다'는 제주도의 발표는 앞으로의 계획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이러한 왜곡 과정에는 도지사의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넘고가야할 다양한 제도적 절차들을 허수아비로 여기는 생각이 깔려있는 건 아닐까. 더불어 환경영향평가제도에 대한 몰이해, 환경적 절차를 권력으로 무력화시키려는 태도도 엿보인다. 이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의지일까, 공무원들의 과잉 충성이 낳은 결과일까?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이며 '옛 탐라대학교 부지 활용 방안을 위한 숙의형 정책 청구서' 청구인 중 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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