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과에 이어 금수박 먹나...지난핸 냉해, 올핸 '잦은 봄비'에 농가 울상

김정석 2024. 4. 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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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한 참외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참외꽃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갈수록 심화하는 이상기후 탓에 매년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상고온으로 너무 일찍 꽃이 핀 데 이어 냉해가 농가를 괴롭히더니, 올해는 유례없는 강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19일 경북도에 따르면 성주 참외 등 경북 지역 시설작물 2486㏊에서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도는 지난달 15일부터 최근까지 농작물 일조량 부족 피해 현황을 접수한 결과 14개 시·군 5297개 농가에서 피해가 접수됐다.


연일 궂은 날씨…피해 농가 늘어


작물별로는 전체 피해 규모 2486.4㏊ 중 참외가 197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수박 125㏊, 부추 94㏊, 딸기 89㏊ 등 순으로 파악됐다. 시·군별로는 참외 주산지인 성주가 1788.4ha로 피해 면적이 가장 넓었고 고령(179.8ha)·경주(156.5ha)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에 따른 복구비는 74억원으로 추산된다.

경북지역 올해 2월 비가 내린 날은 전년보다 8~10일, 강수량은 72∼94㎜ 더 많았다. 이에 따라 일조시간도 전년보다 71~84시간 짧아졌다.

지난 3일 경북 성주군 참외 비닐하우스 단지에 비가 내리고 있다. 김정석 기자

과일 생산량 부진은 곧장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참외(상품) 10㎏ 중도매가격은 9만912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7만5065원과 비교하면 32.03%, 평년 6만6459원보다 49.11%나 오른 가격이다. 중도매가격은 중·도매인이 소매상과 소비자 등에게 판매하는 가격이다.


생산량 떨어지자 판매가도 급등


수박 역시 수정 시기인 2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평년 대비 강수량이 많아지고 일조 시간도 그만큼 줄면서 수정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18일 기준 수박(상품) 1개 중도매가격은 3만720원으로 파악됐다. 1년 전인 2만915원보다 46.91%, 평년 가격인 1만8487원보다 무려 66.19% 더 높은 수준이다.

궂은 날씨는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저급과(低級果) 발생으로도 연결됐다. 올해 들어 지난달 14일까지 성주 지역에서 발생한 저급과 수는 46만1582㎏으로 최근 7년 평균 18만8007㎏보다 145.5% 많았다. 특히 작황이 좋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 13만4394㎏보다 243.5%나 증가했다. 특히 2월 26~29일 기간은 전년 대비 2.8배나 저급과가 많이 나왔다.

강호동 농협중앙 회장이 지난달 22일 충남 부여군 수박농가를 방문해 농작물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가 자주 오는 날씨에 보리·밀 등 맥류도 병해충 감염에 취약해졌다. 이삭이 패는 4월부터 알곡이 익어가는 생육 후기까지 비가 잦으면 붉은곰팡이병, 흰가루병 등에 잘 걸려 품질과 수확량이 떨어지게 된다.

붉은곰팡이병에 감염되면 낟알 색이 암갈색으로 변하고 알이 차지 않으며 심하면 껍질 위가 분홍색 곰팡이로 뒤덮이며 맥류를 포함한 벼·옥수수 등 다양한 작물에서 발생한다. 흰가루병은 잎에 밀가루 같은 하얀 반점이 생겼다가 점차 회색으로 변하고 심한 경우 줄기와 이삭까지 증상이 퍼져 식물이 죽는다.


붉은곰팡이병 등 병충해도 증가세


경북에서는 2020년 이전까지 이런 병충해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상기후로 병든 이삭 비율이 2019년 0.1%, 2021년 7.9%, 2023년 6.3%로 높아지는 추세다.

붉은곰팡이병 피해는 수확 후에도 증가할 수 있으므로 맑고 건조한 날 수확하고, 신속하게 알곡을 건조한 뒤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야 증식을 예방할 수 있다. 알곡을 손으로 으깼을 때 즙이 나오지 않는 상태로 수분 함량이 30% 이하일 때 수확하는 것이 좋다.

잦은 강수로 병충해에 취약해진 밀에 발생한 흰가루병. 사진 경북도
잦은 강수로 병충해에 취약해진 보리에 발생한 붉은곰팡이병. 사진 경북도

흰가루병은 발생 초기에 등록 약제를 안전사용기준에 따라 살포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식물체가 빽빽하게 자라거나 질소질 비료가 많으면 잘 발생하므로 적정 파종량과 비료량을 지켜야 한다.

조영숙 경북농업기술원 원장은 “최근 잦은 비와 온도 상승으로 병충해가 발병하기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맥류 생산을 위해 붉은곰팡이병 등 철저한 예찰과 적기 방제로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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