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사상·신앙 자유 수호한 기독인 숙청 대상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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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7일 공개한 학살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8~9월 전북지역 기독교인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북한군뿐만 아니라 지방 좌익세력, 빨치산까지 합세해 기독교인 100여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1950년 9월 12일 새벽 무장한 좌익 인사들이 김종한 만경교회 목사 집에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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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몽둥이 구타 후 우물에 넣어”
제헌의원·장관 지낸 교인들 포함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7일 공개한 학살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8~9월 전북지역 기독교인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북한군뿐만 아니라 지방 좌익세력, 빨치산까지 합세해 기독교인 100여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대표 사례가 김제 만경교회 학살이다. 1950년 9월 12일 새벽 무장한 좌익 인사들이 김종한 만경교회 목사 집에 들이닥쳤다. 김 목사는 공산군 중대본부 유치장에 갇혀 이틀간 취조당한 뒤 석방됐다. 하지만 약 2주 뒤인 9월 27일 김 목사와 장로 등은 다시 만경 분주소(파출소)로 끌려가 살해당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주민 2명은 “달이 밝아 나왔더니 ‘쿵’ ‘아이고’ 소리가 나 담장 밖에서 들여다봤다. 망치 같은 걸로 사람을 때리고 우물에 집어넣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희생자 가족은 “지방 좌익들이 교회 사람들을 몽둥이로 때려죽일 때 마을 사람들이 희생자들의 비명을 듣지 못하도록 경찰서 안에서 술을 마시며 꽹과리와 징, 장구를 치면서 사람을 죽였다”고 진술했다.
김제에서는 23명의 희생자가 나왔는데 이 중 9명이 만경교회 교인이었다. 국군이 김제를 수복하고 시신 수습에 나섰지만, 시신이 물에 너무 불어 있어 관에 넣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시신을 달구지에 태워 공동묘지에 묻었다.
정읍제일교회 장로였던 대한민국 1호 변호사 홍재기씨도 불에 타 잔혹하게 살해됐다. 홍씨는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을 마친 뒤 1950년 전주지법 정읍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정읍을 점령한 인민군은 교회를 압박하고 장로들을 체포했다. 홍씨는 자발적으로 나섰고, 정읍경찰서에서 갖은 고문을 당한 뒤 1950년 9월 27일 경찰서에서 불에 타 사망했다.
제헌 국회의원 윤석구, 백형남씨도 대표적 우익 인사이자 기독교인이었다.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윤씨는 군산 동부교회 2대 장로였다. 인민군이 군산에 들어오자 일본으로 피신하기 위해 배를 기다리던 중 인민군에게 붙잡혔다. 윤씨는 전주형무소에서 1950년 9월 말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 동련교회 교인이던 백씨도 1950년 9월 25일 목포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역사 신학자들은 진실화해위의 결정에 대해 당시 기독교인들이 사상과 신앙의 자유를 위해 싸운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기독교인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는 중요한 세력이기에 숙청 대상이 됐다. 이런 사실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번 조사 결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은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만 보상 대상이었으나 적대세력에 의한 피해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가현 박용미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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