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철도원 삼대’ 1년 반 만에 완성… 부커상 꼭 받고 싶다”

김남중 2024. 4.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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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77세 완성, 81세 부커상 최종후보로
영등포 중심으로 민담적 세상 그려
600살 팽나무 등 세 작품 더 쓸 생각
황석영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철도원 삼대’ 부커상 최종후보 지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창비 제공


황석영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가 올해 영국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6편에 포함됐다. 황석영은 77세에 완성한 소설로 81세에 부커상 후보가 되었다. 그는 앞으로 세 작품을 더 쓰겠다고 한다.

황석영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철도원 삼대’에 대해 “온라인 잡지에 연재한 소설인데 매주 2회, 한 번에 25매씩 1년 반에 걸쳐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연재 당시 그의 나이는 이미 70대 중반이었다. 그런데 “신나게 썼다”고 한다. 황석영은 “제 영등포 유년 시절을 쓴 것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쓰면서 즐거웠던 작품”이라며 “특히 소설 속 홍수 부분이라든가, 돼지 기르는 장면 같은 건 신난다 그러면서 쓴 대목들이다”라고 말했다.

‘철도원 삼대’의 주무대는 서울 영등포다. 영등포는 황석영 가족이 1947년 월남해 정착한 곳이고, 황석영이 유소년기 대부분을 보낸 곳이다. 황석영은 “영등포를 중심으로 한 민담적 세상을 그려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민담은 황석영의 후반기 문학을 대표하는 키워드다. 1989년 방북 사건으로 수감되고 석방돼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한 1998년 이후 황석영의 후반기 문학이 시작되는데, 그는 자신의 후반기 문학을 ‘민담적 리얼리즘’이라고 규정해 왔다.

황석영은 “나의 전반기에는 동료 작가나 평론가들의 영향 속에서 리얼리즘에 입각한 소설을 많이 썼다. ‘객주’나 ‘한씨연대기’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후반기에는 민담이나 판소리, 무속, 연희 등을 동원해 소설의 문장이나 서사 방법, 형식 등을 실험하는 기간을 죽 이어왔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라틴 아메리카 소설들의 마술적 리얼리즘과는 다르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민담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도원 삼대’에서도 꿈이나 환각 등이 사용된다. 온라인 연재 당시 이 소설의 제목은 ‘마터2-10’이었다. 한국전쟁 중 인민군이 군수물자 수송용으로 쓰다가 버린 산악형 증기기관차 이름이다. 이 기관차를 제목으로 쓴 것은 소설이 철도 노동자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고공농성을 하는 현재 노동자의 모습으로 시작해 근현대 철도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데려간다.

황석영은 “우리 근현대문학에서 장편의 형식으로 근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 소설은 드물다”면서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100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지난해 ‘Mater 2-10’이라는 제목의 영문판으로 출간됐고,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수상작은 다음 달 21일 발표된다. 황석영은 “그동안 10여 차례 국제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것 같다. 르 클레지오, 오르한 파묵 등이 함께 경쟁하던 후보들이었다”며 “이제는 국제 문학상을 받을 타이밍은 끝난 줄 알았는데, 부커상 후보가 돼서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이번엔 내가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에 겐자부로, 필립 로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이 모두 지금 내 나이인 만 81세에 절필 선언을 했다. 그렇게 보면 나는 운이 굉장히 좋다”며 “앞으로 세 작품 정도를 더 쓸 생각”이라고 얘기했다.

우선 일본군과 미군의 군사기지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모두 소개된 마을에 혼자 남은 600년 넘은 팽나무의 이야기를 담은 ‘할매’(가칭)라는 소설을 준비 중이다. 홍범도 장군이 카자흐스탄에서 보낸 마지막 3년에 대한 소설,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의 35년에 걸친 도망자 인생을 그린 소설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황석영은 아마 근대를 주제로 해서 근대 극복과 수용이라는 걸 자기의 일감이나 사명으로 생각하고 그 언저리에서 일하다 죽은 작가다, 이렇게 규정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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