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 물통바위가 빚은 ‘환상적’ 폭포

남호철 2024. 4. 1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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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동해안 이색 풍경
이른 아침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모포항 인근 바다 속 계곡처럼 보이는 물통바위가 작은 폭포 같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경북 포항의 남쪽 장기면의 해안선은 14.5㎞ 정도다. 남쪽 끝 두원리에서 시작한 해안은 북으로 뇌성산 자락에 기대어 있는 모포리(牟浦里)를 거쳐 구룡포읍과 호미곶면으로 이어진다. 크고 깨끗한 모래해변, 기묘한 형상의 바위, 일출이 아름다운 마을 등이 볼거리·이야깃거리를 풀어놓는다.

모포는 어느 지역보다도 봄에 보리가 일찍 되는 포구라 하여 ‘보리 모’ 자를 붙였다고 한다. 모포 어항에서 구평리 해안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다양한 해안 지형을 만난다. 신생대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곳임을 입증해주는 화산암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파도와 염분의 작용으로 형이상학적 모양을 가진 바위가 널려 있다.

‘모포 방파제’ 뒤편 작은 샛길을 따라가면 C자형 해변이 친화력 있게 다가선다. 그 앞바다에 기암괴석이 우뚝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인다. 등에 아이를 업고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여인 같기도 하고 인디언 추장을 닮은 듯하다.

이곳에서 가장 독특한 지형은 ‘물통바위’다.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일출 명소다. 바닷속 너럭바위 중앙이 움푹 파여 계곡처럼 보인다. 밀려왔던 바닷물이 빠질 즈음 드러나는 갈라진 바위로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장노출로 담으면 폭포 같은 비경을 연출한다. 이른 아침 붉은 해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놓는다. 물때 및 파고와 일출 시간대가 잘 맞아야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파도에 대비 장화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달 없는 밤에는 신비로운 은하수를 담을 수 있다.

해안을 따라 올라가면 구룡포읍 삼정리다. 신라 때 삼정승이 살았다는 마을이다. 삼정승이 날 만큼 지세가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곳에서 주상절리를 만난다. 신생대 제3기인 6500만년 전부터 170만년 전 사이 이곳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분화구에서 흘러넘친 용암이 굳어 바위가 됐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단애 아래로 비경을 드러낸다. 방사형, 부채꼴 등 다양한 방향의 절리가 관찰되지만, 역동적인 사선의 주상절리가 가장 우세하다.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분출되던 바로 그 순간을 보여주는 듯하다.

구룡포읍의 북쪽 끝은 ‘돌병풍’ 마을 석병리(石屛里)다. 마을 앞 바닷가에 병풍 같은 바위가 있는데 끝이 뾰족하게 솟아 아흔아홉 골짜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촬영됐다. 실제 주민들이 살던 집을 빌려 촬영했다고 한다.

석병리에 한반도 최동단 땅끝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마을에는 국토지리정보원이 한반도 최동단이라 선언한 ‘땅끝’이 있다. 콘크리트로 ‘밭 전’(田)자를 그린 양식장 너머 바다로 뻗어 나간 갯바위 위에 지구본 모양의 동그란 돌탑이 동그마니 서 있다. 돌탑에는 ‘한반도 동쪽 땅끝, 동경 129도 35분 10초, 북위 36도 02분 51초, 포항시 구룡포읍 석병리’라고 새겨져 있다.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이다. 일출 명소지만 요즘 여행객들의 발길을 끄는 것은 노란 유채꽃밭이다. 대보리에 10만 평이 넘는 대단지로 조성된 꽃밭이 푸른 동해와 어우러져 노란 물결을 이룬다.

호미곶 상생의 손 인근에 유채꽃이 만발해 있다.


그 한가운데 소나무 한 그루가 섰다. 가로로 누운 유채의 노랑과 세로로 선 늠름한 소나무와 멀리 파랗게 뒤를 받쳐주는 바다에 유유히 떠 있는 배, 포항 호미곶에서 만나는 환상적인 풍경이다.

호미곶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달만곶 사이가 영일만이다. 이곳에 자리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 피해로 중단한 제철소 야간 경관조명과 전광판에 562일 만인 지난달 21일 다시 불을 밝혔다. 3만개의 LED 조명과 전체 길이 60㎞에 달하는 광케이블을 통해 빛이 연출돼 포항 연안 수변 어디에서나 빛을 즐길 수 있다.

포스코와 연관된 볼거리는 포항의 내륙 연일읍에도 있다. 1997년 포스코 및 국가산업단지 부지를 매립하기 위해 파내던 채석장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제415호 ‘달전리 주상절리’다. 신생대 제3기 말에 분출한 현무암에서 발달한 것으로 높이 20m, 길이가 약 100m 규모다. 기둥은 약 80도 경사에서 거의 수평에 가까운 경사로 휘어져 있는 특이한 모양을 보여준다.

여행메모
모포항 인근 경로당 주변 주차 가능
일제강점기 어부 먹거리 모리국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달전리 주상절리가 신비롭다.

물통바위 인근 모포항은 한적한 곳이어서 항구 앞에 위치한 모포1리 경로당 주변 넓은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제대로 된 사진을 위해서는 '때'가 잘 맞아야 한다. 해 뜰 무렵 바다 수위가 낮고 파도가 있는 날에 가야 헛걸음을 면할 수 있다. 일출 시간과 해상 파고는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간조 시간은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정리 주상절리는 구룡포항을 지나 호미곶 방면으로 가다가 삼정리 방면으로 우회전해 만나는 구룡포 해수욕장에서 500여m 떨어진 곳이다.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는 '석병1리 방파제' 포구에서 찾을 수 있다. 달전리 주상절리는 내비게이션에 검색하면 나온다.

모리국수는 일제강점기 시절 먹거리가 귀할 때 어부들이 하급 생선들을 모아 칼국수와 함께 넣어 얼큰하게 끓여 먹던 향토음식이다. 구룡포 시장 안 제일국수공장은 재래식으로 국수를 만드는 곳이다. 오전이면 국수 말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포항=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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