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키 화장한 듯한 얼굴… 2010년 정체 밝혀진 ‘가부키 증후군’

임민영 기자 2024. 4. 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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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두 과학자는 환자의 외형이 마치 일본 전통 연극인 가부키에서 쓰이는 무대 화장과 비슷해 병명을 '가부키 증후군'으로 정했다.

지난 2010년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가부키 증후군 환자 중 약 75%에서 KMT2D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부키 증후군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병해서 예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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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병이?]
가부키 증후군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여러 외형적인 특징과 장애가 나타나는 유전 질환이다./사진=Genetic and Rare Diseases (GARD) Information Center​s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가부키는 음악과 무용, 기예가 어우러진 일본의 전통 연극이다. 오늘날 가부키는 무대 분장으로 인해 많이 알려졌는데, 마치 가부키 화장을 한 듯한 외형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가부키 증후군(Kabuki Syndrome)’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부키 증후군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여러 외형적인 특징과 장애가 나타나는 유전 질환이다. 이 질환은 1981년 일본 과학자 요시카주 쿠로키, 노리오 니카와에 의해 발견됐다. 두 과학자는 환자의 외형이 마치 일본 전통 연극인 가부키에서 쓰이는 무대 화장과 비슷해 병명을 ‘가부키 증후군’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 질환의 원인은 30년 넘게 밝혀지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KMT2D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0년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가부키 증후군 환자 중 약 75%에서 KMT2D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KMT2D 유전자는 12번 염색체의 장완(동원체를 중심으로 긴 부위)에 위치한다. KMT2D 유전자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을 만들 때 중요하다. 그런데 KMT2D 유전자가 변이되면 신체 장기와 조직의 특정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해 가부키 증후군이 발생하게 된다. KMT2D 유전자 변이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된다. 그리고 2012년 벨기에의 한 연구팀은 가부키 증후군의 3~5%가 KDM6A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도 KMT2D 유전자처럼 유전자의 발현에 중요하다.

가부키 증후군 환자들은 눈썹이 넓고 길게 자라고, 눈꼬리가 길고 눈 앞머리보다 높을 때가 많다./사진=Kabuki Syndrome Foundation

가부키 증후군은 유전 질환이라 태어날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지만, 간혹 몇 년 뒤부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부키 증후군 환자들은 모두 뚜렷한 얼굴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환자들은 눈썹이 넓고 길게 자라고, 눈꼬리가 길고 눈 앞머리보다 높을 때가 많다. 안검하수나 사시가 있는 환자도 있다. 그리고 컵 모양의 큰 귓바퀴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약 40%가 만성 중이염 등으로 인해 청력 손실을 겪는다. 가부키 증후군은 지적 장애가 동반될 때가 많다. 이외에도 골격계 기형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들은 척추가 휘거나 손가락과 발가락이 짧은 편이다. 그리고 또래보다 성장이 더딘 모습도 보인다. 가부키 증후군 환자의 약 25%는 신장이나 요로 기형을 겪는다. 신장 위치가 정상적이지 않거나 수신증(콩팥에서 요관과 방광으로 내려가는 길이 막혀 콩팥의 신우와 신배가 늘어나 있는 상태)이 나타날 수 있다.

가부키 증후군 환자들은 모두 뚜렷한 얼굴 특징을 가지고 있다./사진=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University of Washington​
가부키 증후군은 완치법이 없다. 환자들은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진행하는데, 여러 골격계 이상이 있다면 물리 치료 등을 통해 근육을 단련시키고 교정할 수 있다. 환자들은 여러 신체 이상을 보여서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치과, 순환기내과 등의 협진이 필요할 때가 많다. 가부키 증후군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병해서 예방할 수 없다. 게다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가부키 증후군이 있다면 여러 신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

국내에서 가부키 증후군은 故 김광석의 자녀가 앓았다고 밝혀지면서 알려졌다.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가부키 증후군은 현재까지 약 400건 정도 보고됐다. 또한, 첫 사례는 일본에서 발견됐지만 여러 인종과 국가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부키 증후군의 첫 사례는 일본에서 발견됐지만 여러 인종과 국가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Indian Pediat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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