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혁신, 성장, 역동…한국경제 놀랍다”

임철영 2024. 4. 1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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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테 레가조니 BNP파리바 한국 대표
도로테 레가조니 BNP파리바 한국 대표 [사진제공=BNP파리바]

혁신의 힘, 견고한 성장률, 성장성과 역동성. 지난달 BNP파리바 한국지사로 부임한 도로테 레가조니 대표가 한국을 평가한 단어들이다. 우리 경제가 가진 혁신의 힘에 반해 한국에 오게 됐다고 한다. 레가조니 대표는 부임 한 달을 맞아 지난달 2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지정했는데, 선진국으로선 드물게 성장성과 역동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한국 금융시장에선 유동성과 신용상태가 중요할 것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다지만 일부 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 사이클에 진입할 수도 있어서다. 레가조니 대표는 “구조조정은 곧 더 많은 자금 수요가 발생한다는 뜻”이라며 “BNP파리바는 외국계 은행으로서 한국 금융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서 금융시장 규제 개선에 목소리 내기도 했다. 레가조니 대표는 ‘꾸준함’에 방점을 찍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려면 정책 입안자들이 지금의 노력을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이어갈 것이란 믿음을 글로벌 투자자에게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같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레가조니 대표는 유럽에서 25년의 경력을 쌓은 기업금융 전문가다. 그는 스위스 세인트갈렌 대학에서 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뒤 1998년부터 시티그룹의 스위스 기업·투자금융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9년 BNP파리바 스위스의 선임 뱅커로 합류한 후 2012년 스위스 기업금융 부문 대표를 지내고 2018년 독일 기업금융 부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 프랑스 파리 BNP파리바 본점에서 다국적 기업금융 글로벌 대표직을 맡았다. 지난달부터 BNP파리바 한국 대표를 맡아 그룹의 한국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지금껏 스위스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내에서 경력을 쌓았다.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에 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유럽에서 근무할 때 다양한 국가의 세계적 기업과 만났다. 당연히 한국 기업과 협업할 기회도 많았다. 글로벌 ESG 밸류체인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온 지구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가운데 한국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나 미래 지향적 기술 같은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BNP파리바는 ESG금융을 중시하는 만큼 한국과 전략적 적합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국 기업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이나 전기차 같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또 전 세계로 보내지 않나. 한국의 ESG금융 수준이 아시아 내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고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장기적으로 유럽 국가들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하다. 요즘 유럽에선 녹색 에너지와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산업이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이 지난 몇 년간 상당한 (경제적) 역풍을 겪은 건 맞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물론 유럽중앙은행(ECB)도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 점진적인 경제 정상화를 향한 첫걸음이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올해 한국은 수출 회복을 중심으로 성장여건이 개선되고, 근원인플레이션은 2% 내외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경제가 가진 혁신의 힘은 늘 흥미로웠다. IMF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지정했는데, 선진국으로선 드물게 성장성과 역동성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이자 긴축경제 시대였던 지난해 한국은 1.4%라는 견고한 성장률을 보여줬지 않았나.

-어려움을 겪는 산업·기업도 있을 텐데.

▲일부 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 사이클에 진입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은 곧 더 많은 자금 수요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올해 한국 금융시장에선 유동성과 신용상태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실적이 악화된 금융사가 많다.

▲대부분 외국계 은행처럼 BNP파리바 또한 현지 부동산PF에 개입하지 않는다. 다만 글로벌 긴축 국면에 들어선 뒤 한국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점은 알고 있다. 부동산PF 구조조정이 이뤄질수록 자금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BNP파리바는 외국계 은행으로서 한국 금융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겠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금융사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편이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젝트가 도움이 될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중요한 목표다. 다만 정책 입안자들이 지금의 노력을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이어갈 것이란 믿음을 글로벌 투자자에게 줘야 한다. 세액공제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같은 노력 말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길을 꾸준히 걸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으면 된다.

-외국계 은행으로서 한국 정부에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시장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 금융시장이 성장하려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한국 투자자도 글로벌 시장에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면서 시장을 국제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춰 시장구조 개혁에 나선 만큼 이미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의제로 알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금융사가 한국 기업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속도가 비교적 느렸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국 금융사들이 해외에서,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민간·공공 부문 투자를 고려할 때 한국 금융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활발히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해외 순자산은 머지않아 1조달러(1400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BNP파리바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속적인 유동성 지원은 물론 최첨단 거래·실행 플랫폼도 제공한다. 신시장을 개발하려는 고객사를 위해 그동안 현지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했고 현지 규제와 정치권도 깊이 이해해 온 덕이다.

도로테 레가조니 BNP파리바 한국 대표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지난달 19일 여성 임직원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레가조니 대표는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싸워 온 이야기를 공유했다. [사진제공=BNP파리바]

-BNP파리바가 1976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첫 여성 대표다.

▲BNP파리바는 다양성·공정성·포용성에 주목한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고위 관리직 중 40%를 여성으로 채우고, 정보기술(IT)·디지털 직무에 더 많은 여성을 뽑으려고 한다. 여성들이 특기와 경험, 욕심을 토대로 커리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한국에서도 많은 여성 대표가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롤모델이다. 앞으로 이들과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물론 남성들과도 함께할 것이다. 다양성은 중요하니까.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현재 해외 진출 지원과 에너지 전환, 전기차 밸류체인 구축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지사의 사업을 발전시키고 한국 안팎의 고객사를 지원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BNP파리바는 유로존에서 가장 저명한 은행으로 64개국에서 18만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금융사다. 고객사가 금융 문제를 의뢰한다면 BNP파리바는 금융상품을 포함한 다양한 금융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원스톱’ 은행으로서 전통적이면서도 혁신적인 해결책을 선보이겠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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