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아프도록 꽃길을 걷자, 우리 가장 젊은 오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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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 이해인 수녀님 시 필사노트 이해인 수녀님의 시 '4월의 기도' |
ⓒ 유영숙 |
가끔 시를 필사한다. 4월 초에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편을 필사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사계절의 기도>에 들어 있는 '4월의 기도'이다. 이 시를 읽다가 가슴이 뭉클해졌다. 실은 3월에 감기로 오래 고생했기에, 요즘엔 어디 나가는 것도 귀찮게 생각했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그러면서 '두 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 볼랍니다'라고 하셨다. 이 시구 한 줄로 4월에 부지런히 꽃구경하러 다녔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건강할 때 부지런히 꽃구경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고운 향기 맡을 수 있음에 감격하며, 봄꽃 가득한 4월에 살아있음에 감동하며 감탄하고 다니리라 마음먹었다.
▲ 4월 초 강화도 고려산의 꽃 4월초라 고려산 위쪽 진달래는 활짝 피지 않았지만, 진달래, 버들강아지, 복수초 등이 피어 봄을 알려주었다. |
ⓒ 유영숙 |
4월에는 정말 열심히 다녔다. 발이 부르트지는 않았으나 다리가 조금 아프긴 했다. 4월 초에는 소래 포구 카페에도 다녀왔고 강화도 고려산에도 다녀왔다. 친구 만나러 먼 곳으로 꽃구경도 갔지만, 아파트 둘레길도 걷고 가까운 곳에 있는 근린공원에서도 꽃구경을 하였다. 온 세상이 꽃동네니 어디를 가든 꽃구경을 할 수 있었다.
며칠 전엔 지하철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잠실 석촌호수 벚꽃 구경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멀어서 망설였으나 좋은 분도 만나고 꽃구경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아침에 서둘러 출발했다.
▲ 4월 8일 석촌 호수 석촌 호수에 벚꽃이 만발하여 정말 아름다웠다. 벚꽃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다. |
ⓒ 유영숙 |
석촌역에서 작가님을 만나서 석촌호수로 향했다. 벚꽃이 만발하여 호수와 어우러져서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었다. 월요일인데도 사람이 많았고, 그중엔 외국인도 많아서 이곳이 '핫플레이스'임을 느꼈다. 정말 오길 잘했다고, 안 왔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고 생각했다.
▲ 석촌 호수 옆 식당에서 내려다 본 석촌 호수전경 롯데월드와 석촌 호수 벚꽃이 어우러져서 꼭 동화 나라에 와 있는 듯 환상적이었다. |
ⓒ 유영숙 |
점심 먹고 내려와서 본격적으로 호수 둘레를 산책했다. 산책하는 사람이 많아서 부딪힐까 봐 조심하며 걸었다. 벚꽃은 이번 주까지 필 것 같다. 벚꽃이 지면 피려고 영산홍이 분홍 꽃봉오리를 삐죽 내밀며 누군가를 유혹하려는지 대기하고 있다. 영산홍은 또 다른 색깔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라.
▲ 피려고 준비하고 있는 영산홍 석촌호수에 벚꽃도 예뻤지만 둘레에 영산홍도 많아서 영산홍이 피면 그 풍경도 예쁠 것 같다. |
ⓒ 유영숙 |
넓은 호수 주변에 빽빽하게 핀 벚꽃이 복잡한 세상과 분리된 듯 한가로웠다. 모든 시름 잊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며 고운 벚꽃에 흠뻑 취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나 혼자 보고 온 것이 미안해져서, 영산홍 만발할 때 가족과 함께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대해 준 작가님이 고맙다. 작가님 덕분에 행복하게 봄나들이를 했다. 몸은 조금 피곤했으나 마음만은 큰 부자가 되었다.
발은 아프지만 마음은 봄꽃처럼 훈훈하다
4월에는 발이 부르트도록 꽃길을 걸으려고 마음먹었다. 물론 아파트 주변 공원도 걷고 아파트 둘레 길도 걸었다. 주변의 봄 풍경도 예쁘지만, 새로운 곳에 가면 또 다른 감동을 받는다. 가기 전부터 기대가 되어 가슴이 설렌다. 그곳은 어떤 모습으로 감동을 줄지 상상하며 가는 동안마저 행복하다.
▲ 4월의 나무들 꽃도 예쁘지만 4월의 연두색 나뭇잎은 또 다른 싱그러움을 준다. |
ⓒ 유영숙 |
2시간 정도 걸리는 먼 길이지만 마다하지 않고 출발했다. 전철 차창 밖으로 펼쳐진 연녹색 나뭇잎이 정말 예뻤다. 비를 머금어서 그런지 초록이 더 싱싱해 보였다. 역에 도착하여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는데 은행나무의 연두색 잎이 예뻐 자꾸 쳐다보았다.
▲ 라일락과 조팝나무 벚꽃이 진 자리를 빛내주는 라일락과 조팝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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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벌써 반이 지났다. 지난 15일 동안 정말 발이 부르트도록 다녔다. 온 세상이 꽃 잔치라서 어디를 가든 꽃을 볼 수 있었다. 개나리가 목련이 벚꽃이 피고 졌다. 요즘 영산홍이 피기 시작했고 라일락도 진한 향기를 품으며 피기 시작했다.
▲ 박태기나무 분홍색 박태기 나무가 4월에 화려하게 피었다. |
ⓒ 유영숙 |
내일도 내 것이 아니고 내년 봄은 너무 멀기에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리라. 아직 남아 있는 봄날에 또 다른 꽃길을 걸으며 가장 젊은 오늘을 즐겨야겠다.
꽃을 많이 봐서인지 마음은 봄꽃처럼 훈훈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많이 걸었더니 그토록 빠지지 않던 살도 빠져서 몸은 가벼워졌고, 나와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도 예뻐진 것 같다. 요즘 화낼 일이 없어졌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그렇다. 봄 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좋다.
아직 남아 있는 4월에도 꽃길 걸으며 마음에 꽃물 가득 채우리라. 가장 소중한 지금,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일도 꽃길을 걸어야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봄꽃을 구경하며 마음 건강, 몸 건강 챙기는 4월이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가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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