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홀로 5시간 넘어가면 ‘불안’… 정신건강 관리 필요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4. 4. 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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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에게 묻다]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 이우장 원장
사람보다 생이 짧은 동물 특성상 사람의 ‘몇 시간’은 동물에게 ‘며칠’이다. 2023년 KB 국민은행의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약 80%가 하루 5시간 이상을 홀로 보낸다. 1인 가구가 많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이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짧은 생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데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러나 맛있는 간식과 장난감을 사주는 것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덴 한계가 있다. 감각을 만족시키는 데서 그치지 말고, 혼자 있을 때도 반려동물이 불안과 우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마인드풀 펫 케어(Mindful Pet Care)’가 필요하다.

사람과 언어적 소통이 불가능하므로 동물의 심리상태는 행동을 통해 추측해야 한다. 이에 ‘반려동물 행동치료’는 행동 분석을 통해 반려동물의 심리를 파악하고, 적절한 도움을 제공해 문제 행동을 교정한다. 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의 이우장 원장(건국대 수의학과 동물 행동과 치료 겸임교수)에게 반려동물 정신건강 관리법을 물어봤다. 

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 이우장 원장​/사진=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 제공
- 반려동물 행동치료란 무엇인가
행동치료는 반려동물의 문제행동을 분석해 원인을 파악한 다음 이를 해소하는 것이다. 치료 첫 단계인 행동분석에는 여러 가지 자료가 활용된다. 우선 행동치료를 의뢰한 보호자가 분석 검사지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반려동물의 문제행동이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호자가 특정 해결책을 시도해봤을 때 반응이 어땠는지 등을 조사한다. 이후 행동 양상 평가를 통해 반려동물이 어떤 상황에서 문제행동을 보이는지 파악한다. 문제행동을 찍어놓은 영상을 참고하기도 한다. 분리불안의 경우 보호자 외출 5분 전부터 외출 후 20분까지 반려동물의 모습을 찍은 영상이 있으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자료를 분석하면 원인이 나온다. 원인에 따라 치료 계획과 치료법의 유형도 다르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행동 수정’을 꼽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문제가 되는 행동을 더 바람직한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람을 지나치게 반긴 나머지 온몸으로 달려드는 개가 있다면 ‘기다려’ 훈련을 하는 식이다. 공격성이 지나치게 강한 개라면 행동 수정을 하면서 입마개 같은 보조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 항불안제 투약 등 약물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나
약물치료도 행동치료의 한 전략으로 사용된다. 반려동물의 심리 자체가 불안정하다면 행동 수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반려견이 산책하며 마주친 낯선 개에게 위협을 느껴 과도하게 짖는다면, 단순히 못 짖게 훈련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불안에서 비롯된 문제 행동은 행동 너머 심리를 달래야 잦아든다. 사람은 심리 상태가 불안정할 때 미술치료나 인지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 심리 안정에 도움되는 성분을 담은 영양제를 먹여본 다음, 그래도 불안이 잡히지 않으면 항불안제 등 약을 처방해야 한다.

- 수의사가 직접 하는 행동치료는 어떤 장점이 있나
법적으로 동물에게 약물치료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수의사에게만 있다. 이에 수의사는 일반적인 동물행동치료사와 달리 ‘약물치료’라는 치료법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 꼭 처방약이 아니어도 심리 안정 성분을 담은 영양제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사용할 수도 있다.

- 치료 의뢰가 가장 흔한 사유는 무엇인가
강아지의 경우 불안, 그중에서도 분리불안이 가장 흔하다. 보호자와 떨어졌을 때 극도의 불안감을 느껴 과도하게 하울링하거나 짖는 것이다. 이웃에서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안절부절못하다가 집안을 잔뜩 어지를 때도 있다.

