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전쟁과 자산 시장의 역설
미국 물가가 불안하다. 3월 생산자물가는 기대를 하회했으나 소비자 물가는 예상을 넘었다. 그간 미국 금리 인하 전망이 김칫국부터 먼저 마신 것 같다.
주식과 채권 가격은 통상 반대로 움직인다. 경기가 좋으면 기업 수익성 개선으로 주가 강세가 나타난다. 자금 수요가 늘어 채권을 많이 찍어 금리가 오르고 채권값은 내린다. 이런 관계가 높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맞지는 않는다. 지난해 11월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한 후, 반락하자 주식과 채권 가격은 함께 올랐다. 물가 불안 우려로 국채 금리가 다시 폭등하자 두 자산은 같이 내렸다.
국제 석유거래는 보통 달러로 표시한다. 달러 값이 상승하면 유가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달러와 유가 간 이런 부(負)의 상관관계도 약화하고 있다. 고용 및 소매판매 호조와 유가발(發) 물가 불안으로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늦춰져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다. 게다가 중동 전쟁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상호 타격으로 옮아가 달러 수요를 늘렸다.
달러가 강세면 금값은 대개 하락한다. 달러가치 상승으로 살 수 있는 금의 양이 많아서다. 아이러니하게도 달러 강세 속에 금값은 사상 최고치다. 미국 금리 인하 전망으로 달러 약세를 미리 반영하던 차에 확전 가능성이 불을 붙였다.
미국 금리 인하 시기는 오리무중인데 자산가격 간 역설이 발생해 혼란스럽다. 이런 불확실성 가운데 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연내 3회 인하하겠다던 말은 믿을 수 있나?
스위스가 금리 인하의 방아쇠를 당겼다. 시장은 그간 유럽중앙은행(ECB)이 Fed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거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이 더해 달러 강세가 오래갈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 도사리고 있다. 여하간 올해 주요국 기준 금리가 내려가길 바란다. 그럼에도 옛날 같은 저금리 시절은 오지 않을 것만 같다. 금융 불안에 제대로 대처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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