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 젖소'가 바빠졌다…저출산에도 매출 7배 오른 이 우유

김경미 2024. 4.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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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우유 진열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저출산이 장기화되면서 우유 시장이 바뀌고 있다. 유아동 소비자가 계속 줄자 유(乳)업체들이 소화·흡수에 초점을 맞춘 A2 우유나 식물성 우유 등 프리미엄 성인 우유 시장으로 시선을 돌린 것. 다만 일반 우유보다 40% 가량 비싼 가격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근 유한건강생활은 국내 최초 A2 우유인‘뉴오리진 a2우유’를 GS리테일의 편의점·슈퍼마켓인 GS25와 GS더프레시에서도 판매하기로 했다. 지난 2018년 출시된 뉴오리진 a2우유는 유한건강생활이 호주 유가공 기업 ‘a2 밀크 컴퍼니’와 손잡고 만든 제품이다. 초창기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 e커머스에서 판매됐던 이 제품은 입소문을 타고 4년간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넘겼다. 최근에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로 판매처를 늘렸다.

유한건강생활 관계자는 “저출산 충격으로 흰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뉴오리진 a2우유는 전년 대비 약 7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며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한건강생활의 헬스&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뉴오리진이 판매하는 ‘a2우유’와 ‘a2분유’. 사진 유한건강생활


A2 우유 뭐길래


일반 우유는 A1·A2 단백질을 모두 함유했는데, A2 우유는 오로지 A2 단백질로만 구성된다. A1 단백질은 A2 단백질과 비교해 알러지 유발 물질인 ‘베타 카소모르핀-7(BCM-7)’을 최대 4배 더 많이 방출하기 때문에 배앓이 등 장내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A2 단백질만 포함한 우유는 유당을 걸러낸 락토프리 우유보다 소화 흡수가 더 잘된다는 것이 유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우유 섭취 후 중증도 이하의 소화불량 불편함 있는 한국인의 경우 A2 우유가 소화개선, 장내 유익균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A2 단백질은 모유의 단백질 구조와 유사해 뇌 기능 향상과 칼슘 흡수에 도움을 준다는 일부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햐얏트 호텔에서 열린 서울우유협동조합 A2플러스 우유 출시 행사장에 제품이 전시돼 있다. 뉴스1


서울우유 “2030년까지 A2 원유로 다 바꾼다”


유업계는 A2 우유를 통해 성장 정체에 빠진 우유 시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유 소매시장은 2조6181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1.9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은 지난 8일 A2 원유로 만든 ‘A2플러스 우유’를 출시한 데 이어,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A2 원유로 생산하겠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A2 원유는 100% A2 단백질만 가진 젖소에게서 얻을 수 있는데, 이런 형질의 소는 전 세계 젖소의 약 30%에 그친다.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은 “2020년부터 약 80억원을 투자해 A2 원유 생산을 위한 형질 검사를 하고 전용 목장을 구축했다”며 “국내 우유 시장의 새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주원 기자


연세우유도 지난해 10월 ‘세브란스 전용목장 A2 단백우유’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 중이다. 홈플러스와 연세우유 온라인몰에서 구매 가능한데, 지난 연말에는 주문량이 급증하며 물량 부족으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다만 높은 가격은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서울우유의 일반 제품은 단위가격(1㎖)이 4.1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새로 내놓은 A2플러스는 이보다 약 40% 비싼 5.6원이기 때문이다. 서울우유 측은 “생산량 증가에 따라 가격은 점차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A2 우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물성 우유 찾는 2030 소비자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매일유업의 대용량 음료들. 2023.6.23 scap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유업계가 공들이는 또다른 프리미엄 제품은 식물성 우유(대체유). 귀리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들었지만 맛은 우유와 비슷하다. 초기엔 콩으로 만든 두유가 유일했지만 최근에는 귀리, 아몬드, 코코넛, 캐슈너트 등 다양한 곡물과 견과류로 재료를 확대 중이다. 지난해 우유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 비건(채식주의) 열풍과 맞물려 관련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식물성 대체유에 가장 공들이는 기업은 매일유업이다. ‘아몬드브리즈’, ‘어메이징 오트’ 등 매년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빙그레는 식물성 원료로 자사 대표 상품인 바나나맛우유의 맛을 낸 ‘식물성 바유’를 선보였고 남양유업도 ‘아몬드데이’를 출시하며 대체유 시장에 뛰어 들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비건 음료로 자리 잡은 아몬드브리즈와 어메이징 오트는 지난 2월 CJ올리브영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제품만 선보이는 ‘트렌딩 나우존’에 입점했다”며 “2030 소비자들 사이에서 식물성 음료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소비 확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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