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러가 된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김삼웅 2024. 4. 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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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실천적 역사학자 강만길 평전 12] 화제가 되자 보수학계의 반발 나와

[김삼웅 기자]

▲ 강만길,단독사진 강만길 상지대 총장, 2003.6.12
ⓒ 권우성
 
강만길은 1978년 8월에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창작과 비평사)이라는 신간을 펴냈다. 이제까지의 학술 전문지와는 확연히 다른 사론집(史論集)이었다. '분단시대'를 책명으로 내건 첫 저술이기도 했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그는 상아탑의 학자에서 민중의 지식인에 한걸음 다가섰다. 오래전부터 역사의 현재성과 대중성에 관심을 보이고, 역사가 살아 숨쉬는 현장성과 생동감을 중시해 온 그에게 걸맞은 책이었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첫 장 '분단시대 사학의 반성'에는 <분단시대 사학의 성격>, <분단민족사학론의 반성>, <역사학의 현재성 부재 문제>, <국사학의 주체성론 문제>,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두 번째 장인 '역사와 현실'에는 <개항 100년사의 반성>, <유길준의 한반도 중립화론>, <대한제국의 성격>, <독립운동의 역사적 성격>을, 그리고 세 번째 장인 '역사와 민중'에는 <한글 창제의 역사적 의미>, <16세기사의 변화>, <이조 후기 상업구조의 변화>, <실학론의 현재와 전망>, <실학의 민중생활 개선론>이 실렸다.

강만길은 <머리말>에서 "혹시 사론(史論)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를 이런 글들을 쓰면서 늘 생각한 것은 역사학의 현재성 문제였다. 1960년대 이후 국사학계가 일제의 식민사학에 의하여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 데 눈을 돌리게 되었을 때 필자 역시 소위 경제후진성론을 극복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이조 후기에 있어서의 상공업 발전상을 밝히는 일에 나름대로의 심혈을 기울였다" (주석 1) 라고 썼다.

이 책에 실린 14편의 글은 <창작과 비평>을 비롯해 <신동아>, <역사학보>, <한국학보>, <아시아 연구>, <문학과 지성> 등에 발표했던 글들이다. <창작과 비평사>의 '창비신서 21'로 출간한 것은 논문의 절반 이상이 <창작과 비평>에 실렸기 때문인 듯하다.

오늘날의 국사학이 제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제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사론을 세워 나가야 하며 거기에서 국사학의 현재성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생각으로는, 지금의 국사학은 분단현실을 전혀 외면한 국사학과 더욱 나쁘게도 분단체제를 긍정하고 그것을 정착 지속시키려는 데 이바지함으로써 오히려 빗나간 현재성을 찾는 국사학만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분단현실을 외면하는 국사학은 그것이 학문적 객관성을 유지하는 길이라 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생각으로는 그것은 학문적 객관성과 학문의 현실 기피성이 혼동된 것이며, 분단체제를 긍정하고 지속하는 데 이바지하는 국사학은 학문의 현재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분단현실에 매몰되어 버린 학문이 아닌가 한다. (주석 2)

강만길의 첫 사론집인 이 책은 유신체제 말기의 폭압적이고 암울한 공간에서 희망을 잃은 채 지내던 청년과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성대 교수 이우성은 추천사에서 "분단시대의 극복을 위한 역사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온 강만길 교수의 노력과 업적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라고 평했고, 동아일보 편집국장에서 물러난 송건호는 "이 저서는 오늘의 분단 상황을 살고 있는 모든 지식대중에게 우리의 역사를 보는 눈을 밝고 새롭게 해 줄 것임을  확신한다"라고 극찬했다. 서울대 교수에서 해직된 백낙청은 "'분단시대'라는 말을 제일 먼저 쓴 사람도 강 교수이거니와, 그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일관된 역사인식과 꾸준한 연구의 소산임을 이 책은 실감시켜 준다"라고 평가했다.

2018년에 '강만길 저작집 02'로 재간될 때 <해제>를 쓴 조광 교수는 "시대 성격을 규정한 한 권의 책"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역사학계와 지성계에 역사학의 현재성을 말하여 근대역사학의 방법론과 시각을 함께 제공하는 책이 발간되었다. 1978년에 나온 강만길 사론집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이 그것이다. 간행된 직후부터 한국 지성계에 큰 바람을 일으켰고 역사학도들에게는 한국 역사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창작과 비평사의 창비신서 중 하나로 간행되어 지금까지 13쇄에, 대략 2만 부 정도 판매되었는데, 초판만 3천 부가 발행되는 등 출간 당시부터 선풍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역사연구서들이 대략 500부, 많아야 1000부가 발행되던 상황에 견주어 볼 때 놀라운 발행부수였다. (주석 3)

이 책이 공전의 인기를 누리면서 화제가 되자 보수학계의 반발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서 조광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편 역사학계에서는 새롭게 제시된 그의 역사해석 방법을 열심히 따르고자 하는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기성학계에서는 그 이론에 대해서 반발하기도 했다. 반발의 요점은 역사연구에 목적성이 강하면 실용적 해석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역사가 사료와 해석의 결합이라고 하는 현대역사학의 대원칙을 간과한 비판이었다. 그리고 이런 비판은 극복되어야 할 식민사관의 주장을 답습하는 내용이라는 역비판을 받기도 했다. (주석 4)

주석 
1> 강만길,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창작과 비평사, 1978, 3~4쪽.
2> 위의 책, 4~5쪽.
3>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360쪽.
4> 위의 책, 364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실천적 역사학자 강만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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