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기획자 눈에 밟힌 숨은 카페는 어디? 까탈리스트 하지의 #취향일지도

전혜윰 2024. 4. 1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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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남해까지, 하지가 고른 공기가 자연스러운 공간들.

용산 리버헤드와 신사 마이페이보릿쿠키테리아, 그리고 성수 차일디쉬, 마곡 베이글리스트까지.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카페들입니다. 맛도 맛이지만 공간이 가진 분위기도 인기에 한몫하는데요. 이 공간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1세대 카페 투어 인스타그래머에서 공간 기획자로서 활동한 지 어느덧 5년 차, 카페계 다능인을 꿈꾸는 하지를 만났습니다.

Q : 안녕하세요, 엘르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사물’이라는 이름으로 카페 브랜딩과 컨설팅을 하는 하지입니다. 이름이 하지현이어서 하지예요.

Q :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적힌 ‘Catalist’는 무슨 뜻인가요.

‘까탈스럽다’를 의인화한 표현이에요. 제가 심리학 유튜버를 좋아하는데, 그중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까탈스럽게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내가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시작된다.’ 정말 마음에 와닿는 말인데 브랜드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굳이’하는 것에서 브랜드나 매장의 ‘다름’이 생겨나는 거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까탈스러운 사람은 아닙니다(웃음).

Q : ‘공간기획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매장에 틀어 놓는 음악까지 직접 고른다고요.

한 친구가 “공간 기획이라는 건 공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해준 적 있는데, 100% 동의해요. 하나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모든 접점을 디자인하는 게 공간 기획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하는 일을 나열해 보면 첫 번째로 브랜딩과 BI,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을 해요. 그리고 디저트 메뉴 개발과 교육, 인테리어 콘셉트 기획, 비주얼 스타일링, SNS 관리까지 전부 하더라고요. 부동산도 구하고요. 거창해 보이지만 잡일이 많아요. 이런 면에서 모든 기획자는 ‘십잡스’이지 않을까요.

Q : 시작은 카페를 투어하는 인스타그래머였죠. 카페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계정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전 사실 싸이월드도 안 하는 SNS 혐오자에 가까웠어요. 현실 세계에서 친구들과 교류하는 걸 더 중요하게 여겼거든요. 그런데 대학교에 다닐 당시, 홍대가 막 뜨기 시작하는 거예요. 긴긴 공강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려고 카페에 가면서 인스타그램에 하나둘씩 올려본 게 ‘카페 투어’ 계정이 됐죠.

Q : 가장 처음 소개한 카페가 어디였는지 기억하나요.

보관해 둔 게시물까지 합치면 2017년 여름, 청담에 있는 ‘라이크프라이데이’라는 브런치 카페를 소개한 게 첫 게시물이었어요.

Q : 지금 보이는 첫 게시물은 경주에 있는 ‘위니드모어’예요. 이곳을 남겨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한창 활동할 때는 카페 투어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내일 어떤 카페가 오픈한대!’하면 다음 날 아침에 거기서 다 모이게 돼요. 그렇다 보니 제 계정이 눈에 띄려면 지방으로 가야겠더라고요. 그곳을 남겨둔 이유는 게시물을 정리하던 2020년의 하지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네요(웃음).

Q : 보통 한 지역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카페 투어 계정이 많은데,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을 여행하며 콘텐츠를 제작해왔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은 어디인가요.

자주 가는 곳은 양양이에요. 최근엔 양양과 맞닿은 속초의 영랑호수공원에 다녀왔는데 호수지만 바다 바로 옆에 있어요. 여기서 맥주 한 캔에 오징어순대를 먹고, 누워 있으면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나인드래곤즈라는 숙소를 추천해요. 산골짜기 안에 강아지 네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살고 있는 곳인데요. 양양의 절경을 배경으로 랩톱을 켜고 일하고 있으면 숙소의 동물들이 절 뚫어져라 쳐다봐요. 대표님도 되게 특이한 분이신데, 저는 본인만의 무언가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나 봐요.

사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곳은 남해입니다. 갈 때는 ‘진짜 멀구나’ 하다가도 도착하면 ‘잘 왔다’ 싶을 거예요. 바다 전체가 에메랄드 색인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죠. 그리고 이곳엔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많아요. ‘럭키웨더젤라또’와 ‘때깔로무역’ 등 세 가게가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룬 ‘하버스퀘어’, 도예가와 협업한 이색 카페 ‘돌창고 프로젝트’ 등이 있어요.

