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프랭클린 호텔 런던이 주는 생경한 긴장감 #호텔미감
사우스 켄싱턴의 조용한 거리에 자리 잡은 ‘더 프랭클린 런던’은 붉은 벽돌로 마감함 빅토리언 스타일의 타운 하우스에 있다. 부유한 거리 한가운데에 있는 호텔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는 입구에 쓰여진 ‘F’ 알파벳뿐이다. 호텔에 들어서면 그레이를 주조로 한 무채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톤다운된 컬러라기보다 한껏 야한 스모키 컬러가 대리석 테이블과 벨벳 의자, 모로칸 패턴의 커튼에 일렁인다. 디자이너 아누시카 헴펠(Anouska Hempel)이 뽐낸 관능적인 공간이다. 그녀는 1978년에 오픈한 런던의 블레이크스 호텔을 통해 탐미적인 부티크 호텔의 전형을 선보였던 인물이다. 싱가포르의 덕스턴 리버스, 파리의 무슈 조지처럼 아누시카 헴펠의 공간은 어둠과 조명의 극적인 대비, 과거 유럽으로의 향수 그리고 동아시아의 화려한 요소를 과감하게 구사한다.
그렇다면 방은 좀 더 내밀한 기운을 전해줄까? 가든 스위트룸 109호. 전면의 발코니 너머로 가을 단풍이 무성한 나무들이 노랗고 붉은 기운을 한껏 펼친다. 호텔 뒤편에 유서 깊은 에거튼 가든이 보이는 방, 너른 가든에서 정원사가 느긋한 몸짓으로 마른 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정원사의 움직임은 늘 우주적이다. 로비와 마찬가지로 객실 벽은 온통 거울로 둘러싸여 있다. 거울과 거울이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교차와 왜곡이 주는 흥미로움. 거기에 곡선의 연철로 만들어진 침대의 네 기둥과 벨벳 쿠션들, 그레이 셰이드 조명의 은은한 빛은 넓은 방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연출해 준다. 가끔씩 탐미로 가득 찬 공간이 나를 번뜩이게 만든다. 아일린 그레이는 현대건축의 빈곤이 관능의 위축에서 온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호텔이 ‘집 같은 편안함’을 내세우지만, 때로는 생경한 긴장감을 주는 인테리어도 즐거운 경험이지 않을까. 파리와 더불어 호텔 선택지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런던에서 더 프랭클린 호텔 런던을 선택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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