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적자’ 고민할 때…나 홀로 ‘흑자’ 외치다 [화제의 기업]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4. 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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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연속 흑자 이커머스 오아시스

매출 11% 증가, 영업이익 178% 증가. 감사보고서 제출 이후 8년 연속 흑자. 신선식품 이커머스 ‘오아시스’ 성적표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매출액 4754억원, 영업이익 133억원을 기록, 역대 실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간 적자를 기록 중인 롯데온, SSG, 컬리 등 비슷한 업종 이커머스와 달리 내실을 튼실하게 다진 결과다. 더불어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공습 속에 한국 이커머스 회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번 사례에서 시사점도 찾아볼 수 있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오아시스 제공)
오아시스 어떤 회사?

지어소프트가 모회사

2011년 설립된 우리네트웍스가 모태다. 창업주는 김영준 지어소프트·오아시스 대표다.

김 대표는 애초 IT,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며 국내 산업 곳곳의 디지털 전환을 이끈 인물이다. 그러다 건강에 관심이 생기며 특히 먹거리가 중요하다고 인식, ‘유기농’ 유통 산업에 IT를 접목시켜보자고 나섰다. 처음에는 ‘우리생협’이라는 협동조합 모델의 오프라인 매장 사업으로 시작했다 시장성을 확인한 후 2018년 ‘오아시스마켓’이라는 이커머스를 만들었다.

이때 가장 공들인 건 IT 기반 물류 시스템이다.

새벽배송은 기본 콩나물, 두부 등 여러 신선식품을 합포장(하나의 박스에 담아서 보냄)해서 내보내는 모델을 정착시키면서 종전 개별 포장 관행을 깨부쉈다. 온라인몰 본격 가동 후인 2019년 매출액 1424억원, 영업이익 9억여원을 올리며 ‘새벽배송도 흑자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시장에 던졌다. 이후 하나금융투자, UCK파트너스, 이랜드리테일,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머스트벤처스, 펜타스톤-코너스톤 사모펀드(PEF)·홈앤쇼핑 등으로부터 누적 투자금 1000억원 이상을 유치했다. 지난해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에 등극했고 상장을 추진하다 잠시 유보한 상태다.

역대 최대 흑자 비결

IT 시스템·물류 로봇 발군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어떻게 흑자를 늘렸나’다.

업계 전문가들은 ‘충성 고객 증가, 신선식품 특화, 물류 효율성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요약한다.

무엇보다 오아시스는 출범 때부터 ‘유기농·신선식품’을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양보다는 고품질·친환경·국내산 신선식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런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양질의 농축산물과 식품으로 라인업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모회사인 지어소프트를 앞세워 IT 효율성을 높인 점도 발군의 비결이다. 경기도 소재 오아시스 물류센터를 가보면 신입사원이 스마트폰에서 본사 IT 솔루션 앱을 내려받은 후 출근 첫날 반나절만 교육받으면 바로 합포장 현장 투입이 가능하도록 회사 시스템이 짜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객이 당근, 쑥갓, 카레, HMR 제품 등 20여가지를 한꺼번에 주문하면 대형마트와 같은 구조의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앱을 켜서 대신 장봐주듯 한 트레이에 주문된 상품을 옮겨 담는다. 이를 포장팀으로 넘기면 한 박스에 물건을 담아 새벽배송 차량에 넘긴다. 전날 밤 11시 전까지 주문한 건은 다음 날 새벽에 고객 문 앞에 도착해 있다. 이러니 고객들은 ‘편리하다’며 찬사 일색이다. 이런 시스템을 ‘오아시스루트’로 명명, 다른 회사에도 판매할 정도로 전문성을 높였다.

회사 관계자는 “오아시스루트는 집품, 포장, 배송은 물론 발주, 입고, 보관, 상품 진열, 결품 확인, 포장재 요청 등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관리할 수 있어 보다 촘촘한 비용 관리가 가능하다”며 “오아시스루트를 활용해 설계한 물류 동선과 포장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효율성이 높아진 것이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로봇 도입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로봇 팔을 현장에 투입, 직원 15명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거운 박스를 계속 들어야 해 업무 강도가 높은 권역별 분류·적재 작업을 로봇 팔이 대신하면서 업무 중 부상을 줄이는 등 다양한 파생 효과를 내고 있다는 후문. 그 결과 직원 한 명당 발생하는 평균 인당 매출액이 2022년 대비 2023년에 19%가량 상승했고 1인당 피킹·패킹 소화 건수 역시 같은 기간 87% 늘었다.

결과적으로 고객 재방문율이 높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2023년 12월 기준 오아시스마켓 회원 수는 170만명을 돌파했고 한 달에 6회 이상 구매하는 충성 고객이 전년 동월 대비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고객 만족도가 큰 고객이 계속해서 이용하면서 ‘록인 효과(자물쇠 효과)’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며 “구매력이 강하고 국산, 건강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주부를 메인 타깃으로 설정, 고품질 상품군에 집중한 전략이 먹혔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오아시스의 온라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 성장했다.

신규 서비스도 순항

새벽배송 선물하기 인기

신규 서비스가 빠르게 안착한 점도 향후 실적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올해 1월 오아시스는 ‘모바일 새벽배송 선물하기’ 서비스를 내놨다. 종전 ‘선물하기’ 서비스에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추가, 당일 저녁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에 배송을 마치는 개념이다. 무엇보다 받는 사람 주소를 몰라도 기존 저장된 연락처를 불러오거나 연락처를 직접 입력해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상품 구색을 ▲건강·회복 ▲생일·축하 ▲어른 선물 ▲집들이 ▲시험·응원 ▲조카 선물 등으로 세분화하고 콘셉트별 맞춤 상품을 구성해서 노출시켰더니 구매 전환율이 빠르게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업계 최초로 선보인 ‘콘셉트 장보기’도 재구매 효자다. 콘셉트 장보기란 고객이 평소 자주 구매, 반복 구매하는 상품 목록을 저장해두거나 집들이 등 원하는 상황을 상정해 그에 맞는 상품군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회사 관계자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추천해 전체적으로 장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앱 체류 시간을 늘리며 전체적인 서비스 만족도가 올라갔다”고 소개했다.

카테고리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종전 신선식품 외에 ▲뷰티 ▲가전 ▲주방 ▲생활 ▲패션 ▲잡화 ▲아동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오픈마켓 방식으로 해당 사업 분야 유명 회사 입점을 유도하고 있다.

약점은 없나

여타 커머스 대비 적은 회원 수

170만명.

오아시스 회원 수다. 적잖은 숫자지만 대부분 1000만명이 넘는 경쟁사와 대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그만큼 인지도가 낮다는 의미기도 하다. 알리, 테무 등 해외 이커머스가 국내 농축산물 사업자 입점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최저가 공세를 펼친다면 고물가 시대에 프리미엄 고객도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유치 혹은 상장을 고려해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다기보다는 계획을 미뤘다고 봐야 한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상장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해 차근차근 매출액을 성장시키고, 이익 구조를 개선해 시장점유율을 점차 올리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부터는 책임 경영 차원에서 김영준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에서 CEO로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주력 신사업인 AI 무인결제 서비스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IT 전문가 김영준 의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 가세 후 오아시스가 또 어떤 업계 혁신을 주도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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