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직격탄 ‘원화’…전쟁 중인 ‘루블’보다 가치 하락폭 더 컸다
‘킹달러’의 위력이 고공비행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6일 기준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6선을 돌파하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면서 미국과 주요국의 금리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단 예상에서다. 17일은 105선대로 물러나며 급등세가 진정됐지만, 당분간 킹달러의 기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중에서도 원화값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주요 31개국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의 변화를 뜻하는 ‘스팟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이달 12일 기준 원화 가치는 지난달 29일 대비 2.04% 하락했다. 31개국 중 가장 낙폭이 깊다. 같은 기간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1.69%)이나 이스라엘 셰켈(-1.54%)보다 더 떨어졌다.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는 우선 미국 경기의 ‘나홀로’ 호조에 따른 강달러 흐름, 엔화와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점이 꼽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주변국 통화에 프록시(Proxy·대리) 되다 보니 원화가 우리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된 면도 있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요인도 한몫했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아 중동 리스크 같은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의 특성상 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들어 외환 시장의 변동성도 높다.
더구나 국내 주식 시장에서 배당금이 지급되는 4월 이후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로 받은 배당금을 달러로 바꾸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 매년 4월은 기업의 한 해 배당금 지급액의 60~70%가 집중되는 시기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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