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기술은 오롯이 제작자의 몫"... 반클리프 아펠 시계가 남다른 이유 [더 하이엔드]
반클리프 아펠은 한 세기를 넘긴 하이 주얼리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최고급 시계 역시 주얼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독창성 때문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다른 브랜드에 없는 메커니즘을 시계에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계를 캔버스 삼아 이야기를 더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중추 역할을 하는 무브먼트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명품 시계와 다른 점이다.
“메커니즘을 가리는 것은 온전히 우리 선택이다.” 지난 1월 스위스 제네바 외곽에 자리한 반클리프 아펠 시계 워크숍에서 만난 라이너 베르나르(Rainer Bernard)는 이 점을 강조한다. 그는 워치메이킹 부문 연구 개발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부품을 드러내지 않는 건 사람들이 오페라 관람 시 커튼 뒤에 가려진 조명 등 장치는 생각하지 않고 무대 위 주인공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서사 담은 남다른 시계 창작
반클리프 아펠은 지난주에 열린 2024년 워치스앤원더스 시계 박람회를 통해 베르나르가 말한 브랜드의 독창성을 드러내는 시계 여러 점을 내놨다. 워치메이킹에 대한 방향성과 정체성을 담은 제품이다.
새 시계를 아우르는 전체 주제는 ‘매혹적인 시간을 완성하는 예술적 기교(Metiers d’Art)’다. 보석 세팅, 미니어처 에나멜 페인팅, 인그레이빙과 같이 브랜드가 보유한 여러 장인 기법과 시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메커니즘을 합친 시계를 망라했다. 최고 경영자 겸 회장인 니콜라 보스(Nicolas Bos)는 “장인정신은 브랜드가 전개하는 모든 이니셔티브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라며 “제품을 정의하고, 전통 기법과 혁신을 하나로 이어준다”라고 밝혔다.
다이얼 위 나비가 날갯짓하다
포에틱 컴플리케이션(Poetic Complications)은 반클리프 아펠을 대표하는 컬렉션 라인업이다. ‘시적인 이야기를 담은 시계 메커니즘’ 정도로 해석하면 좋다. 케이스 지름 38㎜의 ‘레이디 아펠 데이 앤 나잇’과 33㎜의 ‘레이디 데이 앤 나잇’은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의 의미를 잘 드러낸, 올해 가장 주목할 제품이다. 지평선 위에 보이는 해와 달의 움직임을 24시간 회전 디스크를 사용해 표현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시곗바늘이 회전하는 동안 해와 달이 있는 디스크도 느릿하게 움직인다. 정오가 되면 자개로 만든 지평선 아래로 달은 숨어버리고, 반대로 자정이 되면 해가 사라진다.
온-디맨드(on-demand) 오토마통 메커니즘을 적용한 ‘레이디 아펠 브리즈 데떼’ 시계도 내놨다. 사용자가 원할 때마다 다이얼 위 장식 일부가 움직이며 생동감을 주는 메커니즘이다. 여러 가지 에나멜링 기법을 쓰고 유색 스톤을 세팅한 꽃과 나비로 채운 다이얼은 작은 정원을 떠오르게 한다. 나비는 시간 흐름에 따라 다이얼 상단에 놓인 인덱스를 따라 회전하며 시곗바늘 역할을 한다.
복잡한데 얇게 만드는 게 실력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은 이처럼 해와 달이 뜨고 지는 모습이나 봄바람에 흔들리는 꽃의 움직임 등을 동전만 한 다이얼에 담아낸 컬렉션이다. 시계에 탑재한 무브먼트는 모두 베르나르가 이끄는 워크숍에서 개발된다. 그는 “오토마통 워치를 개발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공간의 제약”이라며 “기능을 많이 넣을수록 시계가 두꺼워지는데 이는 반클리프 아펠이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예로, 레이디 아펠브리즈데떼 시계의 다이얼은 메인 다이얼·꽃·나뭇잎·나비 등 5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온-디맨드오토마통 기능을 위한 무브먼트 모듈도 필요하다. 손목에 차는 시계이기 때문에 모든 부품을 작고 얇게 만들어야 하는 데다 유연하게 작동도 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반클리프 아펠의 실력이다.
반클리프 아펠의 장인정신은 워크숍 내 장인이 보유한 수공예 기술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엑스트라오디네리 다이얼(Extraordinary Dials) 컬렉션으로 이어진다. 브랜드의 상징인 요정 모티프가 햇빛과 달빛 가득한 꽃밭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아낸 ‘레이디 아펠 데이 앙샹떼’와 ‘레이디 아펠 나잇 앙샹떼’는 또 다른 수작이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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