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오십견 고쳤다, 치앙마이 나무망치 마법

2024. 4. 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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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신혼여행 ⑫ 태국 치앙마이


치앙마이는 여행자 사이에서 ‘한 달 살기’의 성지로 통한다. 비교적 선선한 날씨, 다양한 문화와 유적 그리고 저렴한 물가가 이유로 꼽힌다. 사진은 고대 도시의 흔적이 남아 있는 ‘타패 게이트’. 늘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장소다.
태국 치앙마이는 한국인 사이에서 ‘한 달 살기’의 성지로 추앙받는 장소다. 비교적 선선한 날씨와 여유로운 도시 분위기, 저렴한 물가 덕분이다. 일반 여행자도 많이 찾는 관광지이지만, 그래도 할 이야기는 있다. 모두 48차례의 한 달 살기를 경험한 우리 부부의 노하우를 살려, 그 누구도 알려 주지 않은 ‘치앙마이 사용법’을 공유하려 한다.

남편의 치앙마이

보상우산축제에서 만난 치앙마이 사람들.

나는 치앙마이에서 오십견을 고쳤다. 이것이 치앙마이 사용법 첫 번째다.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인 지난 1월, 나는 뒷짐을 질 수 없을 정도로 굳어 버린 어깨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나이 마흔에 오십견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의사가 “요즘은 서른에도 찾아와요”라고 위로했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수술은 아직 이르고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 한 달 동안 마사지나 실컷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치앙마이로 떠났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숙소 근처 마사지사에게 며칠간 지압을 받았지만, 굳어 버린 내 어깨를 풀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이 “영험한 마사지사를 알고 있다”며 연락을 해왔다. “손이 아니라 나무 방망이로 몸을 때립니다”라는 다소 살벌한 추천사와 함께.

코끼리 체험 프로그램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소문난 무당집을 소개받은 기분으로 마사지를 찾아갔다. ‘아무렴! 용하다고 소문이 나려면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지’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함이 밀려왔다. ‘내 몸이 쇳덩이도 아닌데 어찌 두드려 팬단 말인가’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태국 북부에서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톡센(Toksen)’이라는 마사지였다. 타마린드 나무로 만든 망치와 정을 이용해서 몸속 근육의 흐름을 따라 2시간 동안 두드리는 방식이다. 이때 나무가 부딪히며 생기는 진동으로 치료하는 건데 마치 체외충격파 치료 때와 같은 아픔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수개월 받아온 물리치료와 다르게 톡센은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현대 의학도 아닌 민간요법인데 말이다.

한국 돈 40만원 정도의 예산으로도 한 달 짜리 숙소를 얻을 수 있다.

첫 방문 시 가졌던 의심은 어느새 믿음으로 변했다. 매주 한 번씩 총 4회(1회 2만5000원), 내 발로 찾아가 나무 방망이로 온몸을 두들겨 맞고 왔다. 사실 더 많이 맞고 싶었다. 매일 찾아오겠다고 억지를 부려봤지만, 마스터(그는 마스터라는 호칭으로 불렸다)는 몸속 근육이 회복될 시간이 필요하다며 나를 진정시켰다. 의학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그저 한 달 동안 내 어깨가 눈에 띌 정도로 호전되었으니, 내 몸이 증거일 뿐이다. 몇 년간 나를 괴롭히던 오십견을 치앙마이에서 고쳤다. 지난 10년 중 최고의 한 달 살기였다.

아내의 치앙마이

태국식 백반 칸똑.

‘평생 못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의 인기를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치앙마이는 시쳇말로 ‘폼 미쳤다’. 장기 체류를 위한 인프라가 치앙마이처럼 훌륭한 도시도 드물다. 체류 비용이 방콕의 3분의 2 수준인데도 깔끔하고 가성비 좋은 숙소가 많다.

국수 요리 카오소이.

우리는 작은 수영장과 체육시설이 딸린 숙소에서 한 달을 살았는데 300달러(약 41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방콕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태국 북부지역의 소울푸드로 통하는 국수 요리 카오소이나 팟타이도 우리 돈으로 2000원이면 충분했다. 고산지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동남아 여행의 최대 단점인 습도의 허들도 가볍게 뛰어넘는다. 1~2월 겨울의 치앙마이는 한국의 봄 날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부부는 2015년과 2024년, 두 차례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10년 전에는 태국어 공부가 목적이었다. 치앙마이 대학교에서 한 달 내내 어학연수를 받았다. 우리의 일과는 꽤 규칙적이었다. 매일 오전 4시간씩 수업을 듣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카페에서 두어 시간씩 예습·복습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오후 늦게 수영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30일 내내 일과가 똑같았다.

톡센 마사지. 타마린드 나무로 만든 도구를 이용해 온몸을 두드린다.

하루는 매일 공부만 하는 우리를 보고 같은 반 한국인이 빈정거리듯 말했다. 공부 못 하는 애들이 놀 줄도 모른다고. 그는 수업 대신 밤새 클럽에서 현지인과 술 마시고 노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한 달 살기에서 ‘배움’보다 만족도가 큰 것도 없다. 요즘 한국에서 한 달 살기 강연을 다니다 보면 ‘시간 사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해외에서 한 달씩이나 있는 동안 뭘 해야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가 질문의 핵심이다.

요리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며 전 세계 여행자와 어울릴 수 있다.

내가 치앙마이에서 본 외국인 여행자는 늘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골프·요가·무에타이·요리·바느질 등 치앙마이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수업 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우리도 태국어 수업을 받으며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만났다. 현지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배워 본다는 건 한 달 살기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여행정보 ·비행시간: 6시간 ·날씨: 겨울, 여름, 봄 순으로 추천 ·언어: 태국어 ·물가: 방콕 3분의 2 수준 ·숙소: 300달러 이상(집 전체, 큰 수영장이 딸린 집은 500달러 이상)

김은덕·백종민

글·사진=김은덕·백종민 여행작가 think-thing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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