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 내장객 공동화현상은 막아야 한다…그린피 현실화가 답

정대균 2024. 4. 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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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심각한 내장객 감소로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제공

전국 골프장들이 내장객 감소로 비상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창열)가 최근 발표한 2023 전국 골프장·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전국 522개 골프장을 이용한 내장객은 총 4772만여명으로 조사됐다. 2022년 5058만명에 비해 5.7%(286만여명) 감소라고 한다.

그 중 회원제 골프장 152개소를 찾은 이용객은 1550만여명, 비회원제 370개소를 찾은 이용객은 3221만여명으로 집계됐다. 1홀당 평균 이용객도 전년 대비 396명이나 줄었다.

지방으로 갈수록 사태는 더 심각하다. 전북이 10%, 전남 7.6%, 강원권 6.5%나 감소했다. 가장 심각한 지역은 우리나라 ‘골프 관광 특구’인 제주도다. 제주도는 전국 평균 하락 폭의 3배 가까이인 15%가 감소했다.

이 통계는 어디까지나 작년 치다. 올해 감소 추세는 이보다 더 가파르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제주도 A골프장 총지배인은 “조식과 카트비 포함해 그린피가 10만원(도민 기준)인 골프장도 등장했다”고 귀띔한다.

그는 “제주도 골프장 전체가 그린피를 대폭 할인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상황이 그나마 나은 우리 골프장도 평균 내장률 40%를 채우기 힘들다. 도내 거의 모든 골프장이 그렇다고 봐도 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내장객 감소 가장 주된 원인은 변명의 여지없이 비싼 그린피와 불경기다. 코로나19 펜데믹 때 특수를 누렸던 골프장들이 엔데믹 시기임에도 그린피를 더디게 인하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내리긴 했어도 골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수도권 B 골프장 C 대표는 “펜데믹 때 호황의 추억이 있는 오너 입장에서 그린피를 내리는 것에 선뜻 동의할 리 없다”라며 “그래서 전문 경영인 입장에서는 오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린피 인하 폭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과 오너의 압박 사이에서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 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골퍼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린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그린피가 저렴하고 물가가 비싸지 않은 일본 또는 동남아가 선호 지역이다.

최근에 일본 규슈 지역 골프장을 다녀왔다는 자영업자 D씨는 “예년 이 시기면 수도권 골프장 예약이 어려워 제주도로 투어를 다녀오곤 했다”면서 “제주도 그린피가 많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항공 예약이 여의치 않고 숙소, 음식 등 부대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투어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일본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온 이유를 설명했다.

지방 골프장에 외지인 골퍼들이 많이 찾으면 지역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반대 상황이면 타격이 만만치 않다. 지자체들이 골프장과 머리를 맞대고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제주도는 도내 골프장 업계와 지난 15일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제주도는 도민 전용 할인요금, 계절 할인 제도 운용, 고향사랑기부자 골프장 이용료 할인 등 다양한 할인제를 업계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국제골프박람회 유치, 자체 골프대회 도입, 골프와 연계된 관광상품 개발 등의 정책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골프장의 자구책이 강조된 이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제주도 내 대부분 골프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참하려는 눈치다.

지역의 골프장들이 합심해 불황 타개에 나서는 곳도 있다. 전남 해남군 소재 파인비치골프링크스다. 이 골프장은 자체 대회인 ‘파인비치 리얼골퍼 챔피언십’을 최근 성황리에 마쳤다. 3월 예선전과 4월 결선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에서 수백 명의 골퍼들이 몰려와 대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이 골프장 허명호 대표는 “예상외의 폭발적 반응이었다. 당연히 매출로도 연결됐다”라며 “올해 성공을 거울삼아 내년에는 주변 골프장과 함께 대회를 개최, 이 지역이 우리나라 골프투어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골퍼들이 무조건 그린피를 내려달라는 건 아닐 것이다. 문제는 누구나 납득할만한 수준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골프장 컨디션이 엉망이면서도 그린피를 비싸게 받는다면 불만은 당연하다. 반면 그린피가 비싸더라도 코스 컨디션이 최상이라면 불만은 제로일 것이다.

수도권 E 골프장 F 지배인은 “우리 골프장 그린피는 체시법이 정한 상한선에 책정돼 있다. 그래도 골퍼들의 불만은 없다. 외려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예약이 힘들 정도”라며 “골프장들도 이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누렸던 특수는 이미 끝났다. 고객들에게 최고의 상품을 내놓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 지불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장 업계는 골퍼들의 불만과 구성원들의 자성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선 안 된다.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대책 마련에 골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골프장들의 ‘내장객 공동화현상(空洞化現象)’은 예상보다 더 빨리 찾아올 지도 모른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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