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박영선 기용설에 용산 발칵...박지원 "尹과 친한 건 맞아"
1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에 각각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나오자 용산 대통령실은 발칵 뒤집어졌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야당 인사로 기존 후보군에서 거론되던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양 전 원장은 이른바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로 불리는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힌다.
해당 보도가 나오고 약 3시간 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대부분 수석도 “전혀 아는 바 없다”“황당한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고심이 길어질 것”이란 말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해당 보도에 대해 일부 참모진은 “윤 대통령이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식 입장과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파격적인 방안일 수 있다”며 “민주당에서 탈당한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에게 정무장관직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 전 원장은 주변에 “뭘 더 할 생각이 없다. 무리한 보도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종민 의원은 본지에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양 전 원장과 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과 부부 모임을 가질 만큼 친밀한 사이라고 한다. 양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장관도 국회 법사위 의원 시절부터 검사였던 윤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박 전 장관은 지난 4월 미국 국빈방문 당시 윤 대통령의 하버드대 강연 현장에 참석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분들(박영선·양정철)이 윤 대통령과 친한 것은 사실”이라며 “양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한 건 맞지만 (양 전 원장이) 그 후로 만나지도 않았고,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찔러보기, 띄워보기이자 간 보기”라며 “언론에 흘려보면 1차 검증이 된다. 윤 대통령은 야당 파괴 공작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실 내에서도 해당 보도에 대한 참모들 간의 의견이 엇갈리며 “핵심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답답한 반응이 나왔다. 지난 11일 이관섭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및 수석비서관 전원의 사의를 표명한 뒤 보좌 공백이 생겼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제기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총선 참패로 위기에 봉착한 엄중한 시기의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서는 안된다”며 “오늘과 같은 해프닝은 (대통령실) 메시지 관리의 부실함을 드러낸 것이다. 상당히 아쉽다”고 밝혔다.
박태인·김정재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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