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의 전쟁과 평화] 단 1%도 놓쳐서는 안 된다…빈틈없는 통합 방공망 절실

이철재 2024. 4. 1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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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국방선임기자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이 터질 조짐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데 이어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늦은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타격했다. 이란의 드론 180여대와 순항미사일 30여기, 탄도미사일 120여기 등이 이스라엘로 날아갔다.

「 이란 공격…이스라엘 “99% 요격”
사전 경고 있었고, 미국도 도와
북한 섞어 쏘면 방공망 과부하
‘따로국밥’식 대응으로는 곤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요격 미사일이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99%를 격추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이 중 99%를 요격했고, 피해는 경미하다고 밝혔다. 군사적 성공이라 평가할 순 없지만, 이란은 나름 정치적 효과를 거뒀다. 이란은 사전 경고를 여러 번 하면서 이스라엘에 시간을 벌어줬다. 이로써 시리아의 자국 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에 보복하면서도 확전에 대한 책임을 피해갔다. 17일 현재 이스라엘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즉각적 군사 대응을 망설이고 있다.

그래도 이스라엘은 단 한 대의 드론이나 단 한 기의 순항미사일이 자국 영공에 침범하지 않았고, 25기가량의 순항미사일을 국경 바깥에서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좀 더 복잡했다. 미 공군은 이란의 드론·순항미사일·탄도미사일 330기 중 절반이 비행 도중 기술적 문제를 겪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미국이 남은 160여기 중 과반을 격추했다고 미국의 탐사전문 매체 ‘인터셉터’가 보도했다.

미국이 사실상 연합방공 작전 지휘

중동으로 급파된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2개 비행대대가 이란 무기의 80기 이상을 파괴했다. 지중해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2척이 SM-3 미사일로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최소 6기를 잡았다. 이라크 북부와 요르단에 주둔 중인 미 육군의 패트리엇 포대가 1기 이상의 이란 탄도미사일을 막아냈다.

여기에 영국·프랑스·요르단의 전투기들이 이란의 드론과 순항미사일 사냥에 나섰다. 미국은 미사일 경보 위성·정찰 위성 등 막강한 정보망을 지원하는 것 이상으로 미사일 방어망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는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한다.

인터셉터는 미국이 사실상 이라크 북부에서 걸프만 남쪽에 이르는 지역의 다국적 연합 방공 작전을 지휘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어렵고 복잡한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밖에 없다.

중동에서 급변하는 상황을 북한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란이 다양한 무기로 일제 사격했고, 이스라엘이 미국 등의 협조를 받아 방공작전을 펼치는 과정을 철저하게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이 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에마드(Emad·최대 사거리 1700㎞)엔 북한 기술이 녹아있다. 에마드는 북한 노동 미사일의 설계를 바탕으로 이란이 만든 샤하브(Shahab)-3의 개량형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스라엘보다 더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는 점이다. 북한은 유사시 이란처럼 정보를 살짝 흘리는 ‘약속 대련’에 그치지 않고, 죽기 살기로 덤빌 것이다. 고도의 기만술로 한·미의 눈을 속인 뒤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을 장사정포·방사포와 함께 동시다발 ‘섞어 쏘기’로 전쟁을 시작할 전망이다. 북한은 이들 무기를 쉼 없이 퍼부어 대며 한·미 방공망에 과부하가 걸리게 할 것이다.

게다가 한반도는 거리가 짧아 대응할 시간이 적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에 닿는 데 10분 이상이 걸렸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북한이 평양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5분 안에 수도권에 떨어진다.

이스라엘은 요격률 99%를 자랑했지만, 우리에겐 단 1%의 실패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 북한은 핵탄두를 가지고 있고, 이를 같은 민족인 우리에게 주저하지 않고 쓰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 대량으로 보유한 대량살상무기(WMD)를 공중에서 살포하거나(생물무기) 탄두에 달아 터뜨릴(화학무기) 작정이다. 방공망을 뚫고 온 북한의 무기 단 한 발에 우리가 막대한 인적·물적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중거리 방공 체계인 ‘한국판 패트리엇’ 천궁Ⅱ 개발에 참여한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내 가족과 지인, 우리 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머리 위에 놓고도 발 뻗고 편히 자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늘 갖는다”고 말했다.

육군 따로, 공군 따로, 한·미 제각각

우리는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 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면 한국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 등 3축 체계와 미국이 ‘핵우산’을 씌워주겠다는 확장억제로 북한을 상대하려 한다. 높은 고도에서 낮은 고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로 북한 미사일을 잡는 다층 방공망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을 놓치고 있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 사령관은 “국가 통합방공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무슨 얘기일까. 좁은 한반도 전장에서도 방공체계는 ‘따로국밥’이다. 우선 육군의 저고도 국지방공과 공군의 중·고고도 지역 방공이 나뉘어 있다. 소속이 다르다 보니 교육·훈련도 따로 하고, 교리도 제각각이다. 쏟아지는 북한의 무기를 상대하려면 시간과의 싸움일 텐데, 우리는 소관이 어디에 있느냐부터 따진다. 통합방공망을 어떻게 만들까는 고민보다는 일단 어떤 대항 무기를 사올까에만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에서 보듯 미국을 제외하면 게임이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과 실시간으로 작전할 체계를 구비는 어느 정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못하고 있다.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에 편입됐다는 소리를 안 듣기 위해서다. 최악의 경우 북한 미사일에 대해 한국과 미국 어느 쪽이냐, 공군과 육군 어느 쪽이냐 따지느라 골든 타임이 지나갈 수 있다.

이는 당장의 작은 이익을 바라보고 멀리 있는 큰 이익을 버리는 것과 같다. 권 전 사령관은 “한국군 주도 아래 한반도 한·미의 방공·미사일 방어자산을 통합 운용할 수 있도록 연합방공사령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스라엘은 우리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도 1%를 놓쳤다. 반면 북한의 1기라도 허용해선 안 될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다. 체면치레는 일단 살아남고 난 뒤 일이다.

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국방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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