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평일 밤에 찾아온 원정팬 2,223명…무시할 수 없는 지역더비의 힘

김희준 기자 2024. 4. 18. 10:00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FC서울.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평일 밤에 2,223명의 FC서울 원정팬이 목동종합운동장을 찾았다. FC서울 팬들이 찾기 편한 서울이랜드와 경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7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를 치른 FC서울이 서울이랜드를 1-0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황현수가 타점 높은 헤더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3년 만에 성사된 서울 더비였다. 공교롭게도 지난 맞대결 역시 코리아컵(당시 FA컵) 3라운드였다. 그 경기에서는 서울이랜드가 FC서울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둬 16강에 진출했다.


특히 이번 경기는 FC서울 팬들에게 '오스마르 더비'로 기대를 모았다. 오스마르는 FC서울에서만 9년 동안 있던 K리그와 서울의 전설로, 이번 시즌 서울이랜드로 이적했다. 아쉽게도 이날 출장하지 못했다. 지난 김포FC전 당한 부상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


오스마르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 대신 경기 전 팬사인회를 통해 서울이랜드 팬들과 만나 그 아쉬움을 달랬다. 이 자리에는 FC서울 팬들도 다수 있었는데, 직접 팬사인회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멀리서 오스마르를 지켜만 봤다. 오스마르는 팬사인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FC서울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그들의 마음을 달랬다.


같은 서울에서 열리는 경기라는 점과 오스마르라는 유인 요소 덕분에 평일 저녁에도 수많은 FC서울 팬들이 목동종합운동장을 방문했다. 공식적으로 2,223명의 원정팬이 서울 더비를 관람했다. 이날 공식 관중이 5,161명이었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실제로 FC서울 팬들은 경기 내내 열렬한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올 시즌 서울이랜드가 맞은 원정팬 규모로는 두 번째였다. 1위는 2024년 K리그2 모든 경기장을 휩쓸고 다니는 수원삼성(3,354명)이다. 사실상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이를 제외하면 지난 2년 간 모든 경기를 통틀어도 FC서울과 경기보다 많은 원정팬이 온 적은 없었다.


평일 밤에 이 정도 원정팬이 올 수 있는 건 사실상 FC서울이 유일하다. 단순 서포터즈 규모 문제가 아니다. 평일이라는 특성상 팬들 대다수가 퇴근시간까지 직업, 학업 등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더비 활성화는 장기적으로 구단에 많은 이문을 남길 수 있다. 입장권 판매에 있어 가장 보장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홈구장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응원하는 팀이 경기를 한다면 많은 팬들은 기꺼이 해당 경기장으로 향할 것이다. 입장권 수익은 물론 그로부터 파생되는 부가 수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신세계(왼쪽, 서울이랜드), 강상우(오른쪽, FC서울). 서형권 기자

지역 접근성이 원정팬 입장율에 미치는 영향은 포항스틸러스를 보면 알 수 있다. 포항 원정석을 가장 많이 찾은 팀은 울산HD와 전북현대 그리고 대구FC다. 울산과 전북은 전통적으로 팬들이 원정 경기도 많이 찾는 편이라면, 대구는 포항과 가깝기 때문에 많은 원정팬이 스틸야드를 찾은 것에 가깝다.


실제로 2023시즌 포항이 가장 많은 원정팬을 받은 경기가 바로 대구와 시즌 마지막 홈경기(1,808명)였다. 시즌 마지막 홈경기라는 특성상 허수가 섞여있을 수는 있어도 상당한 기록이다. 2023년 대구 원정팬이 많이 찾은 경기에서도 11월 포항전은 4월 FC서울전(1,977명), 10월 울산전(2,210명) 다음 가는 순위에 있다. 그나마 FC서울은 임영웅 방문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올 시즌 승격한 김천상무가 치른 원정 4경기 중 가장 많은 김천팬이 참여한 경기가 FC서울(188명)이나 수원FC(147명)가 아닌 대구와 맞대결(622명)이었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지역에 있는 팀끼리 경쟁 관계를 형성하는 게 구단 운영에 장기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서울이랜드가 서울 더비를 통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승격이 필요하다. 김도균 감독도 이와 관련해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런 더비가 이뤄지면 축구 발전이나 구단 흥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내년에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기적인 서울 더비가 여러모로 구단에 좋은 일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