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도 없는데 출산은 먼 미래"…무주택 부부 절반은 '딩크'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6년 차 직장인 김모(32)씨는 당분간 딩크(Double Income No Kids·맞벌이 무자녀 부부)로 살기로 남편과 뜻을 모았다. 서울 성동구 부근 5억~6억 원대 전세를 신혼집으로 알아보고 있다는 김씨는 “당장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루기 어려운데 출산은 너무 먼 미래”라며 “아이가 생기게 되면 지금 계획보다 넓은 평수의 집이 필요한 데다 양육비 부담까지 더해져 경제적 여유가 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택자 신혼부부 절반 '자녀 없음'
무주택 신혼부부의 절반 이상은 아이가 없는 셈이다. 저출산 기조에 따라 집이 있는 신혼부부의 ‘자녀없음’ 비중도 같은 기간 31.6→40.4%로 상승했다. 다만 7년간 8.8%포인트 상승하면서 무주택 신혼부부보다 기울기가 완만했다.
평균 출생아 수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2015년 0.77명이었던 무주택자의 평균 출생아 수는 2022년 0.59명으로 23.4% 줄었다. 같은 기간 유주택자의 평균 출생아 수가 0.88명에서 0.72명으로 18.2% 줄어든 것보다 가파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아이를 키우기 비싼 나라고, 집을 사기도 비싼 나라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주거요인과 출산과의 상관관계가 유의미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주거유형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가 거주보다 전세와 월세 거주 시 출산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가 거주와 비교해 전세 거주 시 첫째 자녀 출산 가능성은 28.9%, 월세 거주 시엔 55.7% 줄었다.
고금리에 유주택자 신혼부부 역대 최저
이렇듯 내 집을 가지고 있을수록 아이를 더 낳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신혼부부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2015년 42.6%였던 유주택자 신혼부부는 2022년 40.5%로 줄면서 유주택자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지은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해도 금리가 높아 이자 부담에 내 집 마련 비중이 작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청약제도를 개편했다. 신혼부부 또는 맞벌이 가구의 청약 문턱을 낮추고 신생아 출산 가구에 각종 혜택을 제공해 결혼 및 출산을 독려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영주택을 분양할 때 특별공급 물량의 20%는 신생아 자녀가 있는 가구에 돌아간다. 공공주택에서도 ‘신생아 특별공급’ 유형이 신설된다. 나눔형·선택형·일반형 등 유형별로 20~35% 수준에서 신생아 출산 가구에 물량이 배정된다.
“수도권 쏠림현상 해결해야 저출산 극복 가능”
궁극적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인구밀도가 높아졌고 한정된 자원을 향한 경쟁도 덩달아 높아졌다”라며 “단적인 예는 집값”이라고 지적했다. 마 교수는 “집값이 상승해 보금자리가 불안해지니 당연히 가족계획 같은 걸 세우기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비수도권의 일자리를 늘리고, 산업 및 거주여건을 개선해 인구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열린 '2023년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이 국가 전체의 출산율을 낮추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국토의 약 12%인 수도권에 인구의 50.6%가 집중돼 있다. 한은은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적 자본 투자로 출산이 지연되기 때문에 수도권의 출산율이 다른 지역보다 낮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유지되면 30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700만명가량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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