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이제 혁명적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22대 총선의 과정과 결과는 한국 정치의 환부를 전부 드러냈다. 이의 본격적인 수술과 치료를 모색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헌법과 정치 개혁이 중요하다.
먼저 공천 과정의 혁명이다. 당연히 주권자가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 더 이상 당 지도부에 의한 위로부터의 공천을 지속해선 안 된다. 아래로부터의 공천이 제도화하지 않는다면, 아무나 아무 지역에 꽂아서 출마하게 된다. 나아가 주민의 대표 및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독립성과 자율성보다는 친(親)·비(非)·반(反) 같은 수식어가 붙는 파당인의 위치와 역할이 너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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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대 총선, 비례·대표성 왜곡 극심
정치 개혁 외면한 여당의 자업자득
제도적 리스크와 개인 리스크 결합
선거·정당·헌법 혁명적 개혁 절실
」
대표성·비례성·등가성 보장을 위한 선거제도 혁신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민주화 이후 21대까지 총선의 사표(死票)는 전체 투표의 49.3%에 달했다. 유효표는 단지 50.7%였다. 주권의 절반이 행사 즉시 사표가 된 것이다. 게다가 제1당의 의석율은 득표율보다 평균 9.9%포인트나 높아 거의 30석이 초과 의석이었다. 지금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득표 차이는 8.4%포인트(49.9% 대 41.5%)에 불과했으나, 의석수 차이는 79석(163석 대 84석)이 됐다. 8.4%는 겨우 21석에 값할 뿐이다. 득표수 대비 1당은 14.53%의 의석 이득을, 2당은 8.3%의 의석 손해를 본 셈이다. 22대 총선도 같다. 사표는 41.52%에 달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는 5.4%포인트(50.5% 대 45.1%) 차이였으나 의석수는 71석이나 차이(90석 대 161석) 났다. 5.4%는 단지 14석에 값한다.
의석과 권력 배분이 ‘민심 그대로’ 반영되려면 이토록 큰 사표와 의석 불비례는 바로잡혀야 한다. 이를 위해 특별히 보수정당의 혁명적 의식 전환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개혁과 정치개혁을 위한 국회 특위 기간, 민의를 반영하고 표의 비례성·대표성·등가성을 지키기 위해 ‘연동형’을 받아들이라는 설득에도 국민의힘 계열 의원들은 난공불락이었다. 여러 객관적 선거 지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표심 왜곡방지와 민주주의 원리는 고사하고라도, 왜 자해적 선택인 연동형 반대와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이중·삼중의 악수(惡手)를 선택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영남당·부자당·노인당 추세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지표를 무시하는 비민주적, 반과학적 선택이었다. 그 자업자득이 이번 총선 결과다.
22대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 대표의 본질에 합당한 의석은 2석(개혁신당)에 불과하다. 나머지 44석은 지역구 후보가 없는 위성정당이나 단독정당·가설정당의 의석이다. 대체 무엇과의 연동이고 비례인가? 즉 44석은 지역구 표심과 의석의 불비례성을 보정하는 비례대표 제도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역대표와 비례대표 간 최악의 불비례·불연동 선거가 아닐 수 없다. 화급히 바로잡혀야 한다.
표의 등가성·대표성·비례성 및 정확한 민심 반영을 위한 선거·정치개혁은 권력구조 개혁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선진국 한국은 이제 나라이건, 국민이건, 정당(여당)이건, 더 이상 ‘대통령제 리스크’와 ‘대통령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갈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전자는 ‘제도’ 리스크이고, 후자는 ‘인물’ 리스크다. 최근 들수록 제도 요인과 인물 요인이 만나서 한국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불안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 위험 요인으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애국자라면 진영을 넘어 함께 직시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탄생한 모든 대통령의 득표율은 유효투표 대비 평균 44.65%, 선거인 수 대비 34.03%였다. 유효 투표의 절반 이상이 반대표 내지는 사표였다. 전체 선거인을 따지면 3분의 1 지지에 불과하다. 대화와 타협이 절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승자 독식을 지속한 결과 한국은 최고 갈등 국가가 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최소 비율 및 득표 차인 0.73%포인트, 24만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런데도 대화·타협·협치 거부와 일인독주·승자독식 정치를 고수하다 통치 불능 상태에 가까운 심판을 받고 말았다.
선진 한국의 자율성과 다양성, 창의성과 가능성이 더 이상 한 제도와 한 사람에 의해 좌우돼선 안 된다. 대통령 선거는 결선 투표를 도입해 대표성을 높이고 연립·연합정부의 경로를 열어놓아야 한다. 동시에 지지 민심의 크기만큼만 권력을 행사하도록 일체의 승자 독식과 대권 요소를 철폐해야 한다. 인사 및 정책의 독임과 전횡, 초법성과 불가예측성을 제거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수다. 총리의 국회 복수 추천, 국무회의 의결기구화, 장관 임명동의제는 그 최소 요건이다.
행정권과 입법권, 최고 행정권자와 최고 입법권자가 서로 다른 상황을 맞아 22대 국회는 정책 연합과 입법 연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꼭 그리해야 한다. 나아가, 주권자의 민심만큼만 권력을 획득하고 배분하고 행사하는 정치개혁을 위한 혁명적 결단과 행동도 함께 기대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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