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합 부실채권 사상 첫 10조 돌파…흔들리는 상호금융

부광우 2024. 4.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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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이하여신 1년 만에 두 배 '폭증'
1금융 은행권과 맞먹을 정도로 늘어
고금리 충격에 부동산PF까지 겹악재
애꿎은 다른 고객들까지 악영향 우려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농협중앙회

전국 1000여곳의 농협 조합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이 한 해 동안에만 두 배 가까이 폭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제1금융권인 은행과 비교하면 전체 여신 규모는 아직 7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불거진 부실채권 규모만큼은 이미 거의 맞먹을 정도로 불어난 실정이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터널 속에서 대출의 질이 계속 나빠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악재까지 겹쳐지면서, 지역 상호금융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농협 조합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런 악영향이 애꿎은 고객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117개 농협 조합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10조775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95.1% 늘었다.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금액이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조합별로 보면 강동농협의 고정이하여신이 101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35.3% 증가하며 유일하게 1000억원을 웃돌았다. 이어 구리농협이 985억원, 진접농협이 932억원으로 각각 570.1%와 135.4%씩 늘며 해당 금액이 많은 편이었다.

이밖에 ▲대구축산농협(840억원) ▲천안축산농협(803억원) ▲남서울농협(802억원) ▲미금농협(751억원) ▲서울축산농협(716억원) ▲서대구농협(713억원) ▲남부산농협(668억원) 등이 고정이하여신 규모 상위 10개 농협 조합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 농협 조합 고정이하여신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농협 조합들의 이같은 고정이하여신 총량은 은행권을 넘보는 수준이다. 국내 20개 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 보유량은 12조4866억원으로 농협 조합들의 총합보다 1조7000억여원가량 많았다. 다만 조사 대상 기간 증가율은 23.1%로, 농협 조합들의 고정이하여신이 훨씬 빠르게 쌓이는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안에라도 역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농협 조합들이 다루고 있는 여신의 사이즈가 은행권에 비해 한참 적은 데도, 이처럼 엇비슷할 정도로 부실채권이 몸집을 키운 현실은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실제로 농협 조합들의 총여신은 지난해 말 기준 357조6607억원으로 은행권(2628조9824억원) 대비 13.6% 수준이다.

농협 조합 대출에서 부실이 꿈틀대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화하고 있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이자 부담이 쌓이면서 돈을 제때 갚지 모하는 차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그 중에서도 부동산 PF 대출은 위험의 진앙으로 꼽힌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태 직후 저금리 시기에 농협 조합들은 지역 사회와 밀접한 상호금융기관으로서 각종 부동산 PF 사업에서 주요 자금 공급 역할을 맡아 왔다.

문제는 무리한 대출로 인한 피해가 선량한 일반 고객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종잣돈을 모아 사업을 꾸려가는 농협 조합들의 구조 상 부실 대출로 인한 손실은 모두가 나눠 질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가 조합들의 여신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 해도 그 동안 누적된 고금리 영향을 감안하면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채권은 당분간 빠른 증가세가 예상된다"며 "농협 등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상호금융권의 특성 상 지방 소형 조합들은 현실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중앙회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여신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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