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전격 철회한 RSU 뭐길래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4. 17.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빅테크 기업의 인재 확보 수단이지만…

한때 대기업들이 잇따라 도입했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s) 제도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대기업 오너 일가 승계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RSU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 LS그룹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이 도입을 철회하는 모습이다.

LS그룹이 지난해 도입한 RSU 제도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LS그룹 제공)
RSU 특징 들여다보니

단기 성과 집착 문제 해결

RSU 개념부터 들여다보자. 기업들이 현금으로 주는 성과급이나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스톡옵션과 달리, 수년 후 주식을 주는 ‘장기 성과 보상 제도’다.

스톡옵션의 경우 기업이 특정 조건을 충족한 임직원에게 일정량의 주식을 약정된 가격에 매입하는 권리를 주는 보상 제도다. 주로 벤처기업, 스타트업이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당근책으로 활용해왔다. 기업이 주가 상승에 자신 있을 때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톡옵션 효과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기업 주가가 행사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기대와 달리 무용지물이 된다. 스톡옵션은 주가의 대세 상승기에는 임직원 성과가 나빠도 이익을 보고, 대세 하락기에는 성과가 좋아도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돼왔다.

부작용 논란도 거셌다. 일례로 2021년 말 당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임원진들이 스톡옵션으로 900억원대 차익을 실현하면서 ‘먹튀’ 행태로 지탄받았다. 임원진이 단체로 주식을 매도하며 주가가 급락해 직원과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RSU는 ‘이미 나타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주는 개념이다. 근속 기간, 실적 등 성과 조건을 달성한 임직원에게 회사가 보상으로 지급하되 양도 시점을 제한한다. 주식은 분기, 연 단위로 분할 배분하거나 수년 뒤 일괄 지급되기도 한다. 통상 RSU 의무 보유 기간은 3~10년이다.

특히 RSU는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주식의 전체 가치가 온전히 임직원에게 가는 구조라 임직원 선호도가 높다. 회사 입장에서는 행사 가능 시점까지 근로 의욕을 높이고 근속 연수를 늘리는 효과가 생긴다. 주가가 떨어져도 보상이 보장되는 데다, 양도 가능 시점을 장기로 설정해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문제점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다. 스톡옵션과 비교해 임원의 책임 경영, 직원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단기 성과에 매몰될 수 있는 성과급보다 유용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RSU는 스톡옵션과 비교해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스톡옵션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는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제약 요인이다. 발행 주식 수의 10% 이내로 수량도 제한된다. 하지만 RSU는 부여 대상뿐 아니라 수량 제약도 없다. 기업 오너 일가도 얼마든지 RSU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양한 장점이 있다 보니 스톡옵션 대신 RSU를 활용하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 2000년 한화그룹이 대기업 최초로 RSU를 도입한 이후 두산그룹, LS그룹, 네이버 등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한화그룹은 RSU를 받은 부사장급에게는 7년 뒤, 대표이사급에게는 10년 뒤 주식 또는 주식 가치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급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한화 16만6004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만5002주, 한화솔루션 4만8101주를 RSU로 받았다.

두산그룹은 임원들에 대한 장기 성과급 지급 방식을 과거 3년간 장기 성과에 대해 현금을 주는 방식에서, 향후 3년간 성과를 측정해 RSU를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RSU로 ㈜두산 주식 3만2266주를 받았다. 양도 가능 시점은 2026년 2월이다. 2차전지 소재 기업 포스코퓨처엠은 연구·생산 부서의 핵심 인력에게 RSU를 선별 지급해왔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우수 인재 유치 방안으로 활용됐다는 평가다.

게임 업체 크래프톤 창업자 장병규 이사회 의장도 RSU를 부여받았다. 크래프톤은 최근 장병규 의장에게 223억원 규모의 RSU를 부여하기로 했다. 10년 기한으로 크래프톤 시가총액이 30조원, 35조원, 40조원을 넘을 때마다 3만주씩 받는다.

금감원 RSU 공시 의무화

여론 눈치 보는 대기업들 철회 움직임

한동안 RSU가 인기를 끄나 싶었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RSU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부터 기업에서 부여한 RSU를 공시하도록 했다. 정부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는 의미다. RSU가 대기업 오너 일가의 승계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RSU가 스톡옵션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들은 하나둘씩 RSU 제도를 폐지하는 모습이다.

㈜LS, LS일렉트릭 등 LS그룹 주요 계열사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RSU 제도를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LS그룹은 앞서 지난해 3월 RSU 제도를 전격 도입해 임원이 3년 뒤 주가와 연동한 장기 성과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RSU 제도로 2만7340주 상당의 보상을 2026년 4월에 받는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원점으로 되돌렸다. LS그룹은 앞으로 기본급에 일정 요율을 정해 성과급을 지급하던 기존 방식으로 돌아간다. 직원들 사이에서 금일봉식 단기 성과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한 데다 RSU가 오너 일가 승계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도 RSU 활용 방안을 고심 중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해 200억원 안팎의 계열사 RSU를 지급받은 내역이 공시되며 승계 수단 논란에 휘말린 탓이다. 한화는 “최초 부여 시점부터 20년이 지난 2040년까지 김 부회장이 실제 취득하는 ㈜한화 주식은 1%대에 불과하다. 책임 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동시에 RSU 도입을 임원뿐 아니라 팀장급 직원으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RSU 부작용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스톡옵션 대안으로 활용해온 만큼 순기능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해외에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03년 RSU 제도를 처음 적용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2010년 RSU를 도입했고 애플은 2011년 임원, 엔지니어에 한해 RSU 제도를 활용했다. 아마존, 메타(옛 페이스북)도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S&P500 소속 기업 대표 평균 보수 중 54%를 RSU가 차지할 정도다.

특히 미국 빅테크들이 우수 인재 확보 수단으로 RSU를 활용하는 만큼 우리도 무작정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나라 상법상 이익이 나지 않은 자기자본잠식 상태의 비상장사는 자사주를 살 수 없다. 국내 대다수 벤처기업, 스타트업들은 적자인 상태에서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RSU를 도입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이 아니라 RSU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금감원이 기업들의 RSU 공시를 의무화했는데 한발 더 나아가 RSU 지급 요건, 규정을 구체화하는 등 보다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재계 관계자 의견도 새겨들을 만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