Q : 개개인만이 가진 특별한 무언가에 끌린다고 했죠. 카페나 공간을 고르는 데에 있어서 중점을 두는 기준이 있나요.

‘코어’가 있는 매장을 찾고 싶다는 열망이 있어요. 꼭 카페가 아니라 팥죽집이나 빙수집이어도 좋아요. 운영하는 사람의 철학이 담긴 공간을 찾아 다니고, 결국 발견했을 때 희열이 있죠. 사소한 사물이나 직원들의 말투 등이 쌓여 그 공간만의 특성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정말 커피가 마시고 싶다면 네이버에 ‘지역명+싱글 오리진’, ‘지역명+드립 싱글 오리진’을 검색해요. 그중에서 한 곳을 가야 한다면 ‘공간에 흐르는 공기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곳’을 고릅니다.

Q : ‘공기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은 직접 공간을 기획할 때도 염두에 두는 부분인가요.

네. 사실 저만의 언어로 카페를 명확하게 정의내린지 얼마 안 됐어요. 제가 생각하는 카페는 휴식에 더 가까운 공간이지만 반면에 놀이동산이기도 하거든요. 클라이언트가 놀이동산 같은 공간을 원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만들어야겠죠. 그리고 F&B를 브랜딩하다보니 음식과 음료 중 하나는 전문적이고 차별점을 둘 수 있게 하고 있어요.

Q : ‘카페생활자’에서 ‘카페공간기획자’로 넘어가던 과정이 궁금합니다. 첫 프로젝트 ‘고요새’는 어떻게 맡게 됐나요.

카페공간기획자면서 여전히 카페생활자이기도 해요. 이 신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이미커피 로스터스의 이림 대표님 덕분이었어요. 그분이 제 인스타그램 게시물과 개인 프로젝트를 눈여겨 보고 제안을 주셨죠. ‘고요새’를 시작으로 2020년부터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는데, ‘고요새’가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지금은 절대 못 할 거 같은 프로젝트예요. 너무 재밌어서 자발적으로 시급이 10원인 것처럼 일을 했거든요. 이림 대표님께서 본인만의 브랜딩을 하려면 결국 그 사람의 에센스를 끌어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는데, 고요새는 클라이언트의 사연에서 시작된 곳이라 뾰족한 브랜딩이 가능했어요.

Q : 2021년을 마지막으로 카페 소개 게시물은 업로드하지 않고 있죠. 최근 가본 카페 중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요즘처럼 따뜻한 날씨엔 남산공원백범광장을 자주 가요. 넓은 잔디밭에서 서울 성곽과 남산이 다 보이거든요. 반려견 쪼코와 함께 산책하거나 친구와 돗자리를 펴놓고 일하기도 해요.
여기서 조금만 내려오면 생긴 지 얼마 안 된 커피숍 니트 커피가 있는데요. 제가 백범광장을 좋아하는 이유와 정확하게 닮아 있는 공간이에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과 사람, 넥타이를 풀어 놓고 커피 한 잔 즐기는 직장인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되게 좋더라고요. 그리고 여기 오트라떼가 진짜 맛있습니다!

Q : 요즘 눈여겨보는 공간이 있나요.

인구 밀도가 낮은 공간에 흥미를 느껴요. 지도 앱을 켜서 초록색으로 넓게 뒤덮인 공간이 있으면 찾아가 보죠. 초록색은 주로 산이나 공원이거든요.

이 방법으로 최근에 고양한강공원에 다녀왔는데, 서울에 있는 여러 한강공원에 비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지 한적했어요. 예전에 가오픈 카페를 찾아다닌 이유도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서 이미 유명한 카페에 비해 사람들이 다소 적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Q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공간기획자가 되고 싶나요.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열의를 다한 프로젝트를 끝내고 브랜드를 떠나보내면 마치 연인과 헤어지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러다 브랜드가 잘 돼서 백화점 팝업이나 두 번째 공간을 만들 때 다시 함께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 어떤 브랜드든 브랜드 기획자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여정을 함께 해보고 싶어요.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기획자’라는 타이틀을 자신 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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