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슬의 숫자읽기] ‘알바생’ 멸종의 진짜 이유

2024. 4. 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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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슬 약사·작가

최근까지도 ‘아르바이트생’ 구인난을 호소하는 업장이 많다. 초기에는 ‘코로나’ 여파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한참 후인 지금도 사정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관련 통계를 살펴보자.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선 매년 15~29세 청년층의 ‘첫 일자리’ 통계를 내고 있다. 아르바이트 업종은 대부분 숙박이나 음식점업 혹은 도·소매업에 포함되니, 첫 일자리를 해당 분야에서 구한 청년은 ‘알바생’으로 일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 이 수치조차 5년 새 17만 명 가까이 줄었다. 알바로 일하는 청년이 이렇게나 줄어든 이유가 뭘까.

사실 그보다 먼저 따져봐야 할 건, 아르바이트가 대체 무엇을 의미하냐는 것이다. 누군가 ‘이 직업이 아르바이트냐’를 물으면 답은 곧잘 하겠지만, 정확히 아르바이트가 뭔지를 정의하는 건 쉽지 않다. 어떤 학자는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삼아 주 35시간 미만의 근로를 아르바이트라고 정의하기도 하며, 어떤 연구자는 시간제나 일용직 같은 고용 형태의 직업을 아르바이트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정의들은 흔히 ‘알바’라 불리는 일자리들을 잘 포괄하지 못한다. 왜냐면 우리 사회에서 아르바이트라는 말이 지칭하는 대상은 균일한 직업군을 의미한다기 보단, ‘번듯한 일자리’의 여집합(餘集合)에 속한 저소득 일자리를 포괄하는 말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김영옥 기자

예를 들어보자. 다국적 대기업에서 주 30시간 일하며, 최저임금을 받는 대학생 인턴 자리는 앞서 정의한 ‘아르바이트’의 범주에 꼭 들어맞는다. 그런데 이런 일자리를 알바라고 칭하는 사람이 있을까?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아르바이트라 불리는 직종은 대략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직업들이다. 일차적으로는 특별한 숙련과 자격이 없이도 취직할 수 있는 서비스업종이어야 하며, 이차적으로는 숙련을 쌓더라도 임금수준이나 고용 형태에 있어 별다른 발전 가능성이 없는 일자리여야 한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정규직에 가까운 편의점 무기계약직도 ‘알바’이며, 경력단절을 겪은 주부들의 파트타임 일자리도 ‘알바’인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이렇게 이해하면, 최근에 알바생이 부쩍 줄어든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요즘은 대학 재학 중에 갖은 경력과 자격을 취득해도, 취업을 2~3년씩은 준비해야만 하는 시대다. 과거에야 경험 삼아 혹은 용돈벌이 목적으로 알바 시장에서 단기 노동력을 공급하던 대학생들도 있었다지만, 이젠 정말 생활비를 벌 목적이 아니라면 무의미한 숙련을 쌓는 단기 일자리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청년들이 궂은일을 꺼려서가 아니라, ‘번듯한 일자리’로의 취업 상황이 나빠진 게 알바할 여유조차 앗아간 것이다. 현재의 청년들조차도 이런데 앞으로는 젊은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시기가 온다. 사장님들이 오지 않을 알바를 막연히 기다리는 대신,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이유다.

박한슬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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