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풍부한데, 완도는 왜 장보고만 바라볼까

완도신문 정지승 2024. 4. 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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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만의 고대해양문화 정립 시급하다

[완도신문 정지승]

ⓒ 완도신문
전남 완도의 상징 인물은 장보고다. 청해진의 역사는 완도가 이미 선점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까지 입혀졌기에 어느 누구도 뺏을 수 없는 완도만의 문화자원이 됐다.

그런데, 완도 사람들은 장보고를 잘 모른다. 아이러니다. 역사기록의 박제된 활자만 줄줄 외우고 있을 뿐, 지역의 향토사를 연구하는 사람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 부서도, 어느 누구도 장보고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 통탄할 일이다.

완도군이 자랑하는 청해진의 역사에는 난해한 이야기가 많다. 장보고는 태생도 없고 사후의 역사도 없다. 느닷없이 하늘에서 완도로 툭 하고 떨어져서 국제적으로 활약했을 뿐. 그리고 청해진이 혁파되고 그것으로 장보고의 역사는 끝이다. 이 얼마나 빈약한 문화자원인가. 완도군은 찬란했던 청해진의 역사를 이렇게 허술한 역사로 만들어서 아직도 읅어 먹으려 한다. '웃픈' 현실이다. 

완도군이 내세운 장보고 상품은 최인호의 소설 <해신>에서 기인한다. 대하드라마로 인기를 누리면서 많은 관광객이 완도로 몰려왔다. 5년 넘게 완도의 상권은 활기를 띄었다. 지역민들은 아직도 그때의 영광을 잊지 못한다. 그러면서 제2의 청해진시대를 꿈꾸고 있다. 여태 만나본 지역민들의 생각이 그렇다. 

장보고를 잘 안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마저도 막연한 경외심만 가지고 장보고를 해석한다. 찬란했던 청해진의 역사를 붙잡고 마치 청해진의 시작이 완도문화의 전부인 양 자랑하고 있다. 그동안 장보고 이전의 역사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완도 사람들에게 장보고는 이미 신격화됐고, 우상화 돼 가고 있다. 
 
ⓒ 완도신문
완도에는 선사시대 유적이 많다. 완도의 모든 섬에는 선사시대 인류가 정착하며 살았다. 패총과 고인돌, 고분 등 많은 유적이 일부 조사됐다. 그러나 장보고 선양사업에만 몰두한 나머지 선사문화를 이곳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동안 조사됐던 선사유적들은 많이 훼손됐다. 지난 2022년 청산도 고인돌 유적조사와 군외면 유적조사를 다시 시행한 결과 여전히 그 훼손 빈도는 넘쳐나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고금도 고인돌공원만 보더라도 그렇다. 도로공사 중 발견한 고인돌을 한 곳에 모아 공원을 형성한 것 같다. 그것으로 끝이다. 더 이상의 연구도 없었고 확대해서 조사 발굴한 흔적도 없다. 그동안 개발행위가 수없이 진행됐고, 완도만의 고대해양사를 형성할 중요한 유적들이, 그 단서들이 하나둘씩 사라져버렸다. 

청해진에만 관심 뒀다고 해서 지역사회에서 딱히 장보고를 연구한 것도 없다. 학계를 통한 용역사와 일본에서 연구한 내용이 완도 청해진 역사의 전부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사람들의 감각이 뒤처진다. 그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봤지만, 완도만의 문화와 역사를 명쾌하게 논하는 사람을 아직 한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다는 게 의문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엉뚱한 방향으로만 지역의 문화가 자꾸 흘러간다. 

한술 더 떠서 지역사람들은 더 탄탄한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려고 자꾸 청해진 관련 유적만 조사하려든다. 정말 큰일이다.

선사시대 유적이 주변에 있어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향토사를 연구한 사람이 완도군에 여태 없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그러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완도가 변방의 역사로 낙인찍히지 않았을 것이다. 장보고 이전의 시대, 완도바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지금, 모든 학계에서 주장하는 것은 완도가 제주도나 외부로 가기 위한 기착지일 뿐이다. 그동안 완도의 섬보다는 제주도가 더 부각됐고, 중국과 일본이 더 부각된 '변방의 역사'를 누가 만들었을까? 

그것은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조금 안다고 자신했던 일명, 장보고의 후예들이다.

완도에 내려온 지 3년이 훌쩍 넘었다. 완도 문화관광에 관한 취재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눈에 들어온 것은 완도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문화유산이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무용의 것에 불과했다. 

감각이 없으니 활자로만 읊조릴 뿐, 어떠한 활용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마한의 세력이 완도 바다를 지키고 있었다며 보도를 해도 부작용으로 작용했던 사건들, 마한역사문화권 공모사업이 추진됐음에도 공모한 이력도 없었던 것, 고분들이 분포돼 있어도 장보고의 역사로 둔갑시켜 버린 것 등 막연한 경외감에 사로잡혀 뿌리 없는 역사를 만들어 간 완도문화의 선봉자라고 자신하는 이들은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선조들이 지켜온 찬란한 문화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보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전남도청에 문화융성국 TF팀이 출범한 것을 두고 학계에서는 전라남도의 큰 성과로 본다. 

5월 17일부터는 문화재청도 국가유산청으로 명칭이 바뀌어 권위가 상승된다. 국가적인 차원의 문화융성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학계의 연구는 영산강 일대를 끼고 있는 강 중심의 문화에서 이제는 해양중심의 문화로 발전한 역사를 이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양중심문화가 완도의 자원이 돼야 하는데도 이미 신안과 고흥, 여수로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다.

그것만 보더라도 완도군의 문화를 편협한 시각에서 안일하게 바라본 지역의 문화를 연구한 사람들의 실책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해양역사의 연속성과 계승돼 온 섬 문화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기에 지금 청해진의 역사는 위태롭다. 

장보고에 대한 막연한 경외감, 내용 없이 막연한 신앙처럼 변질된 청해진의 역사를 이곳에서 만난다. 외지인들 눈에 이미 장보고 동상은 마치 레닌의 동상처럼 보일 뿐이다. 정말 우습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지역 향토사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완도를 변방의 역사로 몰아가고 있는 이 모든 실책을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이러하니 장보고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겠는가. 완도만의 고대해양문화 정립 정말로 시급하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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