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주’ 담은 서희건설, 250억 ‘쏠쏠’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4.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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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주식 초고수라는 중견 건설사

중견 건설사인 서희건설이 ‘주식’으로 때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주식 투자로 250억원에 달하는 평가 수익을 기록하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희건설의 상장 주식 가치는 6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371억원) 대비 6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한 해 서희건설의 영업이익이 228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해 이익의 27%에 달하는 금액을 오롯이 본업이 아닌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셈이다.

서희건설은 그동안 국내, 미국 증시의 주요 종목을 두루 보유하면서 탄탄한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다. 상장 주식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은 전기차 기업 테슬라. 지난해 말 기준 서희건설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 가치만 15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테슬라 주가 상승폭이 꽤 컸던 덕분에 서희건설이 테슬라에 투자해 거둔 수익률이 105%에 달했다.

서희건설은 이외에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닷컴, 알파벳(구글)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종목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챗GPT’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말 서희건설의 마이크로소프트 투자 수익률은 59%로 보유 가치는 91억원에서 145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외에 서희건설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같은 명품주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국내 주식 중에는 삼성전자,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SK하이닉스 등 우량주 위주로 보유 중이다.

서희건설, 주식 수익률 67%

건설사 서희건설의 이런 주식 투자는 최근 건설·부동산 업계가 너도나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터라 더욱 재계 눈길을 끈다. 1군 대형 건설사도 아닌, 시공능력평가 20위의 중견 건설사 서희건설은 주식 투자뿐 아니라 본업까지 내실 있게 운영하는 모습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시공능력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부터 업계 전체에 ‘연쇄 부실’이 터질 거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건설사들이 대거 받아놨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 시공능력 순위 1~50위 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건설사가 14곳으로 나타났다. 400% 이상인 곳도 2곳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통상적으로 200% 미만이면 양호, 400% 이상이면 위험한 상태로 여겨진다. 또 유동부채비율이 70% 이상인 건설사는 28곳으로 집계됐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뜻하는 유동부채비율은 자기자본에 대한 유동부채비율로 100% 이상이 되면 부채 상환을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이 257.9%, 유동부채비율이 68.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건설 시공능력 최상위 그룹인 건설사도 부도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 만큼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반면 이런 와중에도 서희건설의 재무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82%로 전년(113%)보다 약 31%포인트 낮아졌다.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가 모두 줄었다. 특히 유동부채는 5900억원으로 전년(7116억원)보다 17%가량 줄어들었다.

여기에 서희건설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PF 규모가 최하에 속할 정도로 적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서희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규모는 9.7%다. 현금자산 3000억원 규모로 넉넉한 곳간을 자랑하는 서희건설 재무건전성은 올해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신용평가도 동종 업계와 비교해 매우 양호하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서희건설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A3+’로 평가됐다. 한신평은 서희건설이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통해 축적한 시공 경험과 경기 대응 능력, 도급액 증가를 바탕으로 공사 원가 부담을 완화한 결과를 주된 평가 사유로 삼았다.

찬바람 부는 건설 업계에서 서희건설이 후한 평가를 받는 것은 창업주인 이봉관 회장이 철저하게 수익성 개선 위주 사업을 운영해온 덕분이다.

1982년 운송 업체인 영대운수로 시작한 서희건설은 1994년 건설업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포항·광양 포스코 제철소 토건정비 사업을 통해 본격 건설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부터 지역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느 건설사처럼 처음부터 일반 아파트 건설로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주택 시장에는 이미 대형 건설사가 대거 진출해 있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기 때문이다. 서희건설은 전국 지역주택조합 단지 70여곳, 10만여가구 사업을 성사시켰다.

이 회장의 노력 덕분에 서희건설은 차근차근 성장했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공시한 시공능력평가에서 20위를 차지하며 전년 21위에서 한 단계 더 뛰어올랐다. 매서운 성장세라고 할 수는 없지만 2019년 38위, 2020년 33위, 2021년 23위, 2022년 21위, 지난해 20위를 기록하며 차근차근 입지를 높이는 중이다.

물론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고는 해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우선은 그간 주력해온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타개하고 사업 구조도 새로이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그간 서희건설 성장 발판이 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일반분양 아파트와 개념이 다르다. 보통 아파트는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아 땅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업 과정에서 적잖은 금융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조합원들이 직접 토지를 매입해 건축하는 방식이라 일반 아파트보다 20~30% 저렴하게 공급 가능하다. 조합원이기만 하면 주택을 배정받을 때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다만 여느 주택 사업이 그렇듯 건설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합원들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하면 사업 추진 시 건설사가 보증해줘야 하는 금액이 커지고 그만큼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미분양 문제가 커지고 해당 사업 비중이 높은 서희건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천 미추홀구 ‘서희스타힐스더도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22년 서희스타힐스더도화는 무순위 청약, 9월 선착순 분양까지 분양 작업을 재개했지만 무순위 청약에서도 15명만 지원하는 등 흥행에 실패했다. 전체 공급 물량 중 70% 이상이 분양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서희건설은 서희스타힐스더도화 분양을 포기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경북 경산 서희스타힐스도 대부분 물량이 미분양됐고 64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은 단 한 사람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준공된 아파트 미분양이나 계약 취소가 이어지면 서희건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서희건설이 건설 경기 침체에 대응할 새로운 사업 구조를 모색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5년부터 편의점 사업과 폐기물처리업, 농산물 판매·가공업 등 신사업 추진과 상생 경영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관련해 최근 서희건설에서 주총 의장을 맡은 김팔수 서희건설 대표이사는 “사업 구조 다각화, 원가 구조 혁신을 통한 수주 기반 확대 등 질적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올 한 해도 대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수주,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영업 활동에 집중하고 내실 경영과 위험 관리에 초점을 둬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견 건설사 서희건설이 때아닌 주식 투자 수익률로 주목받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서희건설 사옥.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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