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수입차 3위 ‘청신호’ [CEO 라운지]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4.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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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수입차 브랜드 순위를 놓고 역대급 경쟁이 펼쳐졌다. 늘상 봐왔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1·2위 싸움보다 더 업계 이목을 집중시킨 건 생소한 3위 경쟁이었다. 그동안 3위는 붙박이나 다름없었다. BMW·벤츠와 함께 ‘독일차 3사’로 분류되는 아우디가 매년 4위와 큰 격차로 순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3위는 역시 아우디가 차지했지만, 실제 더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브랜드는 ‘볼보’다. 최종 성적 1만7018대. 전년보다 신규 판매를 18% 이상 끌어올리며 아우디를 800대 차이까지 추격했다. 2023년 순위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올해 1~2월 BMW와 벤츠가 나란히 전년 대비 역성장하는 등 수입차 시장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볼보는 오히려 신규 등록을 늘리며 수입차 3위에 올라섰다. 같은 기간 아우디는 10위권까지 처졌다. 이른 시점이지만 볼보가 올해 수입차 3위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볼보 약진은 ‘깜짝 이벤트’ 정도로 치부하기 어렵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2022년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중심에는 2014년 임기를 시작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볼보) 대표(58)가 있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볼보의 국내 성장 스토리를 손수 써내려간 주역이다. 수입차 브랜드 법인 중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몇 안 되는 한국인 CEO기도 하다.

1966년생/ 한양대 대학원 산업공학과 졸업/ 1994년 대우자동차 경영기획실/ 2002년 BMW코리아 딜러 개발 매니저, 2010년 세일즈 상무, 2013년 애프터세일즈 상무/ 2014년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이사(현)
취임 10년 동안 판매 480% 성장

할인 없애니 오히려 소비자 신뢰↑

2014년 당시 볼보는 국내 시장에서 한 해 3000대 정도를 판매하는 중소 브랜드였다. 그 전에는 연간 평균 1000대 정도를 팔았다. 하지만 이 대표 부임 후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더니 지난해에는 국내 진출 이후 최다 판매인 1만7018대를 기록했다. 취임 첫해인 2014년과 비교하면 480%에 달하는 성장세다. 특히 볼보 중형 프리미엄 SUV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XC60은 2023년 한 해 동안 5831대를 판매, 최초로 수입 SUV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 대표 진두지휘 아래 볼보는 5년 연속 국내 ‘1만대 클럽’을 달성하며 명실상부 메이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는 처음으로 볼보자동차그룹 내 APEC 시장(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퍼시픽 국가)에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세일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94년 대우자동차 경영기획실에 입사한 그는 2002년 BMW코리아로 적을 옮겨 딜러 개발 매니저 업무를 맡았다. 역량을 인정받아 BMW코리아 내에서도 승승장구했다. 2010년에는 세일즈 상무, 2013년 애프터세일즈 상무 등을 역임한 뒤 2014년 7월부터 볼보를 이끌어왔다.

볼보 승승장구에도 이 대표의 남다른 역량과 노하우가 발휘됐다는 평가다. 영업 책임과 애프터서비스를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과 만족도를 최우선하는 브랜드로 가닥을 잡았다. 당장 판매량이나 수익보다는 꾸준히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면 결국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볼보 특유의 가격 정책을 통해 이 대표가 추구하는 철학을 살펴볼 수 있다. 볼보는 수입차 브랜드 사이에 만연한 할인 정책 대신 기본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사실 할인 판매는 소비자에게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은 방식이다. 딜러나 구매 시기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데다 하나하나 비교하는 과정에서 피로감이 쌓이기 때문이다. 막상 차를 사고 났는데 이후 할인폭이 대폭 커질 경우 손해를 본 듯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볼보는 가격 정찰제에 가까운 판매 전략을 고수한다. 이 대표는 할인을 지양하는 대신 미국이나 유럽 등 글로벌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를 들어 볼보가 지난해 국내 선보였던 브랜드 최초 쿠페형 전기 SUV C40 리차지는 미국보다 약 900만원, 독일보다 약 2200만원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했다. S90 등 주력 모델 역시 미국보다 최대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표를 붙였다. ‘할인은 없지만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소비자 신뢰를 쌓았다.

이 대표는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2019년 수입차업계 최초로 ‘레몬법’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레몬법이란 자동차에 결함 발생 시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교환·환불 등 보상을 진행하도록 하는 소비자보호법의 일종이다. 볼보는 당시 1월부터 레몬법을 도입해 즉시 시행한 유일한 브랜드다. 당장 부담은 커지지만 소비자 신뢰를 위한 결단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20년에는 서비스 통합 브랜드 ‘서비스 바이 볼보’를 아시아 최초로 국내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최고 수준인 5년·10만㎞ 무상 수리 보증과 8년·16만㎞ 배터리 보증, 소모품 교환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넥티비티 투자 300억…스마트카 선도

국내 시장에 최적화된 공격적인 투자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21년 300억원을 투자해 티맵 모빌리티와 함께 개발한 첨단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전 차종에 탑재했다. 평균 96% 이상 한국어 인식률을 자랑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기반으로 내비게이션 티맵(TMAP)과 AI 서비스 누구(NUGU), 음악 플랫폼 플로(FLO)를 차에 통합했다. 볼보 관계자는 “한국에 최적화된 디지털 커넥티비티 투자로,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스마트카 시대를 열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아우디 용산 전시장 꿰찬 볼보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에 1000억 투자

이 대표가 이끄는 볼보의 올해 전망도 밝다. 당장은 지난해 말 사전 예약을 시작한 EX30을 최대한 빠르게, 또 많은 고객에게 인도하는 것이 목표다. EX30은 ‘자동차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2024 월드카 어워즈에서 ‘올해의 도심형 자동차’로 선정됐을 정도로 호평받는 모델이다. 이미 사전 예약 대수가 올해 목표치인 2000대를 넘어섰을 만큼 수요가 충분하다.

올해 대규모 투자도 예정돼 있다.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확충을 골자로 한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볼보는 올해 초에만 서수원, 용산, 진주에 전시장·서비스센터를 새로 열었다. 3월 문을 연 용산 전시장은 특히 화제가 됐다. 해당 전시장 공간은 원래 아우디 전시장이 자리하던 부지다. 올해 영업 종료한 아우디 전시장에 볼보가 자리 잡는 상징적인 곳이다. 4월에는 진주에 대형 전시장·서비스센터를 열었다. 지상 4층 규모로 최대 41대까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 곳으로 월 최대 590대 일반 수리와 사고 수리가 가능하다. 정비 기술자와 고객을 일대일로 매칭하는 전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진주 전시장 확보로 볼보는 전국에 37개 전시장과 35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이 대표 취임 전인 2013년 전시장과 서비스센터가 각각 10개 남짓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이윤모 대표는 “올해는 양적 성장보다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 등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고객 만족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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