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오는 ‘3高 악몽’… 기업 돈맥경화 걱정

김민영 2024. 4. 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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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다시 도진 '3고(高)' 악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에다 중동발(發) 전쟁 리스크에 국제유가도 요동치고 있다.

1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연초 달러당 1300원 초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3개월여 만에 1300원 후반대까지 올랐다.

배터리 회사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 10GW짜리 공장은 1조원이면 지었는데 현재는 50% 오른 1조5000억원가량 든다"면서 "3고 상황이 지속되면 투자액이 더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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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투자·운영 자금 확보 부담↑
車·조선 등 제조업 직격탄 가능성
정유업계, 대금 상환 큰 비용 지불
美투자 반도체 공장 비용도 늘어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기업들이 다시 도진 ‘3고(高)’ 악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에다 중동발(發) 전쟁 리스크에 국제유가도 요동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더 요원해졌다.

1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연초 달러당 1300원 초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3개월여 만에 1300원 후반대까지 올랐다. 지난 16일엔 장중 1400원을 찍었다. 배럴당 85~90달러 선인 국제유가는 최대 13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사그라들고 있다. 올해 금리 인하 예상 횟수는 계속 줄고 시기마저 뒤로 밀리고 있다.

기업들은 최대 변수인 중동 전쟁 확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 흐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였던 지난 주말 전 계열사 대상으로 중동 이슈 영향을 전수조사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자금조달 애로를 가장 우려한다. 3고가 이어지면 시설 투자나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다. 회사채 발행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조선·철강 등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비, 물류비, 에너지 가격 등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단가 상승과 수요 위축을 불러 수출과 신규 발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항공·해운업도 물류비 증가로 단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정유업계도 부담이다. 정유사들은 원유 수입 자금 융통 목적으로 기한부어음(Usance·유전스) 채권을 발행한다. 유전스는 은행이 원유 기업에 수입대금을 먼저 지급한 뒤 약 90일 후에 정유사가 은행에 돈을 상환하는 거래를 뜻한다. 문제는 이 거래가 달러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환율이 갑자기 오르면 돈 갚을 시점에 예상보다 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정유사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는 있지만 유전스로 인한 환차손이 금융비용으로 돌아와 당기순이익을 깎아 먹는다”고 말했다.

반도체·이차전지 업계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수조원대 투자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급등한 자재비, 인건비, 이자 등 건설비용이 더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회사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 10GW짜리 공장은 1조원이면 지었는데 현재는 50% 오른 1조5000억원가량 든다”면서 “3고 상황이 지속되면 투자액이 더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3고 현상 장기화는 무엇보다 기업 투자 위축과 소비 감소, 내수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은 “올해 들어 수출이 살아나면서 소비와 내수 회복을 기대했으나 당분간은 어려워졌다”며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느껴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으면서 전반적인 경제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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