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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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음 노래를 들으려고 하는데 두어 번 뒤를 돌아보던 할머니는 무언가 결심한 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마친 할머니의 표정에 뭔가 모를 뿌듯함이 묻어 나왔다.
우리들은 어렸을 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요즘 애들은 도대체 왜 그래?"라는 말을 듣고, 조금 머리가 커졌을 땐 "나는 그렇게 안 늙어야지"라고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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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기자]
▲ 버스 (자료사진) |
ⓒ unsplash |
얼마 전 시골에 있는 부모님 댁에 갔을 때의 일이다.
가정마다 자차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든 세상이지만 여느 시골이 그렇듯이 1시간에 몇 대 없는 버스는 노인들의 유일한 이동수단이 되어주고 있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더 골짜기로 들어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다행히 이곳도 3년 전 즈음부터 구간으로 나누어 부과했던 버스요금이 단일요금제로 시행되면서 버스 단말기에 카드를 찍는 것이 가능해졌다.
"삑- 감사합니다."
▲ 카드 |
ⓒ unsplash |
"그 카드... 어떻게 하는 거예요?"
"네?"
처음에는 할머니의 질문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되물었다.
"버스에 찍는 카드... 어디서 신청하면 받을 수 있어요?"
"아... 은행에 가셔서 교통카드 되는 카드 만들어달라고 하시면 돼요."
"아무 은행에 가도 되는 거예요?"
"네. 사용하시는 통장 만든 은행에 가시면 돼요."
"고마워요~ 다른 사람들이 찍을 때마다 궁금했는데... 이제야 물어보네."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마친 할머니의 표정에 뭔가 모를 뿌듯함이 묻어 나왔다. 당장 내일이라도 은행에 달려가 자신의 1호 카드를 만들 생각이셨을까?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발급받는 일, 굳이 검색을 해보지 않아도 일상이 돼버린 일들이 누군가에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미지의 세상과도 같았다. 긴 세월을 살아내면서 본인이 체득한 혜안이 더 많으면서도 작은 궁금증을 해소하는데도 수많은 망설임과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거 돈 더 빼가는 거 아니야?
집으로 돌아가 버스에서 있었던 '썰'을 엄마에게 풀어냈다. 그랬더니 엄마가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 요즘 애들도 노인이 되고, 노인도 요즘 애들이었던 적이 있다. |
ⓒ unsplash |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주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의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흥밋거리로 느껴지지만 누군가에게는 잡으려고 하면 저만치 멀어지고야 만다. 어느 단계를 넘어가야 하는데 한 발짝 움직였을 뿐인데 두세 단계가 생겨버리니 그냥 눈을 꾹 감고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우리들은 어렸을 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요즘 애들은 도대체 왜 그래?"라는 말을 듣고, 조금 머리가 커졌을 땐 "나는 그렇게 안 늙어야지"라고 말을 한다.
'요즘 애들'이라고 다 그렇지는 않고, '그렇게' 늙지 않은 노인도 많다. 노인에게도 뭐든지 할 수 있었던 젊음이 있었고, 요즘 애들도 언젠간 노인이 된다.
버스에서 작은 용기를 내어준 할머니가 다음번엔 카드를 찍으며 버스를 탈 수 있기를... 서로의 다름을 흠이라 생각 말고 작은 틈을 서로 채워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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