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조하며 지지 얻는 독일 녹색당
2023년 7월 2일부터 14일까지 생명평화아시아와 녹색당이 공동주최한 ‘2023 독일 생명평화기행’에 참여했습니다. 베를린, 다하우, 뮌헨, 슈투트가르트, 프라이부르크 등 독일의 에너지 전환과 정치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누겠습니다. <기자말>
[박제민 기자]
이번 기행은 생명평화아시아와 함께 한국 녹색당이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그래서 일정에는 지난 글에서 소개한 위르겐 트리틴 전 환경부 장관(현 하원의원)을 비롯해서 독일 녹색당 관계자들과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독일 녹색당의 부대표단과 독일 녹색당이 1당으로 집권하고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환경과 경제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독일 녹색당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독일 녹색당 부대표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 등 국정 전반 다뤄야"
세계의 녹색당들은 전통적으로 공동대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권력 집중을 경계하고 방지하기 위해서인데요. 독일 녹색당도 어김 없이 두 명의 대표와 두 명의 부대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부대표들인 페가 에달라시안(Pegah Edalatian)은 이란계 독일인으로 독일 녹색당의 첫번째 다양성 정책 대변인도 맡고 있고, 하이코 크노프(Heiko Knopf)는 과학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공학 박사로서 고향인 예나 시의원을 역임했습니다.
▲ 독일 녹색당 당사, 지열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시스템 공사 모습 |
ⓒ 박제민 |
부대표들과의 만남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원내 정당을 넘어 집권 연정에 참여하게 된 독일 녹색당의 길이었습니다. 부대표들은 녹색당이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외교 등 국정의 모든 분야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당으로서 권력을 가지고 실력을 통해 유권자에게 증명해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 독일 녹색당 부대표들. 왼쪽이 페가 에달라시안(Pegah Edalatian), 오른쪽은 하이코 크노프(Heiko Knopf) |
ⓒ 생명평화아시아 |
바덴-뷔르템베르크 녹색당, 환경과 경제 이슈를 연결하다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원래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의 텃밭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역 현안이었던 '슈투트가르트21' 문제에 관해서 기민당이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또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의 충격으로 인해 독일 사회에 탈핵과 환경에 관한 정치적 열망이 높아졌지요. 결국 2012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후보였던 빈프리트 크레치만이 주지사로 당선되는 파란이 일어났습니다. 빈프리트 크레치만은 좌파그룹으로 출신이었지만 주지사로 당선된 이후 관록있는 정치인으로 변모하며 현재 녹색당 최초의 3선 주지사가 활동 중입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원들과의 만남에서는 독일 녹색당이 집권한 이후에 일어난 변화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주의원들이 '검은 숲'으로 잘 알려진 블랙 포레스트 국립공원을 만든 것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만드는 과정이 독특했습니다. 당초에 강한 반대가 있었지만,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해서 관철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벤츠나 보쉬 같은 독일의 국내기업은 물론이고, IBM이나 로슈 같은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써 독일에서 매우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그래서 바덴-뷔르템베르크 녹색당은 기업들을 녹색정치의 주요한 협력파트너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원들과 만남 |
ⓒ 생명평화아시아 |
경제, 경제! 독일 녹색당 강령의 변화
독일 녹색당의 강령 변화에 관한 연구한 김영태(2007)는 1980년 창당 당시 만들어진 '자부뤼켄 강령'은 "정치적 재분배"라는 전통적 좌파의 입장에 가까웠지만, 독일 녹색당이 첫번째 적녹연정에 참여할 즈음이었던 2002년에 개정한 '베를린 강령'은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친화적 언급이 등장하는 등 "시장적 분배 방향"으로 그 내용적 방향이 이동했다고 분석합니다.
한편 독일 녹색당은 총선을 앞두고 2020년에 다시 한 번 강령을 개정했습니다. 이 강령의 제목은 "존중하고 보호한다"입니다. 현지에서 독일 녹색당을 취재하는 김인건(2021)에 따르면, 이것이 독일 헌법 제1조 1항인 '인간의 존엄은 침해할 수 없으며, 이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 공권력의 의무다'에서 따온 것으로써, 독일 녹색당이 환경뿐만 아니라 독일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요구를 포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해석합니다.
▲ 독일 녹색당의 강령 목차(빨간 글씨가 경제 관련 부분) |
ⓒ 박제민 |
한국 녹색당의 길, 어디로 가야 할까?
독일 녹색당은 전 세계 녹색당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정당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 2021년 총선에서는 역대 최다 득표율(14.8%)을 얻고, 역대 최다 원내 의석(118석)을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경정책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기조를 가지고 유권자를 설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독일 녹색당의 변화에 역효과도 있습니다. 독일 녹색당 창당에 참여했던 이른바 '근본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례로 이탈했고 그중에 일부는 독일 녹색당의 강한 반대그룹이 되었습니다. 한국 녹색당의 당원 중에도 독일 녹색당의 변화를 변절로 생각하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당의 존재 목적을 당선에만 두는 것은 너무 좁은 해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정당의 궁극적 목적이야말로 권력을 획득해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2012년 창당 이래로 아직 한 번도 선거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한 원외 정당인 한국 녹색당에게 있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정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독일 녹색당은 분명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입니다. 물론 같은 씨앗을 심어도 토양 따라 다른 열매가 나오듯, 한국 녹색당은 자신들만의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 녹색당은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 이번 독일 기행 내내 늘 마음에 품은 고민이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 참고 문헌
- 김영태. 2007. "독일 녹색당의 기본강령변화와 독일의 정당경쟁구조". 『한국정당학회보』, 제6권 제1호, 193-215.
- 김인건. 2021. "지금 독일 정치의 중심에는 녹색당이 있다". 시사인(7월 21일)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이 삼성전자에 9조 보조금 지원하는 진짜 이유
- "대한민국, 집단적 소멸 상태...수능응시생 30%이상 재수 선택, 정상 아니야"
- 18위→200위로 급락... 엉망진창 민생에 대한 경고장
- '윤석열 번역기' 언제까지 돌릴 건가
- 국민 회초리 맞고, 선거제에 화풀이하는 이상한 그들
-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 '조국혁신당 기호 10번' YTN 사고는 "김백 사장 대규모 인사 때문"
- 더 뜨거워진 몽골에서 벌어진 끔찍한 죽음
- '고물보'에 물 채우면... 악취 풍기는 죽은 강, 또 경험한다
- 1년3개월 뒤에 압수수색한 검찰... 김만배 돈받은 전 언론사 간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