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무분별한 조세감면 정비할 때다

2024. 4. 1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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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만(연세대 교수·행정학과)

비과세, 소득·세액 공제 등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
올해 국세 16%·77조 달해

한번 생기면 좀체 못 없애고
일몰제도 유명무실
국회·언론 감시에서도 벗어나

조세감면 최대한 줄여서
'넓은 세원, 낮은 세율'로
초저출생 시대에 꼭 손봐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이제 각 정당이 국민과 약속했던 정책을 검토하고 실행할 시점이다. 각 정당은 과연 어떠한 정책공약을 제시했을까.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던 자료를 검토해 봤다.

각 정당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유난히 조세감면과 관련된 공약이 눈에 많이 띈다. 4년 전 총선 때와 비교하더라도 각종 조세감면 공약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조세감면은 징수할 세금을 줄여 재정지출과 유사한 효과를 내 ‘조세지출’이라고도 한다. 조세지출은 산업경쟁력 강화, 지역균형발전, 사회복지증진 등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비과세·소득공제·세액공제 등의 방식으로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줄여주는 형태의 재정지원이다.

조세감면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정부의 세입 기반이 약해지고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조세감면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조세감면 규모는 2022년 63.5조원에서 2023년 69.5조원, 2024년 77.1조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체 국세 수입에서 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13%에서 2024년 16.3%로 상당히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물론 모든 조세감면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세감면도 다수 존재한다. 다만 조세감면, 즉 조세지출은 재정지출과 달리 ‘숨어 있는 지출’이다. 재정지출보다 상대적으로 국회와 언론의 감시에서 자유롭다.

국민도 정부 곳간을 열어 돈을 나눠준다는 재정지출에 대해서는 상당히 깐깐하게 바라보면서도 세금을 깎아준다는 조세지출은 반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조세지출은 한번 도입되면 그 도입 목적이 달성돼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더라도 좀처럼 잘 없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조세감면 규모를 관리하지 못할 경우 주요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불필요한 감면이 많아지면 동일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세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감면을 적용받지 못하는 납세자들은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를 보면 소득 증가액에 적용되는 세율인 ‘한계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정부의 세수와 직결되는 ‘평균세율’은 극히 낮다. 조세감면 규모가 클수록 이 두 세율 간 차이는 벌어진다. ‘한계세율’이 높으므로 납세자들은 마치 매우 높은 세율을 부담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정부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안 되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대규모 조세수입을 징수하는 국가들은 조세감면 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세율을 낮추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 형태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덴마크는 우리나라의 사회보험료에 해당하는 수입을 모두 개인소득세로 징수하고 있다. 소득세로 막대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이유가 조세감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지출이 무분별하게 많아지고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조세특례 일몰제’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일몰제는 조세지출을 도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 정책효과가 달성되면 해당 지출이 종료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조세특례 일몰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일몰제는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전락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특례 항목 중 일몰 기한이 아예 없는 항목이 40%를 넘으며, 일몰 기한이 있는 항목 중에서도 기한 연장을 통해 10년 이상 적용되고 있는 항목이 66.7%에 달한다.

한국의 초저출산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며 향후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과 복지로 생활하는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지만 세금을 납부할 경제활동인구는 매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또 한 번 힘차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발 끈부터 단단히 고쳐 맬 필요가 있다. 든든한 재정 여력과 경제의 역동성을 담보해줄 조세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홍순만(연세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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