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백서 ⑤] 이재명은 이광재 지원유세 안 갔는데…

정도원 2024. 4.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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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저지선 붕괴' 긴박했던 국민의힘,
누가 누굴 내부 견제할 여유조차 없어
'판세 여유' 민주당…'대선경선 멤버'
양승조·이광재·김두관, 끝내 낙선
지난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후보. 이번 4·10 총선을 거치며 이 중에 이재명 대표 본인 및 이 대표와 '사실상 연대' 했던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 정도만 살아남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탈당 후 낙선, 박용진 의원은 공천 탈락, 김두관 의원과 이광재·양승조 전 의원은 낙선했으며,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에게는 이렇다할 역할이 부여되지 않았다. ⓒ데일리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지만 잠재적 대권주자라 할 수 있는 중진급 인사들이 대거 생환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다. 개헌저지선이 위협받는 처지에 당내에서 누가 누구를 견제하는 '사치'를 부릴 수 없었던 탓이다.

반면 1~2석 정도는 대수롭지 않을 정도로 판세가 여유로웠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잠재적 대권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사의 지원 유세는 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4·10 총선은 거센 '정권심판론' 역풍 속에서 치러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총선 민심을 "어머니가 주시는 '사랑의 회초리'" "국민으로부터 회초리를 맞았다"고 비유했다지만, 실제 수도권에서 출마했던 국민의힘 후보들은 성난 민심은 '회초리' 수준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도권에 출마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국민의힘 후보는 "영남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총선에서 표출된 수도권의 민심은 회초리를 치는 게 아니라 쇠파이프로 후두부를 가격하는 수준"이라며 "인천에서 2석, 경기도에서 6석 밖에 못 얻었다는 것은 '잘하라'는 게 아니라 '그만하라'는 의미다. 후려쳤지만 막판 PK 결집 덕분에 다행히도 비껴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거전 중후반부에 판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인지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석이라도 더 건지기 위한 필사적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인천 계양을의 원희룡 후보 지원 방문을 했을 때에는 식당에 단 몇 분 밖에 머무를 시간이 없어 콜라만 마셨는데도, 상대 후보인 이재명 대표의 '한우 먹고 삼겹살 SNS'을 부각하기 위해 화제의 식당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밖에 초박빙 지역구인 경기 분당갑의 안철수 후보, 경남 양산을의 김태호 후보도 주된 지원 대상이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10 총선 공식선거운동기간 시작 전인 지난달 19일에는 분당을 한 차례 찾아 이광재 후보를 지원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공식선거운동기간 시작 이후 선거 승세가 역력하자 이광재 후보 지원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재판에 출석하면서도 유튜브 라이브로 깨알같이 박빙 지역구를 읊으면서 지지층의 관심을 촉구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분당갑에 대한 무관심은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당갑 이광재 후보는 상승세를 타면서 여론조사 상으로도 안철수 후보와 초박빙에 돌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이광재 후보는 지난 2022년 대선의 민주당 대선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 참여해 이재명 대표와 경쟁했던 사이였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강원 출신 대권주자 이광재 후보가 수도권에서 당선될 경우, 정치적 성장을 우려해 은연 중에 견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와 경쟁했던 주자 여덟 명 중에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인사는 이 대표와 사실상 연대했던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 한 명 뿐이다.

최대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해 광주 광산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박용진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학살' 당했다. 정세균 전 총리와 최문순 전 강원지사에게는 뚜렷한 역할이 부여되지 않았다. 양승조·이광재·김두관 후보는 공식선거운동기간 시작 이후 이재명 대표의 이렇다할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지역구에서 각개전투를 벌이다가 장렬히 전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철저히 정적을 제거하는 광해군과 같은 성향을 드러낸 것"이라며 "분당갑에서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던 이광재 후보는 물론 김두관·양승조 후보에게도 지원이 없었다. 이 셋의 공통점은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권주자들끼리 서로 견제를 벌일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생환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으로 선출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홍준표 대구광역시장·박형준 부산광역시장·김태흠 충남도지사·김진태 강원도지사 등과 이번 총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한 나경원 당선인과 안철수·김태호 의원 등이 모두 잠재적으로 대권을 염두에 둘 수 있는 후보군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 이후 주목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산을로 지역구가 옮겨졌는데도 신승을 거둬 '역시 선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태호 의원 등의 경쟁은 과거 보수정당을 수습했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상했던 '드림매치'"라며 "저쪽은 대권주자가 이미 결정된 반면 우리는 역동성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면 절망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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