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았다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4.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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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또 무너졌다…목표가 줄줄이 하향

한때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 주가가 심상치 않다. 2월 15일 종가 기준 5만9200원을 찍은 뒤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4월 4일에는 종가 4만9300원을 기록, 5만원 선도 붕괴됐다. 하락세는 꾸준히 이어져 4월 11일 4만805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 주가가 4만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 관심은 향후 주가 추이에 쏠린다. 일단 증권가는 눈높이를 낮추라고 조언한다. 4월 들어 8곳의 증권사(다올투자증권·메리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KB증권·한화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상상인증권)가 카카오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했다.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구체적인 성장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1분기 컨센서스 하회 전망

자회사 부진에 발목 잡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조581억원, 영업이익 1384억원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컨센서스 하회를 예상했다. 이선화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에서 “카카오의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9200억원, 영업이익 1068억원으로 컨센서스 하회”라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대부분 1조원대 매출과 1100억~1300억원 수준 영업이익을 점쳤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카카오 주가 부진 배경에는 ‘콘텐츠사업부’가 있다. 카카오 콘텐츠사업부는 게임과 뮤직(음악), 스토리, 미디어 등으로 구성된 사업부다. 톡비즈 등 광고 사업이 카카오의 본업이라면 콘텐츠 사업은 대부분 자회사 담당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콘텐츠사업부 부진이 카카오 실적 부담 요인”이라며 구체적으로 ‘웹툰 분야’ 마케팅 비용 부담을 언급했다. 현재 카카오 내 웹툰 사업 담당 계열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정 애널리스트는 “올해 (경쟁사) 네이버웹툰이 미국 나스닥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주요 웹툰 시장(국내, 북미, 일본 등) 경쟁이 심화하는 모습”이라며 “결국 카카오도 웹툰 관련 마케팅 투자 비용을 다시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각각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웹툰엔터테인먼트)을 앞세워 오랜 기간 웹툰 라이벌 관계를 이어왔다. 한쪽이 마케팅 비용을 늘리면 다른 한쪽도 비용을 추가 집행하며 점유율 싸움 중이다. 콘텐츠 플랫폼 산업 특성상 한 번 점유율을 빼앗기면 회복이 힘든 구조인 탓이다.

웹툰뿐 아니라 게임 분야도 콘텐츠사업부 부진 요인 중 하나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2월 내놓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롬(ROM)’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는 했지만, 당장 1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롬 매출은 한 달가량만 (카카오게임즈 실적에) 반영된 데 반해 신작 마케팅비가 크게 증가하고, 개발사 수수료도 지급됐다”고 분석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롬 외 기존 게임들의 매출 감소로 콘텐츠사업부 실적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사업부 외 다른 요인으로는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인식 회계 기준 변경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말부터 금융당국의 회계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의도적으로 매출을 부풀렸다고 지적한다.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은 ‘가맹 계약’을 맺는 가맹 택시 회사로부터 운행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반대로 케이엠솔루션은 ‘업무 제휴 계약(차량 운행 데이터 제공, 광고 홍보물 부착 등)’에 따라 가맹 택시 회사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 금액이 운행 매출의 16~17% 정도 된다. 금융감독원은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을 하나의 계약으로 판단, 수익 총액(가맹 계약 수수료)에서 지급 비용(업무 제휴 계약 수수료)을 제외한 수익만 ‘매출’로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잡았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두 건은 전혀 별개 계약이기 때문에 현재 구조처럼 수익 총액을 매출로 인식하고, 업무 제휴 계약에 따라 지급하는 돈은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쉽게 말해 매출을 ‘총액법’으로 판단하느냐 ‘순액법’으로 판단하느냐의 문제다.

대립 구도에서 한발 물러선 쪽은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인식 회계 기준을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변경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컨센서스 대비 하향된 실적을 예상하는 건 카카오모빌리티 회계 정책 변경과 관련 있다”면서 “순액법 변경으로 가맹 택시 운행 매출의 3~4%만 매출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카카오 주가가 심상치 않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카카오 판교아지트. (매경DB)
경쟁사는 삼성·인텔 협업하는데

AI 방향성과 경쟁력 모두 부재

문제는 앞으로다. 1분기 이후에도 이렇다 할 반등 키워드가 없다는 게 문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취임 이후에도 구체적 성장 로드맵이 나온 적은 없다. 당장 정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건 지난해 말 김범수 창업자의 발언이 전부다. 당시 김 창업자는 사내 임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감안해 2024년 초 우리의 AI가 무엇이냐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크루(직원)의 절반은 AI에 뛰어드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동환 애널리스트는 ‘구체적인 성장 로드맵 필요’ 제목의 카카오 리포트를 내고 “경영진 교체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성장 관련 명확한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접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새로운 전략 발표까지 특별한 계기가 없어 실적 발표까지 주가는 바닥을 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김범수 창업자 말처럼 카카오의 비전이 AI라면 더욱 문제다. 카카오의 AI 경쟁력은 상당 수준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공개할 예정이던 대규모언어모델(LLM) ‘코(Ko)GPT 2.0(가칭)’은 현재까지 ‘공개일 미정’ 상태다. 정신아 대표는 최근 ‘AI전략최고위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언제) 모델을 공개할지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미 출시된) AI 모델이 많기 때문에 카카오는 서비스 중심의 전략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코GPT 2.0의 애매한 성능이 ‘공개를 꺼리게 만드는 배경’이라고 수군댄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미 개발은 끝났고 성능 테스트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성능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시간은 끌 대로 끌었는데 이 정도 결과물이라면 공개를 안 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얘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경쟁사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인 이후 삼성전자, 인텔 등과 AI 분야에서 협업하며 질주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가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 관련 조직 개편을 고민하는 것도 코GPT 2.0과 관련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브레인만으로는 제대로 된 AI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셈”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김진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내부 정비 작업 등으로 AI 등 신규 사업 전략은 다소 후순위로 밀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I는 생존과 직결되는 이슈인 만큼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애매한 LLM으로 빈약한 경쟁력을 공개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플랫폼을 내재화하는 게 유리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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