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패 탈출' 롯데... '열정과 밉상 사이' 황성빈 빛났다

이준목 2024. 4.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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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LG 트윈스에 9-2 승리... '신스틸러' 황성빈의 활약

[이준목 기자]

▲ 슬라이딩하는 롯데 황성빈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기나긴 8연패 수렁에서 탈출했다. 롯데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방문 경기에서 LG 트윈스를 9-2로 꺾었다. 사진은 롯데 황성빈이 홈으로 슬라이딩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가 황성빈의 활약을 앞세워 악몽같았던 8연패를 탈출했다. 4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경기에서 롯데가 LG 트윈스에 9-2로 승리했다.

롯데는 선발 박세웅이 6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였던 양팀은 7회 롯데가 타자 일순하여 6득점의 빅이닝을 만들어내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날 롯데 타선은 윤동희, 빅터 레이예스, 전준우 등 주축타자들이 모처럼 고르게 폭발하며 총 13안타를 몰아쳤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최대 '신스틸러'는 단연 황성빈이었다. 올시즌 2번째로 선발출전한 황성빈은 롯데의 2번타자 겸 중견수로 나서서 5타수 2안타 2득점 1도루로 공수주에서 두루 활약하며 팀의 8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황성빈은 1회초 첫 타석부터 풀카운트 끝에 안타를 만들어냈고, 2루까지 훔치며 시즌 9번째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레이예스의 내야 안타 때 과감한 주루로 홈을 밟으며 팀의 선취점을 올렸다. 타구를 잡은 LG 2루수 신민재가 3루로 송구했지만 황성빈은 오히려 빠른 속도로 3루를 지나 홈까지 질주하며 LG 수비의 허를 찔렀다.

황성빈은 이후로도 타석이 돌아올 때마다 LG의 수비를 흔들어 놓았다. 2-0으로 앞선 3회 1사에 우전 안타로 다시 출루한 황성빈은 LG 선발 케이시 켈리의 견제구 실책을 이끌어내며 2루로 진루했다. 7회에는 땅볼 타구를 쳤으나 LG 유격수 오지환이 황성빈의 빠른 발을 의식하여 서두르다가 포구 실책을 저지르며 황성빈은 1루에서 생존했다.

이날 LG는 3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수비불안을 드러낸 장면이 치명적이었는데, 이 중 2번은 사실상 황성빈 때문에 벌어진 실책이었다. 특히 7회 오지환의 실책은 이후 롯데의 빅이닝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불러오며 승부의 흐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황성빈이 LG를 괴롭힌 것은 단지 타격과 주루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LG 선발 켈리는 황성빈에게만 연속 안타와 도루 허용에 이어 견제 실책까지 범하면서 유독 경기가 꼬였다. 특히 3회에 황성빈은 두 번째 안타를 뽑아내기 직전에, 3루 방면으로 파울 타구를 날린 뒤 전력 질주했으나 파울이 선언되자 다소 느릿하게 어슬렁거리며 타석에 복귀하는 모습으로 또 한번 켈리의 심기를 긁었다. 이로 인하여 황성빈은 피치 클락 위반 경고까지 받았다.

결국 감정이 상한 켈리는 3회초를 마감한 직후, 이닝 교대 과정에서 롯데 쪽 덕아웃을 향하여 무언가 이야기를 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는 결국 양 팀 선수들 간에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LG 베테랑 포수 허도환 역시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주변의 빠른 제지로 양팀 선수단간에 큰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황성빈의 플레이가 켈리뿐만 아니라 상대팀 전체의 멘탈까지 흔드는 효과를 불러왔음을 확인시킨 장면이다. 동시에 이날 과감하게 황성빈을 테이블세터로 선발기용한 김태형 롯데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KBO리그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황성빈
 
▲ 전력 다해 귀루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LG 경기에서 7회 초 무사 주자 1루 상황 롯데 김민성의 중견수 플라이 아웃때 1루 주자 황성빈이 2루로 뛰어갔다 다시 돌아오고 있다.
ⓒ 연합뉴스
 
황성빈은 최근 복합적인 의미에서 올시즌 KBO리그 화제의 중심으로 자주 떠오르고 있는 선수다. 황성빈은 소래고와 경남대를 거쳐 2020년 2차 5라운드 (전체 44번)로 롯데에 지명되어 2022년부터 꾸준히 1군 무대에서 중용되고 있다. 김태형 신임감독은 기동력이 뛰어나고 투지 넘치는 황성빈을 대주자와 대수비 자원으로 초반부터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올시즌 들어 황성빈의 이름이 야구팬들에게 뚜렷하게 각인된 계기는 지난 3월 26일 KIA 타이거즈전이었다. 황성빈은 이날 KIA 선발인 좌완 양현종을 상대로 도루를 시도할 듯 말듯 투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른바 스킵 동작을 수차례 반복한 장면이 화제가 됐다.

황성빈의 현란한 다리 스텝이 마치 춤추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댄싱 페이크'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양현종은 이에 황성빈을 잠시 노려보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황성빈의 플레이는 비록 룰에 어긋난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하게 상대를 도발하는 비매너플레이라는 비판과, 문제없다는 옹호론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태형 롯데 감독조차 황성빈의 스킵 플레이가 다소 과했다고 인정하며 앞으로는 자제시키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상황을 일단 정리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황성빈의 인지도는 갑자기 크게 높아졌고 온라인에서 해당 스킵 장면을 놓고 여러 가지 패러디와 밈이 생성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KT 위즈의 야수 황재균이 KIA전에서 바로 양현종을 상대로 1루에 출루한 이후, 황성빈의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여 양현종과 팬들의 폭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한 황성빈은 지난 2023시즌에는 타격 후 상습적인 '배트투척'으로 도마에 오른 전력도 있었다. 황성빈이 스윙 이후 배트를 그라운드 방향으로 내던지는 동작이 상대 선수들에게 위협을 가할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황성빈이 잘못 던진 배트가 투수가 있는 마운드 근처에서 떨어지는 위험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출전할 때마다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일으키는 황성빈의 플레이스타일을 두고 팬들의 반응은 점점 극명하게 엇갈린다. 좋게 보면 LG전에서처럼 황성빈의 헌신적인 투지 넘치는 허슬플레이는, 팀의 사기를 높이고 경기 흐름을 전환시키는 데 꼭 필요한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치게 되면 상대를 과도하게 자극하여 벤치클리어링같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동료 선수들에게는 동업자 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초래하는 '양날의 검'이 될수도 있다. 김성근 시절의 SK나 한화, 최근 마약 혐의로 체포된 오재원(전 두산)의 현역 시절 플레이스타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마디로 아군일 때는 가장 든든하고, 적에게는 가장 얄미운 존재가 되는 것이 황성빈같은 유형의 선수들이다.

이에 황성빈은 자신의 플레이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에 대하여 "나를 보고 '열심히 안 한다'고 여기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미지가 상대 팀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내가 준비한 것을 못 하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앞으로도 지금의 스타일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당한 허슬'과 '얄미운 밉상' 사이에서 황성빈의 야구는 앞으로도 선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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