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총책, 초등생이 베팅했다…억대 판돈 오간 도박장 정체

김민주 2024. 4. 1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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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게임을 하고있는 10대 청소년. 중앙포토

룰렛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온라인 도박장을 차려 운영한 청소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ㆍ고교생인 이들은 도박장 운영과 서버 관리 방식 등을 직접 고안하고, 성인까지 고용해 도박장을 운영했다. 초등학생 등 청소년이 주로 찾은 이 온라인 도박장에선 억대 판돈이 오갔다.


프로그램 직접 짜고 성인 고용해 돌렸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도박장소 등 개설)로 총책 A군(16) 등 일당 16명을 검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운영 기간에 1578명이 접속한 이 도박장에선 룰렛과 바카라 등 도박 판돈으로 2억1300만원이 오갔다. 확률 조작은 없었으며, 범행을 통해 일당이 챙긴 범죄수익은 2200만원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이 적발한 청소년 온라인 도박장 사건 개요

경찰에 따르면 이 온라인 도박장을 설계해 운영한 일당은 대부분 청소년이었다. 검거된 일당 16명 중 성인은 3명이었으며, 나머지 13명은 중ㆍ고교생이다. 실제 범행을 주도한 건 당시 중학생이던 A군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A군은 게임 등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인 ‘디스코드’ 등에서 알고 지내던 또래 청소년들과 “게임만 할 게 아니라 만들어서 돈을 벌어보자”는 취지로 모의해 온라인 도박장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난 A군은 디스코드 대화창에 특정한 명령어를 입력하면 게임머니를 충ㆍ환전하고, 도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해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범행에 필요한 계좌 역시 주변 청소년 등에게 5만~10만원을 주고 대여했다. A군은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디스코드에서 차명 계정을 만들고, 일당을 대화방에 초대해 수사 상황과 진술 내용 등을 파악하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한다.

주범 A군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디스코드 차명 계정을 이용해 일당의 대화방을 만들고 경찰 진술 내용 등을 파악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미성년자인 이들이 서버와 회원관리, 도박을 위한 충ㆍ환전, 계좌 대여 등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지르는 데 별다른 제약은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범행에 필요한 계좌를 제공한 것도 모두 중ㆍ고교생 등 청소년이다. 일당에 포함된 성인 3명은 해당 도박장을 이용하던 중 공고를 접하고 A군에게 채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일당(5만~10만원) 혹은 주급(최대 30만원)을 받았으며, 주범 격인 청소년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대에 충ㆍ환전 등을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이들 가운데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 B씨(26)만 구속됐다.


초등생까지 도박 탐닉… 중독으로 입원한 중학생도


이 도박장을 이용한 1578명 가운데 80%는 청소년 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자 중 최다 베팅 금액은 218만원이었고, 4개월간 325차례 입금한 고교생도 있었다. 이용자 중엔 초등학생 1명(6학년)이 포함됐으며, 도박에 중독된 나머지 정신병원에 입원한 중학생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 중 장기간 상습적으로 도박을 일삼은 청소년 96명은 입건해 경찰 도박 문제 선도프로그램에 연계했다.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범행 기획부터 도박장 운영까지 모두 청소년에 의해 이뤄진 범행이다. 이들은 온라인 도박장을 버젓이 집에서 운영했지만, 보호자들은 PC 화면을 보고도 온라인 도박장이라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며 “청소년은 물론 부모ㆍ교사 등 보호자에 대한 도박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온라인 도박장 운영을 위한 웹호스팅 서비스 가입 때 보호자 인증을 추가하도록 교육부 및 관계 부처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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