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명·엠블럼 싹~ 르노의 변신 어디까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4. 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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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대신 ‘로장주’로

르노코리아가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오랜 기간 활용해온 ‘태풍의 눈’ 엠블럼을 전격 바꾸는가 하면 사명에서도 ‘자동차’를 떼어낸다. 이른바 프랑스 완성차 브랜드로 리노베이션한다는 전략인데 완성차 시장에서 얼마나 존재감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르노, 리노베이션 안간힘

공식 엠블럼 ‘로장주’로 교체

르노코리아는 지난 4월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개관하는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 ‘르노 성수’에서 새로운 판매 전략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을 비롯해 아르노 벨로니 르노 최고마케팅책임자, 질 비달 르노 디자인총괄 등 르노그룹 본사 임원들이 대거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내비쳤다.

먼저 사명부터 ‘르노코리아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로 바꾼다. 사명에서 아예 자동차를 뺐다. 자동차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에 그치지 않고, 모빌리티 브랜드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최근 사명에서 자동차를 빼는 경우가 많다. 기아자동차는 기아, 쌍용자동차는 KG그룹에 인수된 후 KG모빌리티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공식 엠블럼도 기존 ‘태풍의 눈’에서 다이아몬드 형상의 ‘로장주(losange·프랑스어로 마름모라는 뜻)’로 변경한다. ‘태풍의 눈’은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인 1995년 삼성자동차가 출범했을 당시부터 쓰던, 르노코리아에는 마치 상징 같은 엠블럼이다.

이후 삼성자동차는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2000년 르노그룹에 인수됐다. 르노는 삼성차를 인수한 이후에도 ‘르노삼성자동차’를 사명으로 썼고 ‘태풍의 눈’ 엠블럼을 계속 사용해왔다. 삼성과의 브랜드 이용 계약을 해지한 2022년부터는 ‘르노코리아자동차’가 됐다. 외국 브랜드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국산차, 삼성 이미지가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새로 채택된 다이아몬드 형상 로장주 엠블럼은 완성차 브랜드 르노가 20세기 초반부터 사용해온 글로벌 공식 엠블럼이다. 르노가 오랜 기간 써온 엠블럼을 교체하는 것은 삼성의 색깔을 지우고, 르노의 색깔을 강화해 브랜드 고급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은 이번 브랜드 변화를 프랑스어로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누벨바그’로 지칭했다. “르노 본연의 DNA로 돌아가자는 의미”라고 강조하면서 ‘Born in France, Made in Korea(프랑스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라는 표어까지 내세웠다.

이에 따라 르노코리아가 앞으로 내놓는 자동차는 모두 로장주 엠블럼을 부착하게 된다. 다만 차종별로는 차이를 둔다.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XM3’는 로장주 엠블럼을 부착하고, 차명도 유럽 현지 명칭인 ‘뉴 르노 아르카나’로 바꾼다. 중형 SUV ‘QM6’는 로장주 엠블럼을 달기는 하지만, 차명은 ‘콜레오스’로 바꾸지 않고 QM6 그대로 유지한다. 국내에서 QM6 차명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 여전히 삼성차 이미지가 강한 중형 세단 ‘SM6’는 ‘태풍의 눈’ 엠블럼을 그대로 쓰고, 모델명도 바꾸지 않기로 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가 전면적인 엠블럼과 이름 교체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워낙 국산차, 삼성차 이미지가 강해 완전히 수입차 브랜드로 전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차근차근 엠블럼, 차명을 바꾸는 과도기 단계”라고 분석했다.

르노는 여세를 몰아 다양한 신차도 선보인다.

올 하반기 하이브리드 중형 SUV ‘오로라1(프로젝트명)’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오로라1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볼보가 개발한 자동차 플랫폼 CMA를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오는 6월 열리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오로라1’을 첫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전기차 르노 ‘세닉 E-테크’도 선보인다. 세닉 E-테크는 완전 전기차 모델로 LG에너지솔루션의 87㎾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625㎞를 주행할 수 있다.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 국제모터쇼에서 ‘2024 올해의 차’를 수상한 모델이다. 2026년에는 쿠페형 하이브리드 SUV ‘오로라2(프로젝트명)’를 국내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은 “앞으로 3년간 매년 최소 1개 이상의 신차를 선보이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국 시장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르노코리아는 최근 부산광역시와 미래차 생산설비 투자를 골자로 하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향후 3년간 부산공장에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을 위한 설비 교체 비용으로 1180억원을 투자하고, 200명을 새로 고용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1조5000억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서 미래차 생산을 위한 발판을 다지겠다는 의미다.

‘XM3’에서 모델명을 바꾼 르노코리아의 ‘뉴 르노 아르카나’와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 (르노코리아 제공)
판매량 부진 지속

세닉 E-테크 등 신차에 기대

르노코리아가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152억원으로 2022년 대비 37.7% 감소했다. 매출도 3조2914억원으로 같은 기간 32.3% 줄었다. 지난해 판매량은 총 10만4276대(내수 2만2048대, 수출 8만2228대)로 전년 대비 38.5% 급감했다. 내수 판매량만 놓고 보면 르노코리아의 전성기였던 2010년(15만5697대)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판매량이 줄다 보니 점유율도 연일 하락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브랜드 중 르노코리아의 점유율은 1.8%에 그쳤다. 현대차, 기아는 물론 한국GM, KG모빌리티에도 밀린 최하위를 기록했다. 르노코리아는 2020년 XM3를 선보인 이후 소비자 시선을 끌 만한 신차를 내놓지 못해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올 들어서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르노코리아의 1~2월 판매량은 3514대로 한국GM(4897대)에 밀린 업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는 경쟁사와 달리 소비자 시선을 끌 만한 신차가 없어 판매량이 급감했다. 2022년 르노삼성에서 르노코리아자동차로 사명을 바꿨지만 인지도 개선 효과도 애매해 이번에 또다시 브랜드 리노베이션에 나선 듯 보인다”고 귀띔했다.

절치부심한 르노코리아는 대대적인 신차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전기차 모델 세닉 E-테크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데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에 접어든 만큼 넉넉한 판매량이 뒷받침될지는 미지수다. 하이브리드 중형 SUV ‘오로라1’이 그나마 올 하반기 출시될 계획인데 국산뿐 아니라 수입차 하이브리드 SUV 모델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가격 경쟁력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르노 DNA’로 새 출발하는 르노코리아가 국내 완성차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을지가 업계 관전 포인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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