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상철이 형' 현역 때부터 응원한 일본팬들, 추모와 응원을 위해 울산을 찾다

김정용 기자 2024. 4. 1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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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상철을 추모하는 요코하마마리노스 팬.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추모는 과할수도, 지루할 수도 없다.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벌써 두 번이나 국제적인 추모의 대상이 된 고故) 유상철 감독이 그랬다. 유 감독이 이끌었던 인천유나이티드와 선수 시절 소속팀 요코하마마리노스가 조별리그에서 만나 함께 그를 추억했다. 1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울산HD와 요코하마가 만난 4강 1차전에서 고인에 대한 기억은 경기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지난 2019년 췌장암으로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유상철 감독은 선수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였다. 그를 가장 깊이 기억하는 두 팀이 울산과 요코하마였다. 유상철은 1994년 울산에서 프로 데뷔했고, 1999년 일었던 일본 진출 붐을 맞아 요코하마로 이적했다. 요코하마에서 2년 뛴 뒤 다시 울산(2002~2003), 요코하마(2003~2004), 울산(2005~2006)에서 뛰며 경력을 마무리했다.


소속팀을 영광으로 이끌 줄 아는 선수였기 때문에, 서포터들은 그와 함께한 시간을 더 아름답게 기억한다. 울산은 유상철과 함께 1996년 첫 우승을 달성했고, 2005년 그가 돌아오자마자 다시 한 번 우승했다. 최근 홍명보 감독이 준우승 징크스를 깨주기 전까지 울산의 우승은 이 2회가 전부였다. 요코하마는 통산 5회 우승 중 그가 뛰었던 2003, 2004년에 2회 우승을 차지했다. 팀에 필요한 플레이가 뭔지 빠르게 파악하고 수행했던 그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도 2002 한일 월드컵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울산 구단은 유 감독을 기리는 공간에 특별히 요코하마 관련 물품도 전시하고, 원정팬들이 방문해 추모할 수 있게 했다. 유 감독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앞에 요코하마 팬들이 발길을 멈추고 각자 휴대전화에 그 모습을 담곤 했다.


한 팬은 등에 'S C YOO'를 마킹한 2004년 유니폼을 입고 왔다. 등번호 8번이너덜너덜할 정도로 오래된 유니폼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자세한 인터뷰는 힘들었지만 유 감독이 뛸 때부터 요코하마를 응원해 왔다고 했다.


울산 선수들은 유상철 감독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제작된 티셔츠와 머플러 차림으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6분부터 60초 동안 유 감독을 추모하는 의미의 박수가 쏟아졌다. 요코하마 서포터도 안내방송을 잘 알아듣고 동참했다. 울산 서포터가 유상철 3회 연호로 그를 추억하는 시간을 마무리했다.


두 팀이 서로 유 감독의 영전에 승리를 바치겠다고 다짐한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킥오프 직전 추모 영상에서 울산 팬은 "감독님 좋은 기 받아 결승 가겠다"고 말했다. 요코하마 서포터가 준비해 온 추모 걸개 문구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우리가 이어받자, 유상철 형과 함께"였다.


결국 다짐을 지킨 쪽은 울산이었다. 울산은 홈팀답게 더 주도적인 경기를 했고, 이동경이 K리그1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득점력을 이어가 선제결승골을 넣었다. 이후 주민규와 이동경이 골대를 맞히고, 요코하마의 얀 마테우스가 빈 골대에 공을 밀어 넣지 못하며 추가골은 나지 않았다. 울산이 1-0으로 승리했다.


고 유상철 추모공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남태희(요코하마마리노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동경(울산HD).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같은 마음으로 모인만큼 경기 분위기는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울산에서 뛰었다가 이듬해 전북현대로 갔던 아마노 준의 이름이 불릴때만 울산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 요코하마에는 울산 유소년팀 출신 남태희, 한때 아스널 소속이었던 미야이치 료, 스타 출신 감독 해리 큐얼 등 흥미로운 이름이 많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울산에 한 방 먹이지는 못했다.


유 감독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더 큰 무대로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지키는 쪽은 울산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울산은 ACL 결승행에 한발 가까워졌을 뿐 아니라, 이 승리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도 확보했다. 클럽월드컵은 내년부터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형 이벤트로 개편된다. 울산은 알힐랄, 우라와레즈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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