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오식 (13) 대형 폭우 내려주신 하나님 은혜로 건축 시장 복귀

신은정 2024. 4. 1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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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가 카타르에서 천연가스액화(GTL) 공사 수주를 통해 블랙리스트에서 해제되면서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대규모 발전소, 비료 공장, 병원 등 건축을 비롯해 전기 송전선·변전소 전기 공사까지 지사장으로 4년간 근무하며 7조6000억원 규모의 공사 8개를 수주했다.

이후 많은 카타르 건축 공사에 우리 회사가 초청됐고 우리는 정부 발주의 왕궁 부속 복합문화센터와 하마드 메디컬시티 2단계 병원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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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최초 열린 카타르 아시안게임에서
전례 없는 폭우로 경기장 곳곳 물 폭탄
튼튼하게 잘 지어진 쉐라톤 호텔과 비교
권오식 보국에너텍 부회장은 현대건설 카타르 지사장 시절 뜻하지 않은 기회로 건축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현대건설이 건설한 도하의 쉐라톤 호텔 전경.


우리 회사가 카타르에서 천연가스액화(GTL) 공사 수주를 통해 블랙리스트에서 해제되면서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대규모 발전소, 비료 공장, 병원 등 건축을 비롯해 전기 송전선·변전소 전기 공사까지 지사장으로 4년간 근무하며 7조6000억원 규모의 공사 8개를 수주했다. 본사 직원 1명뿐인 작은 지사로 출발해 3년 만에 카타르에 동원된 직원과 근로자는 2만명이 됐고 카타르 지사는 그들을 지원하는 대규모 지사가 됐다. 믿기 어려운 실적이었다.

그중에서 건축 공사 수주는 정말 하나님이 함께하지 않으셨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내가 카타르에 부임한 해인 2006년은 아시안게임이 중동 최초로 카타르에서 열리는 해였다. 수도 도하에는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경기장뿐 아니라 많은 건물이 새로 지어졌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주최지로도 선정된 상태여서 추가로 더 많은 건물 건축이 계획돼 있었다.

도하 시내를 지날 때마다 나는 ‘저 많은 건물 중에 최소한 몇 개는 우리가 지어야 할 텐데’ 하고 골똘히 생각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자동차 회사의 홍보 간판이라면 건물은 서 있는 건설회사의 홍보물인데’라는 내 고민에 아내는 항상 “기도하세요” 하며 응대했다.

현대건설이 카타르에서 건축한 건물은 30년여 전 지은 도하 쉐라톤호텔뿐이었다. 그러나 도하 쉐라톤호텔은 카타르를 대표하는 건물이었다. 이후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섰지만 피라미드 모양의 쉐라톤호텔의 위용과 자태는 여전해 빛을 발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 대부분은 주로 중국이나 중동 업체가 값싸게 건설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게 현지 건설시장에서의 중론이었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건축 시장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하게 보였다.

그러나 기회는 정말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2006년 12월 제15회 카타르 아시안게임이 개막됐다. 나는 도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참관했다. 그런데 행사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중동에서 장대비가 내리다니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비는 개막일뿐 아니라 아시안게임 내내 전례없이 많은 양이 내렸다. 그런데 경기장 건물에 빗물이 새는 곳이 많아 경기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카타르 왕실은 “30년 이상 된 쉐라톤호텔은 물방울 하나 새지 않는데 왜 이제 막 건설된 경기장에서 물이 새느냐”며 공공사업성 장관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쉐라톤호텔이 한국의 현대건설에 의해 건축됐다는 사실이 자연스레 알려졌다. 우리의 시공 능력이 새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후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해 건설 업체를 선정하라’는 공공사업성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 이후 많은 카타르 건축 공사에 우리 회사가 초청됐고 우리는 정부 발주의 왕궁 부속 복합문화센터와 하마드 메디컬시티 2단계 병원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다. 일단 건축 시장 재진입에 성공하자 현대건설은 2020년대까지 건축공사 수주가 활발히 이어졌다. 특히 카타르가 가장 자랑하는 ‘사막의 장미’라는 별칭의 국립박물관 건설에 현대건설이 선정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2006년 아시안게임 당시 폭우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정리=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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