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한복판으로 불려 나온 한국 영화, 승자는?

성하훈 2024. 4. 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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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봄> 은 종북세력의 총선을 앞둔 문화전쟁에 불과하다."

22대 총선 한복판에서 한국영화는 여당과 야당에 각각 불려 나오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때때로 정치적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의 주요 도구로 활용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왕이면 총선을 치르기 전에 개봉하는 게 낫다는 생각은 했었다"고 말한 한 영화 제작 관계자의 말마따나 한국 영화가 총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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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도구로 활용된 영화 <건국전쟁> 과 <파묘> ... "총선에 영향 끼친 건 사실"

[성하훈 기자]

 <파묘>와 <건국전쟁> 포스터
ⓒ 쇼박스, 다큐스토리
 
"<서울의 봄>은 종북세력의 총선을 앞둔 문화전쟁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한 보수단체는 천만 영화인 <서울의 봄>을 이렇게 비판했다.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한국 현대사와 정치권력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에 불편함을 나타낸 것이었다. 

총선을 앞둔 시기 <서울의 봄>을 통해 1980년 당시 신군부의 권력 찬탈과 검찰 독재로 비판이 나오는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서보는 시선들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22대 총선 한복판에서 한국영화는 여당과 야당에 각각 불려 나오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건국전쟁>, <파묘>였다. 한국영화가 때때로 정치적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의 주요 도구로 활용된 모습이었다.

신한일전 vs. 제2 건국전쟁

출발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총선 성격 규정으로 시작됐다. 지난 3월 22일 "이번 총선은 국정 실패, 민생 파탄, 경제 폭망, 평화 위기, 민주주의 파괴에 대해 심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완벽한 신한일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다음날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은 '제2의 건국전쟁'이다"라고 반박했다.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짓밟으며 종북, 중국 사대주의에 빠진 반국가 세력이 권력을 휘두르게 둘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난 2월 <건국전쟁>을 직접 관람했으며, 국민의힘 인사들도 영화 홍보 및 단체 관람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공식선거운동 기간 중 대중적인 관심도는 <파묘>가 우세했다. 여기에는 대파 논란의 영향이 있었다. 지난 3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파 한 단에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비판적 여론이 크게 일었고, 온라인상에는 대파와 파묘를 연계시키는 패러디가 이어졌다. 일부 언론의 만평에서는 파 무덤에 깔린 사람이 등장했고, 대파밭 옆의 고양이 모습 등 '파묘'는 중의적으로 활용되며 하나의 놀이가 됐다. 

야권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파묘' 패러디물 공유가 이어졌다. 영화의 내용이 친일잔재를 파묘하는 내용인 데다, <건국전쟁> 감독이 <파묘>를 "반일 좌파영화"라고 비난한 것이 이재명 대표가 총선 성격을 신한일전으로 규정한 것과 맞물려 벌어진 현상이었다. 

정지영 감독 "모든 영화는 정치적"
 
 영화 <파묘>의 한 장면
ⓒ 쇼박스
 
물론 <파묘>가 개봉 시기를 총선에 맞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총선 전 개봉했던 한 영화의 제작 관계자는 "이왕이면 총선을 치르기 전에 개봉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일부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영화가 총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평론가인 강성률 광운대 교수는 "<파묘> 등의 영화가 총선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윤석열 정권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면서 일본에 굴종적 태도를 보였고, 여기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좌파 종북 딱지를 붙였다"며 "일제 강점기 친일 문제를 다룬 <파묘>가 우리 안에 일제 저항 의식이 여전함을 일깨웠다"고 설명했다.

정지영 감독도 평소 인터뷰나 기자회견 등에서 "정치 영화라는 장르는 없으나 따져보면 모든 영화는 다 정치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상업영화라 할지라도 작가나 감독의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고, 다만 그것을 무의식으로 드러내느냐 유의식으로 그려내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정치성을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한편,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파묘>가 보수적인 인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나, <건국전쟁>은 좌파 역사 왜곡과 독재자 이승만 미화로 점철된 거짓 다큐였다"며 "보통 민족 담론은 우파적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파묘>를 좌우의 잣대로 평가한 것은 무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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