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푸바오 작은할부지' 송영관
그에게 온 '기적 같은 사랑'
지난 3일, 한 사람의 뒷모습에 오래도록 마음이 머물렀다.
한 남자가 푸바오 이송차에 이마를 대고 이별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었다.
이마를 기댄 뒷모습임에도 금세 그가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푸바오 작은할부지’로 알려진 에버랜드 판다월드 송영관 사육사였다.
이 뒷모습으로 인해 지난 2월 그가 들려줬던 푸바오와의 인연이 떠올랐다.
“푸바오를 만날 당시 제가 슬럼프에 빠져 있었어요.
두 시간마다 인공포유를 시키며 돌봤던 유인원이 하늘로 갔기 때문이에요.
사람과 다름없었던 그 아이와의 이별이 제게 큰 상처가 되었나 봐요.
그 바람에 한동안 방황하며 사육사로서 동물과 적정 거리를 두고자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푸바오가 혼자 4~5m 높이 나무에 올라간 거예요.
아직 미숙할 때라 아무래도 떨어질 거 같더라고요.
받으려고 마음먹는 순간, 그냥 바닥에 쿵 하면서 떨어졌어요.
그런데 떨어진 푸바오가 제 품에 들어와 안기더라고요.
제게 위로받고 싶었나봐요. 그때 제 마음의 문이 다시 열렸습니다.”
위로받고자 안긴 푸바오로 인해 송 사육사의 상처도 위로를 받은 게다.
사실 그 이후 푸바오를 향한 송 사육사의 헌신은 정평이 나 있다.
판다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 그네는 물론 공중에 매달린 장난감을 만들거나
숫제 대나무로 기타, 모자, 안경 등을 만들고 얼음 장화까지도 만들 정도였다.
더욱이 그는 푸바오에 대한 마음을 담아 지난해 『전지적 푸바오 시점』이란 책을 냈다.
이는 사육사로서 감동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그의 꿈에서 비롯됐다.
그 꿈을 위해 그는 문예창작과에 입학까지 했다고 했다.
이 모두 당신이 받은 위로를 또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말 푸바오에게 그가 쓴 편지에도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던 와중에 푸바오를 만났고,
함께하면서 조금씩 상처를 치유했고,
행복이라는 테두리 안으로 다시 한 발 한 발 내디딜 수 있었단다. (중략)
있잖아, 푸바오. 푸바오라는 아기 판다를 만난 건,
나에게는 참 기적 같은 일이었단다. 사랑해 "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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