고양이는 불안과 스트레스로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정해진 화장실 안에서만 대소변을 보는 게 고양이의 일반적 습성인데도 화장실 바깥에 대소변을 눈다든지, 털을 과도하게 핥거나 뽑는 ‘오버그루밍’을 하는 식이다.
사진=동아제약 제공
- 약물치료 전에 영양제를 사용해볼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떤 성분이 심리 안정에 도움되나
마인드풀 펫 케어를 시도하는 보호자들에게 내가 주로 추천하는 성분은 ▲L-테아닌 ▲L-트립토판 ▲락티움(알파에스1카제인, αS1-casein)의 세 가지다. 이 셋은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L-트립토판은 ‘행복 호르몬’이라 알려진 멜라토닌의 전구 물질이고, L-테아닌은 긴장과 불안 완화에 좋은 성분이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극심한 반려동물 28마리에게 8주간 락티움 포함 식단을 급여한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량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직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해보지 않았거나 반려동물이 너무 어릴 땐 항불안제를 처방하기 전에 영양제부터 사용해본다. 개체마다 편차가 있지만, 심리 안정 성분을 복용했을 때 진정되는 반려동물들이 분명히 있다. 영양제를 오래 섭취했는데도 별 효과가 없다면 항불안제가 필요하다. 분리불안으로 인해 심하게 짖거나 자해하는 경우 행동 교정이 당장 필요하므로 마인드풀 펫케어 영양제를 급여하면서 약물치료를 바로 시작하기도 한다.

- 수의사에게 행동치료를 받기 전에, 보호자가 영양제를 자체 급여해봐도 되나
영양제는 수의사 처방 없이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건강을 관리할 겸 급여해도 문제는 없다. 물론, 영양제에 든 성분이 심리 안정에 도움된다는 근거가 명확히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말은 동물도 예외가 아닌 만큼 면역력 강화 성분도 보탬이 될 수 있다.

기능성 성분의 함량을 정확히 밝히고 있는지도 살피는 게 좋다. 반려동물 영양제는 현행 사료관리법상 보조사료 또는 배합사료로 분류된다. ‘반려동물 영양제’에 관한 법 규정이 아직은 미흡해, 영양제라 주장하지만, 사실은 간식 수준인 제품이 많다. 조단백질, 조지방, 칼슘, 인 등 일부 성분을 제외하면 기능성 성분의 함량을 공개하는 것도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다. 일부 업체만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상태다. 또 좋은 성분이어도 반려동물이 먹길 거부하면 소용이 없으니, 기왕이면 기호성 테스트를 마친 제품을 택하는 게 좋다.

- 반려동물의 분리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1인 가구 보호자가 해야 할 행동은
욕구 불만을 해소하면 분리불안도 줄어든다. 반려견의 경우 보호자 외출 전에 충분히 산책시키는 게 좋다. 보호자가 집을 비우기 전에 간식을 집안 곳곳에 숨겨놓고 찾아 먹게 하는 ‘노즈 워크’도 도움된다. 반려견이 간식을 다 찾아 먹은 후에 또다시 불안해한다면 불안 강도가 큰 것이니 심리 안정 영양제를 급여해보는 게 좋다. 고양이는 산책하지 않으니 사냥놀이를 충분히 해 주면 된다. 노즈워크를 해볼 수는 있지만, 사냥놀이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앞서 언급했듯 동물병원에 와서 수의사에게 항불안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다녀올게’ 인사하는 등 외출한다는 신호를 대놓고 주지 말아야 한다. 눈치가 빠른 반려동물들은 보호자가 열쇠를 집거나 가방을 챙기는 것만 보고도 외출할 것을 안다. 그 신호를 보고 바로 불안해할 수 있다. 이 경우, 외출 신호를 뒤섞는 게 도움된다. 열쇠를 집어든 후 바로 나가는 게 아니라, 열쇠를 챙기고 다시 의자에 앉아서 밥을 먹다가 불시에 나가는 것이다. 평소 알던 외출신호가 아니므로 불안도 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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