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청조 사칭수법 안통한다…'파라다이스'도 대기업집단

정진호 2024. 4. 19.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지노‧호텔 사업을 하는 파라다이스그룹과 방탄소년단(BTS)·뉴진스 등이 소속된 하이브가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될 예정이다. 보험사인 현대해상, 룰루레몬‧노스페이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영원무역 등도 지정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 소속 그룹 뉴진스가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인천공항본부세관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산총액 5조원 넘어 ‘공식 대기업’


18일 업계 등에 따르면 파라다이스와 하이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총수 일가를 비롯한 계열사 전체 자산이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신고했다. 공정위는 다음 달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이들 기업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막판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이 5조원이 넘으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해당한다.

대기업집단은 동일인(총수)은 물론, 그 특수관계인(친족 및 임원)의 주식 보유 현황에 대해서도 공시해야 한다. 2022년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총수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 그 자녀까지도 특수관계인에 포함된다. 파라다이스의 친족 현황 등이 드러나면 ‘제2의 전청조’ 사태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지노 사업으로 규모를 키운 파라다이스는 이전까지 총수 일가의 대외 노출이 적고,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 전청조·전준주(왕진진) 등 사기꾼의 주된 사칭 대상으로 이용돼왔다.

파라다이스그룹 혼외자를 사칭해 30억원대 사기 혐의를 벌인 전청조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해상·영원무역·대명소노 포함


파라다이스·하이브 외에 현대해상, 영원무역, 대명소노 등도 대기업집단 지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2차전지 관련 기업인 원익도 자산총액이 5조원 안팎에 걸쳐있다. 공정위는 다음 달 지정 발표 전까지 변동사항이 있는지 자료를 검토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정과 관련해 확정된 바는 없다”며 “기업집단이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엔터회사로는 첫 번째 대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하이브는 플레디스, 쏘스뮤직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하는 등 규모를 키워오면서 최근 사업보고서 기준 자산 규모가 5조3457억원으로 늘었다. 지정이 이뤄지면 K-팝 산업의 글로벌 성장에 힘입어 엔터회사가 대기업으로 공식 인정받는 셈이다.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던 현대해상의 경우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으로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자산총액이 8조원대로 대폭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기업집단 순위에서 보험 회사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리조트‧레저 사업이 주력인 대명소노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회복하면서 자산이 늘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5조 기준’ 15년 동일…규제 대상만 늘어


기존에 중견기업급으로 분류되던 기업이 대기업집단에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정 기준 상향에 대한 요구도 거세질 예정이다.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부 재벌기업을 규제하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김영옥 기자

실제 대기업집단 지정 첫해였던 1987년엔 지정 회사가 32곳에 불과했다. 2009년 지정 기준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확정됐을 때만 해도 해당하는 대기업집단은 48곳이었다. 경제 규모는 성장하는데 기준은 15년간 그대로다보니 지난해 대기업집단은 82곳까지 늘었다. 올해는 이보다 늘어 90여곳에 육박할 예정이다.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이 무한정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자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국내총생산(GDP)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데다 여소야대 지형으로 인해 규제 완화에 해당하는 GDP 연동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은 법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내·외국인 구분 없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총수 지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규제심사에 막혀 있다. 현재 쿠팡의 총수는 쿠팡 법인으로,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의장은 대기업집단 규제의 처벌 대상에서 빠져있다.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올해도 나올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심사를 빨리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