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로 벤츠 사고 돈 떨어지자 아들 시켜 생활비 수금한 엄마 [디케의 눈물 211]

박상우 2024. 4. 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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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폭언·폭행 이뤄지지 않았어도 모친의 학대·방임 행위…아동학대 징역형 처벌"
"장기간 구속시 아이 받을 피해 고려한 듯…최소한의 엄마 역할은 했다고 판단한 것"
"아이의 정서적 안정 위해서라도 母 강하게 꾸짖어야…징역 3개월? 솜방망이 처벌"
"친부, 아들 양육자 변경 신청도 가능…항소한다면 원심 이상 형 선고될 가능성도 있어"
ⓒgettyimagesBank

이혼한 남편에게 받은 양육비로 외제차를 구매하고 형편이 어려워지자 다시 어린 아들에게 생활비를 받아 오라고 시킨 엄마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폭언이나 폭행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모친의 학대·방임 행위가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악영향을 줬기에 아동학대로 처벌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있는 판결이라며 부모들에게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훨씬 더 중한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단독 김희석 부장판사는 최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했다. A씨는 2022년 당시 12세 아들을 이혼한 전 남편에게 홀로 보내 3회에 걸쳐 돈을 받아오게 시켜 정서적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1월부터 5월 사이 전세 계약 만료로 갈 곳이 없어지자, B군과 함께 차량·모텔·병원 등지에서 생활하며 보호·양육을 소홀히 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전남편에게 주택 전세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으로 외제 차를 구입하는 등 거짓말이 들통나 더 이상 양육비를 받지 못하게 되자, 아들을 아버지에게 보내 양육비를 받아오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의 학대·방임 행위로 인해 피해 아동 B군의 건강한 성장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체로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사기의 피해액이 비교적 소액인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gettyimagesBank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피고인은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는 환경에서도 외제차를 구매하는 등 탕진해 좋은 기회를 놓쳤다. 특히 12살 아들에게 '아빠에게 돈을 받아오라'고 시키는 등 자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장기간 구속될 경우 아이가 받을 피해를 고려해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아동학대를 했더라도 최소한의 엄마 역할은 해줬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피고인을 좀 더 강하게 꾸짖어야 했다. 또한 아이는 기관 등 보다 좋은 환경에서 양육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옳은 선택으로 보인다"면서 "국민 정서상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 판결이다. 부모들에게 양육의 중요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본보기로 중하게 처벌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폭언이나 폭행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저해하고 복지를 해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학대에 이른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아 아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지만, 양육비를 탕진하면서 아이를 모텔이나 차에서 생활하게 했다. 재판부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형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은 충분히 항소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양형부당으로 항소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며 "항소심에서 아동의 복지에 어떤 저해가 있었는지 다시 판단한다면 1심에서 선고된 징역 3개월 이상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형법상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경우 징역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만큼 피고인이 선고받은 징역 3개월은 국민 법감정상 낮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재판부는피고인이 반성하고 있으며 양육권자로서 아직 나이가 어린 자녀를 양육해야하고, 자녀의 입장에서도 모친을 가중처벌하는 것이 최선은 아님 점을 참작하여 양형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이혼 후 양육권을 받았지만, 아이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다면 상대측에서 양육권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경우도 아동학대로 형사처벌을 받은 만큼, 친부 측이 양육자변경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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